피어라, 남자 - 농부 김광화의 몸 살림, 마음 치유 이야기
김광화 지음 / 이루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살면서 가장 스트레스 받는 것 중의 하나가 자신의 존재성에 대한 회의를 느꼈을 때가 아닐까 생각된다.

외부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크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감에 빠졌을 때는 몸과 마음도 같이 피폐해져 그동안 잘 유지하였던 주변과의 관계들도 무너지고 자기 자신의 중심도 무너져 어떻게 다시 세워야 할지 몰라 제2의 사춘기처럼 심한 자괴감과 두려움에 빠져든다.

마치 사방에 아무것도 없는 넓은 사막에 사나운 모래바람에 휩쓸려 자신도 모르게 턱까지 올라온 모래구덩이에 빠져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죽음이 눈앞에 다가온 것 같은 상황처럼 말이다.




아마도 그건 여자건 남자건 삶의 어느 한 순간 반드시 겪어야 할 필연적인 수순인 것처럼 나의 부모님도 기억을 더듬어 보건데 있으셨고 나 또한 한차례 호된 홍역처럼 심하게 겪어야만 했었다.

그땐 나 자신을 내가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어떻게 다독거려야 할지 몰라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바랐건만 불행히도 나의 곁에는 아무도 없음을 그때 처음 깨달았었다. 인생에 진정한 친구 세 명이라도 아니 한 명만이라도 있다면 그 삶은 성공적인 삶이라고 언젠가 누군가에게서 들은 것 같았는데 나에겐 사방에 친구라고 느꼈던 그들조차도 나에겐 친구가 아니었던 것을 그때 난 깨달았던 것이다. 그만큼 나에게 많은 문제가 있음을 그때 난 깨달아야 했었고 뼈저린 눈물을 흘려야 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그 상황이 나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게도 한 좋은 계기가 되었지만 그 상황에 빠졌을 땐 어둠의 긴 터널에 갇혀있는 듯이 한 치의 조그만 불빛마저 보이지 않았던 막막한 시간들이었었다.




피어라, 남자』를 쓴 저자 또한 평균 남자들 기준에 못 미치는, 소심하고 약한 자신에 대해서 끝없는 절망과 자괴감에 빠져 아침에 해가 솟아나는 게 두렵고 내가 흔적 없이 사라지듯 세상도 그러면 좋을 텐데 라고 생각하며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빛이 저주스러울 만큼 심하게 나약하게 병들어 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가족에게 조차 거추장스런 짐이 되어 있다는 생각에 힘겨워하다가 병명도 없는 마음의 병을 심하게 앓고 술을 먹고 죽으려고 한강에 갔다가 죽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 한 번만 하고 죽자고 다짐하고 남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다.

그렇게 그는 고통에서 밑바닥을 차고 올라오게 되었고 평균 남자들 기준보다는 못하지만 자신의 잠재된 가능성을 믿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게 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확장의 폭을 넓혀가기 시작하고 그 모든 것들을 '한 남성의 자기 치유와 자아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정리된 책을 내기로 결심한다.




"그래, 흙으로 돌아가자. 나를 아무 조건 없이 키워주고 받아주던 흙에서 한 번이라도 실컷 뒹굴어보자. 가난한 이도 병든 이도, 심지어 죽은 사람까지 말없이 받아주는 흙."




자자는 말한다.

자신을 부단하게 계발하는 것도 삶의 한 방편일 수도 있지만 끝없이 자기를 계발하는 건 또 다른 억압이 되기 쉬워 껍데기를 확장하는 자기 계발보다 '알맹이를 보듬는 자기 사랑'이 먼저라고.




그렇게 저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스스로를 고쳐가기 시작하면서 당당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기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도시를 떠나 경남 산청 대안학교를 준비하는 어느 공동체에 첫 발을 내딛는다.




그러나 이념만 그럴싸한 산청 공동체에서의 삶과 사람과의 관계를 잘 적응하지 못해 힘겨워하던 저자는 2년 만에 그곳을 떠나 무주에 마음에 드는 논을 사 정착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자유를 누리고 기쁘게 자신을 바꾸어 나아가고 또한 가족을 사랑하고 무엇보다 연애기술은커녕 그동안 연애다운 연애를 해본 적이 없기에 미지의 세계를 발견한 듯 부부싸움 할 에너지를 아내와 다시 연애하는 사랑의 에너지로 키우기 시작하는 연애 전도사로 탈바꿈하게 된다.




"차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폭도 넓어진다. 하나의 선택이 삶을 송두리째 바꿀 때 이를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선택의 빅뱅'이란 말이 나왔다. 한 번의 선택이 생각지도 못하게 엄청난 폭발을 가져와 삶을 근본부터 바꾸는 현상. 일상에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놓치게 된다. 하지만 선택의 빅뱅은 다르다. 고정된 틀이 탁 깨지면서 갑자기 대폭발에 가까운 다양한 선택지가 펼쳐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게 빅뱅에 가까운 일은 뭘까? 흙으로 돌아온 일이다. 병든 나를 받아주고 치유해주며, 더 나아가 자신을 실현하게 해주는 생명 근원의 자리, 흙. 그 흙이 내 삶에 빅뱅을 불러일으켰다."




사람에겐 저마다 일어나는 빅뱅의 양상이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한 번의 선택이 생각지도 못하게 엄청난 폭발을 가져와 삶을 근본부터 바꾸는 현상'인 그 빅뱅이 나에겐 찾아온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난 그것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되물었다.

어쩌면 찾아 왔었는데 혹시 내가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려고 욕심 부려 놓친 건 아닐까?

갑자기 조급증이 나를 휘몰았다. 하지만 저자는 나에게 다독거려준다.




"억지는 부자연스럽다. 악착같이 하는 건 자기가 주인이 되는 게 아니라 돈이나 시간, 그도 아니면 자기 욕심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우리 몸이 앞날을 위해 비축하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한 끼에 열 그릇을 먹을 수는 없다. 억지로 먹다가는 탈이 난다. 마음 역시 그렇다. 마음도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만큼 먹어야지, 그렇지 않고 너무 욕심을 내다보면 탈이 난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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