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 - 식탁 위에 차려진 맛있는 영화 이야기
송정림 지음, 전지영 그림 / 예담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푸근한 느낌이 드는 편안한 책이다.

계절때문일까?

따뜻한 캐시미론 무릎 담요에 갓 갈은 원두로 내린 향기 짙은 커피잔을 감싸안고 작가와 영화이야기를 주고 받고 싶은 그런...

 

영화보다는 책을 더 좋아하는 터라 영화를 굳이 영화관에 일부러 가서 보는 편이 아니어서 영화관람 횟수를 머리속으로 세어볼 수도 있을만큼 액션영화 또는 영상 스케일이 큰 영화가 아니면 더더욱 가지 않고 DVD나 영화를 다운 받아서 또는 케이블방송에서 즐겨보곤 했었다.

이유는 곱씹어서 볼 수 있고 느긋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유럽과 이란 등의 제3세계 영화에 필이 꽂혀 종종 들락거리게 되는데 헐리우드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안겨준다.

그 중에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감독의 체리향기(A Taste of Cherry, 1997) 란 영화가 오랫동안 여운이 남아 지금도 주인공의 자신의 자살을 도와 줄 사람들을 찾아 버석거리는 길을 운전하며 가는 장면이 문득문득 생각나 이것저것 생각의 꼬리가 꼬리를 물때면 버석거리는 땅위에 누워보기도하고 떨어지는 빗방울에 얼굴을 하늘로 하고 맞아보기도 하는 등 지금의 나의 상황과 생각들을 그들의 상황과 접목시킨 머릿속의 상상력은 끝도 없이 흘러간다.

그렇듯 영화란 때론 가벼운 재미거리로, 때론 눈물 펑펑 쏟게 하는 해소거리로, 때론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또는 감성을 풍부하게 상상력을 가득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매체임은 틀림없다.

 

『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에서도 소개된 영화 「카모메식당」은 밤 늦은 시간 TV에서 봤었다. 꽤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화는 특별히 큰 소리로 박장대소할 웃음거리가 없는 잔잔한 영화였지만 공감대랄까 식당을 둘러싼 사람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지루하다거나 졸리지 않은 그런 영화였다. 두어시간 동안 정갈하고 맑은 느낌까지 깃든 「카모메식당」에서의 주인공 사치에의 나래이션과 함께 핀란드의 항구도시 헬싱키의 풍경과 어우러져 핀란드인에겐 낯선 주먹밥과 따라서 손님이 거의 없는 그 식당에서 서점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그저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어 무작정 눈 감고 골라잡아 핀란드로 오게 된 미도리와 단골 손님 핀란드 청년, 갖가지 슬픔을 안고 그 식당을 찾게 된 사람들과 친해지고 핀란드인이 좋아하는 계피롤을 만들어 시나몬롤의 향기로 핀란드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그리고 서서히 일본인의 소울 음식 주먹밥도 선보이고 그들은 조용히 스며드는 향기처럼 서서히 상대의 마음을 핀란드인의 마음을 얻기 시작한다.

 

'느릿느릿하지만 마음에 울림이 있는 영화 「카모메식당」을 보고 나면 소설가 밀란 쿤데라의 말이 생각난다.

사람은 자기의 육체 속에 물집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가뿐 호흡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했다. 내 안에는 어떤 물집이 있어서 뛰어가는 것인지... 생의 속도에 대해 생각해본다. .....

숨가뿐 호흡도 아니고 그리 느리지도 않은 걸음걸이... 그 걸음은 어쩌면 밀란 쿤데라가 말한 '행복한 느림보의 걸음걸이'가 아닐까?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보폭과 걸음걸이....... 나에게 꼭 맞는 편안한 보폭으로 걸어가고 싶다. 그래야 자연이 내게 전하는 말을 들을 수 있을 테니까. 그래야 친구가 손짓하는 것도 보이고, 사랑이 속삭이는 말도 들릴 테니까.'

 

클래식 방송의 '세상의 모든 음악'이라는 음악 방송 프로그램에서 전기현씨의 목소리로 주말이면 듣게 되는 영화음악프로그램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송정림 작가의 맛깔스럽고 감성어린 글로 같은 영화를 보았어도 내가 받은 느낌과 작가가 받은 느낌이 다름에, 또 감성어린 영화에 관한 글을 읽고 있노라니 이미 보았던 것이지만 다시 또 보고 싶어지는 그런 영화들이다.

거기다 영화 속에 나왔던 레시피와 그 레시피에 관한 이야기와 어떻게 하는 지의 간략한 설명들....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각, 미각, 촉각, 감성 모든 것들을 만족시켜버리고 마는 『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는 영화음악의 여운까지 안겨주는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감성가득한 책이다.

 

잊고 싶었던 잊으려 했던

"매일 그를 생각해.

잠자리에 들 때 마지막 생각, 아침에 일어나면 첫 생각.

그와 함께 있는 것만 옳은 것 같고 나머지는 다 틀린 것 같아."

 

또 다른 사랑을 다시 하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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