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함과 광기에 대한 보고되지 않은 이야기
애덤 필립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멀쩡한 애가 왜 자꾸 엉뚱한 짓을 하는 거야?"

"도무지 네 놈 머릿속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 수가 없어!"

이런 말을 어릴 때 종종 듣고 꾸중도 많이 들었었다. 지금도 가끔 그렇긴 하지만...

도무지 내가 하는 짓과 생각이 어른들은 이해하기 어려웠는지 난 내가 놀고 싶어서 밖에서 맘껏 뛰어논 것뿐인데, 그리고 사고 싶어서 산 것 뿐인데 또한 모으고 싶어서 모은 것 뿐인데 내가 하고 싶어서 일한 것 뿐인데... 나의 부모님은 내가 산 물건들과 나의 일하는 방식도 모두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는지 조금만 뭔가 걸리면 바로 그런 말씀을 하신다. 그래서 뭐라 대꾸할 대답도 없어 그냥 묵묵부답 내 방식대로 지금도 살고 있지만 어른들은 내 나이 또래가 해야 할 일과 위치 등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사는 듯한 나를 지금도 못마땅해 하신다.

나도 어떨 땐 혹시 내가 이러다가 정신병원에 가야하는 것 아냐? 라는 뜬금없는 생각도 가져보지만 곧 내 생겨먹은 대로 사는 게 내 방식이지 싶어 주변에 민폐만 끼치지 않는 선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고 살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난 여기서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멀쩡함이란 게 뭐지?"

사실 난 지극히 정상이고 멀쩡한 것 같은데.

잠깐 생각해 보는 것이 멀쩡한 건 주변사람들과 주변 환경에서 그리 튀지 않는 삶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사는 것이 멀쩡한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그렇담 광기란 뭐지?

광기란 그야말로 머리 풀어 헤치고 이 동네 저 동네 자신만 아는 말을 혼자 중얼중얼하며 돌아다니는 것을 광기라고? 그건 좀 미친 사람에 가까울 것 같고... 아마도 무언가를 집중적으로 갖은 열정을 몰아 몰입해서 하는 것을 주변인들은 그들의 뜨거운 열정에 광기라고 표현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렇담 광기란 멀쩡함은 반대말일까? 사실 그렇진 않을 것 같다. 멀쩡하다는 정확한 정의도 광기의 정확한 범위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각자 자신의 입장에 따라 생각에 따라 상대적으로 달리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멀쩡함과 광기에 대한 보고되지 않은 이야기』의 저자 애덤필립스는 말한다. 멀쩡함은 설명하기가 묘하게 어려워 이미 존재하는 현실에 공연히 첨언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또한 어떤 의미에서 도저히 해석되지 않는다고.

멀쩡함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경험 가운데 가장 위압적이고 심오한 편에 속하는 경험과 고통의 해독제로만 취급된다. 광기의 망령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문화가 멀쩡함에 대해 그런 맹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섬뜩하다. 만약 멀쩡함이 하나의 상징, 공허한 언어적 장치, 광기라고 부르는 것을 덮으려 상상으로 만들어낸 얇은 막에 불과하다면 '광기'가 '인간의 본성'을 뜻하는 또 다른 단어임을 더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본문 49페이지)

필립 애덤스는 요즘 사람들이 광기를 그 어느 때보다 두려워하고 있음에도(또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신적 멀쩡함이란 과연 무엇이며, 왜 그것이 지금도 우리에게 중요한가에 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저자는 그런 설명을 다시 시도해보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선 "의심을 품다"로 정신적 멀쩡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2부의 "문제 제기"에서는 우리 인간들은 근본적으로 제정신이 아니고 위험한 존재라는 인식과 광기와 못된 것에 관한 설명과 멀쩡함의 의미를 어떻게 건져 올려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어 멀쩡함이란 우리가 저항하면서도 동시에 그 존재 자체를 의심하기 일쑤인 대상이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3부의 "이제 멀쩡하다"에선 정신적 멀쩡함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다 읽고 나서 멀쩡함과 광기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긴 어려웠다. 심리학 서적들이 그렇듯이 모호함과 생각들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느낌에 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문득문득 의구심을 가졌던 멀쩡함과 광기에 대해 읽어보고 공감하며 멀쩡한 사람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우리 주변엔 광기어린 것들이 더 많음에 새삼 놀라웠다.

나 또한 광기를 주변에 깔고 다녔으니 말이다.

과연 멀쩡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좋다 안 좋다라고 꼭 구분지을 수 있을까?

멀쩡한 사람이 광기어린 사람보다 더 행복할까?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많은 의구심이 머릿속에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피식거리며 동감이라고 페이지 여백에 끄적거리며 읽을 수 있었던 재밌는 심리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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