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중년에게 말을 걸다
서정희 지음 / 마음터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쉼표, 중년에게 말을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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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다는 것! 그것은 공감대의 폭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달리 표현해서 늙는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문득 가져본다. 이유는 10대, 20대, 30대, 40대의 관심도의 척도가 확연히 달라지고 따라서 그 관심도의 범위와 폭이 점점 줄어들고 깊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은 나만 느끼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불과 몇 년 전의 세상에 대해서 내 주변의 것들에 대해 모든 것들이 나의 관심사였다면 지금은 그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그래서 간혹 내 자신이 이제 세상을 조금 안 것뿐인데 그것을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하고 ‘교만’해진 마음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을 달리 가져보기도 했지만 내가 세상을 다 알아서 그런 것은 아닌 ‘알아야 할 것과 알지 않아도 될 것’들을 뭐랄까 이젠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조금 터득했다고 표현해야 할까. 뭐라고 똑 부러지게 말하기엔 표현에 대한 능력부족이라 내 맘을 속 시원히 말할 순 없지만 어쨌든 구분의 능력은 조금 생겼다는 것이라 말하면 될 것 같다.

전에는 세상에 보이는 것들 남들 하는 것들 모든 것들을 다 알아야 남에게 뒤처지지 않고 세상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늘 조바심으로 인한 안달복달에 내 자신을 참 힘들게 했었다. 사실 내 자신을 뒤 돌아보고 내 안의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들으려고도 돌아보려고도 하지 않고 내 자신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그냥 난 부모님의 은덕으로 세상에 뚝 떨어진 하나의 개체에 불과했을 뿐.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내 안의 ‘내’가 소리를 지르고 요동치기 시작했다.

“나를 봐 달란 말이야!

그리고 난 커다란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기 시작해 결국엔 내 자신이 끝이 보이지 않은 사막 한 가운데 구덩이에 턱 끝까지 모래에 잠겨 얼굴만 모래 위에 내 놓은 꼴이 되어버렸다. 물론 그 지경이 된 나 자신은 사막의 모래바람과 기온의 격차로 숨도 쉴 수 없었고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린 듯 헐떡거리고 있었다.

그때서야 난 비로소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많이 늦어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가 시작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난 홀로 내 자신을 다독거렸다.

“이제 제2의 인생의 서막이 시작되려는 태동의 고통이라고.”.

그리고 이제 인생의 항로를 유랑하던 ‘나의 배’를 다시 정비하고 버릴 것과 담아야 할 것들을 다시 정리하기 위해서 잠시 쉬어야 한다는 것을. 저자의 아내가 별거 중에 마음속에 있는 거운 돌을 조금씩 덜어내고 대신에 믿음의 빛을 채워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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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후에는 마음의 고삐를 늦추고 한 호흡 쉬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러자면 세상 모든 일을 내가 다 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착이 강해 포기를 모르는 사람은 그만큼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사람은 누구나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네 가지 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의 맹점, 감정의 맹점, 행동의 맹점, 영혼의 맹점이 바로 그것이다.’ (99페이지)

이 문구를 읽으며 내가 한창 사춘기였을 때 나의 부모님 나이가 40대였었다는 것을 계산해 보건데 왜 그 당시 부모님의 짜증이 점점 늘고 힘겨워 하시고 서운한 것도 많아졌는지 이제야 깨닫게 된다. 자식은 자식대로 사춘기의 고비를 넘기느라 예민할 나이이고 부모님은 한창 전성기였지만 잠시 쉬고도 싶었던 나이에 자식과 조부모의 사이에 끼여 당신들의 삶은 돌아보지도 못한 채 삶의 무게를 등에 가득 짊어진 채 책임감으로 앞만 보며 살아가야 했던 시절.  세상은 돌고 돈다던가. 나이가 드니 이제야 그 말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차리기 시작하다니...

“너도 내 나이 돼 봐라.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라는 말씀이 생각난다.

한국에서의 40대. 우리나라에서는 한창 일해야 할 나이이고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가르치기 위해 노후의 안정된 생활을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참 많은 잠시 쉴 틈도 없는 삶의 여백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그런 나이 대이다.

‘생각의 맹점과 사람의 변화는 깊은 관계가 있다. 이 말의 의미를 『쉼표, 중년에게 말을 걸다』에선 노벨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전쟁무기를 팔아서 벼락부자가 된 노벨을 많은 사람들은 그를 졸부 수전노라고 불렀는데 그의 형이 죽었을 때 자신이 죽었다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하여 돈을 번 사람’이란 악평으로 오보가 나가면서 그의 인생은 커다란 충격과 그는 생의 전환점에 서게 되고 마침내 인류를 위한 위대한 사업을 계획한다. 그것이 바로 인류를 위해 계획한 사업 노벨상 제정이다. 이것을 저자는 사람 자체가 변한 것이라기보다 관계의 방식이 바뀐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는 환경, 직업, 파트너 등을 바꾸는 방법으로!

그렇게 바꾸지 못할 경우 주변 사람이나 자연과 어울리면서 감각을 유연하게 하며 호흡을 가다듬는 훈련(내가 잘 모르는 감정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덧붙이면서 그것이 어려우면 전문가의 상담으로 인한 도움을 받든지 그것마저도 어렵다면 달빛을 받으며 산보를 한다면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치유를 받았다는 기분이 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얼마나 얻었느냐는 계산은 햇빛처럼 밝은 곳에서 하는 것일 뿐, 잃는 것이 많아도 달빛 속에서는 크게 아쉽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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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연의 이자로만 살아야지 원금을 까먹으면 끝이야” - 박경리-

중년이 되면 갈 길이 정해진다. 꿈을 위해 변신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자주 오지 않는다. 그러나 40살이 되면 누구나 변신의 기회를 맞는다고 한다.

젊었을 때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늙어서 행복해진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이 현대에는 통하지 않는다고 본다. 현대는 50대에 퇴직해도 최소 30년이란 긴 세월을 더 살 수 있다. 행복은 그 나이에 맞는 감각을 살리고 그 나이에 맞는 에너지를 교감하는 진행형 속에 있다. 그래서 행복은 고생 끝에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현재의 발견에 가깝다. (184쪽)

40대는 서른에서 10년이 지난 나이다. 그러니 제 눈으로 세상을 제대로 보기 시작한 나이로 치면 열 살에 불과하다. 열 살의 나이는 앞으로 달리려는 욕망이 넘쳐 주변을 바라보기 어려운 나이이다. 어느 정도 실력과 자신감이 붙었으니 유혹도 많다. 그래서 공자는 불혹이라는 말로 감정 통제를 권했다.

그 뜻은 ‘쉼표’를 즐기며 새로운 ‘느낌표’를 열라는 것」 이다.

 

40이라는 나이!  제 2의 인생의 서막을 열어야 할 나이!

이 책은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40대라는 안정적이면서 안정적일 수 없는 무언가에 늘 쫓기듯 살아가는 중년들에게 잔잔이 밀려드는  것 같지만 큰 물결의 파도가 처얼썩 모래사장을 치고 그 파도위에 보랏빛 저녁노을이 서서히 지는 그 때 불어오는 차가운 듯 하지만 차갑지 않은 바닷바람에 참잠한 마음이 동시에 느껴지는 쏴한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인상깊은 구절
“자네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아! 나이가 들수록 그림이 젊어지는구먼.” 
그때 피카소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젊어지려면 그만큼 세월이 걸리는 법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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