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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물결과 늙은파도 이야기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공동저자 짐 발라드의 아껴둔 이야기
짐 발라드 지음, 안호종 옮김, 문정화 그림 / 씽크뱅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얇은 『어린 물결과 늙은 파도이야기』는 홀로 읽고 곰곰이 묵상하면 좋을 명상 책이다.
이 책의 분류는 ‘어른들이 읽는 동화’에 분류되어 아이들에게도 읽히기에 좋지만 삶에 지친 어른들에겐 인생의 깨달음을 더 깊이 안겨줄 그런 책인 것이다.
일종의 등 떠밀리며 내가 가는 곳이 어디인지 어느 순간 이정표를 잃어버려 길을 헤매고 있는 그들에겐 마음을 차분히 진정시키고 우리가 늘 찾고자 하는 인생의 해답에 대한 갈망을 내 안에서 스스로 찾게 도와주는 그리하여 ‘인생은 매우 특별한 사건이다’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깨닫게끔 하는 경이로운 책.
나이를 먹으면서 자신이 만든, 자신의 길 위의 삶의 여정에 지쳐서인지 누군가의 고민 등 어려움을 들어주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문득문득 깨닫게 된다. 하다못해 가장 가까운 부모님의 넋두리 같은 말씀에도 단지 부모님은 ‘내 말을 단지 듣기만 해다오!’라는 메시지로 나에게 해답을 강요하는 것도 해결을 요구하는 것도 아닌데도 자식 된 도리로 ‘같이 늙어가는 입장?(이런 생각이 부모님과 나의 관계의 존중해야 하는 예의를 허물어뜨리는 건지도 모른다)’으로서 친구처럼 되어버린 부모님과의 관계 속에서 그 넋두리조차 때론 듣기가 힘들어 “이젠 같은 말씀 그만하셔요!. 그런 말들도 자꾸 하시면 버릇됩니다.”라며 이젠 가르치려는 나의 태도가 부모님의 마음을 섭섭하게 해 드리니 말이다. 그 말씀의 진정한 의미가 무언지는 이젠 나도 아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그것을 이해하고 때론 나의 생각을 부모님께 말씀해드리기도 하면서도 나이 들면 어쩔 수 없이 반복하게 되는 ‘넋두리’의 반복을 못 참아 넘기는 것이다. 그래서 물은 아래로 흐른다고 말하는 걸까? 나 또한 부모님께 같은 말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반복적으로 하고 있을텐데 난 몇 번 말씀하셨는지 세고 있으니 말이다.
『어린 물결과 늙은 파도이야기』의 첫 글은 “저게 뭐죠?”라는 어린 물결이 늙은 파도에게 질문하는 것으로 이 물음을 시작으로 어린 물결과 늙은 파도는 육지를 향한 긴 여행을 하게 된다. 어린 물결은 언제나 늙은 파도의 말에 귀 기울며 그 말을 따르려고 나름 애를 쓰지만 어린 물결은 그 나이 땐 당연히 느껴질 수밖에 없는 막연하나마 뭔지 모를 삶의 지루함에 뭔지 모를 새로운 일을 원했고, 색다른 변화가 일어나기를 원했다. 또한 좀더 빨리 움직이길 원했던 어린 물결은 ‘물거품’과 ‘고양이 발톱이라고 불려지는 잔물결’의 유혹에 휩쓸리고 만다. 늙은파도의 “그들은 네게 골칫거리만 안겨줄 뿐이야”라는 충고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시작한 1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작고 맑은 『어린 물결과 늙은 파도이야기』는 어린물결의 반짝반짝 거리는 현란한 인생의 파고는 늙은 파도의 긴 침묵 속에 이어진 바람소리, 바닷새의 울음소리, 철썩거리는 물결소리들과 어우러져 ‘햇볕 모으기’를 ‘더 많이 더 많이!’를 외치며 욕심의 웅덩이로 계속 자신을 몰아가고 만다.
그리고
‘서두르지도 말고, 멈추지도 말라’는 삶에는 힘의 균형을 맞추는 지점이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 책은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더 깊고 넓은 깨달음을 깨우치게 된다.
삶에는 늙은 파도처럼 진중한 부분도 있어야 하지만 잔물결과 물거품 같은 것들도 같이 겪어야 삶의 참 맛을 느끼게 된다.
무엇이 좋고 나쁘다는 것으로 가르기보다 또 그것을 피하기보다 내 삶에 다가오는 그런 것들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라는 삶의 자세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전엔 “어떻게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길 수가 있지?”라며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때의 당황스럽고 두려운 마음을 원망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나약한 시기가 있었다. 지금도 나에게 또 다시 닥쳐올 위험스러운 존재가, 사건이 언제 불현듯 찾아올지 몰라 두렵고 제발 나에게 오지 말았으면 하는 나약한 생각이 간절하지만 비켜갈 수 없는 운명이라면 겪어야 하는 순간이 분명히 올 것이라.
나에게 주어진 한번 밖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나의 ‘삶’ 그것을 우린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늘 우리네 마음 속 깊은 곳엔 그 화두의 물음을 품고 살아간다. 그래서 그 예민한 화두가 조금만 건드려지기만 해도 우리들은 두려움 속에 또는 고통 속에 아니면 잠깐의 기쁨 속에 순간순간 잠기기도 하며 울고 웃는 행위들을 반복하는지도 모른다.
정답이 없는 각자에게 맞는 각자의 삶의 이정표, 각자의 삶의 중심을 찾고 답을 얻는 깨달음의 여정.
인간의 삶은 그런 것인지 모른다.
이 책은 그 물음에 각자에게 맞는 자신의 그릇만큼 자신에게 작은 해답거리를 찾아주는 얇지만 따뜻한 솜이불 같은 그런 책이다.
인상깊은 구절
"성장한다는 것은 키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크게 하는 것".
"보이는 것은 단지 그림자일 뿐이야. 네 마음을 겉에서, 안으로 향하게 하려무나."
"네가 한때는 어린물결이었고, 지금은 젊은파도이듯 너는 여러 모습으로 존재해 왔다. 이와 마찬가지로 너는 앞으로도 수많은 모습으로 존재할 것이다. 왜냐하면 네가 이것이 '나'라고 생각했던 모습은 만물의 그림자에 불과할 뿐, 너라는 존재는 결국 네가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단지 지극한 깊이의 일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