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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에 입맞춤을 ㅣ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9
에펠리 하우오파 지음, 서남희 옮김 / 들녘 / 2008년 7월
평점 :
『엉덩이에 입맞춤을』이 책은 초장부터 그것도 아침 6시부터 이 책의 주인공 오일레이가 부인 마카리타의 입냄새가 고약함에 깨어 몸을 뒤척거리다가 자신의 고질병인 ‘푸프푸프’라고 부르는 ‘연발 폭발’을 터뜨리고 그 악취에 그의 와이프는 번쩍 눈을 뜨고 화장실로 도망가고 오일레이는 화장실을 뺐겨 마당으로 나가 오줌을 눋다가 키우는 개의 오줌 세례로 아침 인사 대신 받고 “앉아서 가만히 있어, 이놈의 똥개야!”라며 고함지르고 침 뱉고 다시 쏜살같이 집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오일레이의 똥구멍에 고통을 느낀 순간 화장실로 달려가 푸짐한 덩어리를 쏟아내고 고통은 쏟아내지 못해 힘을 더 주었지만 통증만 심해지고 마치 항문에서 뿜어져 나온 불길이 머리로 솟구쳐 올라가는 느낌만 받고 머리는 빙글빙글 거리고 혈압과 체온이 오르고 비 오듯 땀이 쏟아진다.
결국 마카리타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뜨거운 물 한 그릇과 세척도구, 수건을 갖고 오게 한 후 똥이 나오지 않음에 조치를 취하려 했지만 오일레이 궁둥이가 솟구쳐 올라 마카리타 얼굴을 퍽 치고 퓩 방귀가 뿜어져 나온다. 분노와 역겨움에 말문이 막힌 마카리타는 오일레이의 엉덩이에 냅다 물을 쏟아 붇고 구역질을 하며 화장실로 달려가고 오일레이는 팔걸이 없는 의자에서 굴러 떨어지고 만다. 와이프는 그 와중에 동네 저편에 있는 친정어머니에게로 도망쳐 가고...
이렇게 시작되는 『엉덩이에 입맞춤을』은 읽기 거북한 단어들과 아침부터 벌어지는 냄새나는 지저분한 상황 묘사에 나 역시 아침부터 읽기 시작하여 아침 먹었던 것이 속이 거북할 정도로 리얼한 묘사들과 단어표현에 조금 전까진 같이 낄낄거리며 웃었지만 속이 거북한데도 옆에서 깔깔거리며 배꼽을 잡고 웃고 있는 10살난 조카를 조금은 원망스러운 듯 바라보며 잠시 시원한 보리 물을 들이켰다.
어린애라 똥 이야기와 똥구멍, 방구라는 단어에 지저분하다면서도 목젖이 다 보이도록 깔깔거리며 웃어재끼는 모습에 역시 웃음은 순수할수록 더 많아짐을 또 한번 느껴본다.
이렇게 초장부터 심상치 않은 상황묘사로 전개되는 『엉덩이에 입맞춤을』은 어제까지 읽었던 심각한 책들이 무색하게도 내용을 다 잊어버릴 정도로 묘한 마력을 지닌다. 그런데 왜 작가는 똥구멍 이야기를 소재로 쓴 걸까? 점잖지 못하게.
하지만 『엉덩이에 입맞춤을』은 뒷장으로 넘어갈수록 심오한 이야기들이 오고간다. 특히 요가수행자와의 심각한 대화 예를 들면 항문에 입을 맞춘다는 식의 엽기적이면서 한편으론 어이없는 웃음으로, 한편으론 삶을 통찰한 듯한 오일레이와 요가수행자와의 심오한 대화는 이 소설이 단지 웃기려고만 하는 가벼운 소설이 아니라는 생각에 저자의 의도가 점점 더 궁금해지기 시작하여 책장을 급히 넘기다 보니 작가와의 대화가 나온다. 30페이지를 훌쩍 넘긴 작가와의 대화를 읽어보면 소설 속의 소재가 왜 똥구멍, 똥 이야기, 방구 이야기, 또 그 치유법을 썼는지 알게 되는데 이 책을 쓰게 된 영감이 ‘본질과 구조’가 지극히 개인적인 저자의 고통스런 항문에 대한 개인적 경험에 바탕을 두었다는 사실!
저자의 4년간의 항문의 고통스런 치료과정은 울부짖으며 신음했고, 고통의 부조리성에 대해 웃어대기도 했는데 그 시기에 가장 위안이 된 것은 모두 여자들인 학교의 피지인 비서들과 타이피스트들, 청소부들과 나누었던 세속적인 농담과 놀림이었다고 한다. 문젯거리, 특히 도무지 나을 것 같지 않은 것들을 웃어넘기는 것은 태평양 문화의 특성이라는데 고통의 와중에 즐거움의 순간을 낚아채며 웃어대는 능력이 그 섬들의 큰 매력이라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 소설에서 그 일부를 담으려고 애썼고 날카롭고 지속적인 신체적 통증으로 고통을 겪을 때 그 느낌이 어떤지 조금이나마 알리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욕설, 분노, 심리적 영향 등등. 저자는 이 소설을 쓰면서 결과적으로는 심리적 치료를 받은 것 같은 효과를 받아 좀 더 차분해지고 욕설도 훨씬 덜 해졌다고 하니 몸은 이미 나았지만 심리적 고통은 글로 나은 셈이다.
개인적인 고통은 최초의 영감과 본질과 구조를 제공해주어 항문에 대한 소설이 거의 없는 처녀지를 모험하는 흥분이 저자가 이 책을 완성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는데 이 책은 또 하나의 특징이 더 있다. 에펠리 하우오파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작가이자 학자로 인류학을 전공하고 통가와 피지의 농촌마을에서 지내며 민속지학자로서의 지식과 경험을 키웠고 이 연구 기간동안 남태평양 주민으로서 지적, 정서적 정체성을 확립한 시기로 『엉덩이에 입맞춤을』은 이러한 작가의 내력, 인류학적 깊이와 폭넓은 사유가 담긴 특별한 소설이라는 점이다.
다양한 은유가 교차한 인류학적 소설쓰기와 식민지적 고발형식의 글쓰기가 결합된 뛰어난 작품이라고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의 글처럼 『엉덩이에 입맞춤을』은 깔깔거리고 웃으면서도 똥구멍에 대한 방귀에 대한 작가의 탁월한 지식과 정보는 과연 인류학자의 소설의 탁월함이 단연 돋보이는 인류학적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