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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아이들 ㅣ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로버트 스윈델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오늘도 살아 있다.'
이 처절한 문구는 책과 콩나무에서 펴낸 로버트 스윈델스가 저술한 『사라지는 아이들』의 책자에 두른 띠지 문구이다.
불안함을 상징하는 노란 컬러의 바탕에 손으로 쓴 듯한 까만 먹글씨로 한 줄로 쓰여진 '나는 오늘도 살아 있다'라는 글귀는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말이 주는 고통의 의미를 알 수가 있다. 또한 으슥한 동네 골목안의 음습한 뒷골목 청녹색 계열의 벽돌벽에 유령같은 아이의 무릎을 감싼 웅크린 모습이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청소년의 불안함과 고통을 담은 책을 썼다는 의미가 강하게 다가오는데 표지의 음울함과 본문이 주는 냉소적인 시각의 차가운 글은 인간이 느끼는 고통의 한계점이 절정에 다다를 때 느낄 수 있는 차가움이라고 할까... 너무 차가워 읽으면서도 고통스럽다.
'나는 링크다. 물론 진짜 이름은 아니다. 하지만 어쩌다 한번씩 누가 물어보면 그렇게 말한다. 어차피 난 보이지 않는 사람이니까. 정확히 말하면 보이지 않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중략) 사람들은 나를 외면한다. 행여 내가 무슨 요구라도 할까 싶어 몸을 사린다. 그 사람들 생각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다. 그들은 나에 대해 생각조차 하기 싫어한다. 내 존재 자체가 부담스러운 거다. 나,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 말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세상 모든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살아 있는 증거니까. 또 우리는 거리를 지저분하게 만든다.
자, 이제 내 환상적인 인생 이야기를 들어 봐.'
'쉘터, (중략) 갑자기 몰아치는 폭풍을 피해 쉴 수 있는 쉼터. 그들이 늘 추구하는 것이지. 노숙자. 그들이 간절히 원하는 곳. 쉼터만 있다면 모든 일이 뜻대로 잘 될 거야. 좋아, 빠져 봐, 행운아들아. 내 기꺼이 기다려 주마.'
이 두 문장을 읽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첫 장에 앞뒤로 연이어 나오는 이 문장들은 처음엔 이 문장들이 주는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의 중간 이상을 읽고 나서부터 비로소 내 나름대로의 해석을 하게 되었다.
엘 고어의 '불편한 진실'을 읽는 듯한 느낌이랄까. 사람들은 직접적이고 위협적인 진실은 직접적으로 보려고도, 듣고 싶어 하지도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로버트 스윈델스가 저술한 『사라지는 아이들』에 나오는 홈리스 청소년들은 우리 주변에도 대중들이 많이 모여 있는 서울역이라든가 웬만한 거리와 지역엔 흔히 볼 수 있는 대상층들이다. 그들은 속칭 말하는 '엥벌이'를 하기도 하고 노숙자처럼 구걸하기도 하고 도둑질 또는 강도가 되기도 한다. 그런 그들을 우리는 제대로 바라 보았던가.
버스 정류장에서도 흔히 맞닥뜨리는 그들을 나 또한 그들과의 눈만 마주쳐도 혹시 나를 해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공포심에 그들을 애써 외면하곤 했다. 그리고 신문지상에서의 그들의 불미스러운 사고와 죽음에 그리 큰 관심을 갖지도 않고 그들의 더러움과 행태에 단순한 가출청소년의 선입견으로만 바라보고 평가했었다. 귀찮은 존재라고만 생각이 드는 그들! 링크의 말처럼 그들은 먼저 사람들에게 웬만한 일로는 먼저 다가서지 않는다. 정말 절박할 때만 그들은 우리에게 손을 내밀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그들의 모습에 모든 것을 확대 평가하고 확대 해석한다. 그래서 그들의 동물보다 못한 삶(애완견)에 대해 연민마저 들지 않음에 사람들은 모두 그들에 대한 침묵 속에 약속되어지는 '부정의 공모자'가 되고 만다.
1993년 카네기 메달과 셰필드 도서 상을 수상한 로버트 스윈델스의 청소년소설 『사라지는 아이들』은 가정폭력, 가출, 홈리스 등 청소년들의 현실을 현실감 있게 파헤친 문제 작품으로 그 당시의 영국도 신자유주의 시장 논리의 광풍으로 공교육은 실패하고 가정은 급속도로 해체되어 가는 과정을 겪어가는 그런 시대 상황에 맞물려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영국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친아빠가 안내원과 도망가고, 무책임과 방관자적인 엄마의 남자친구인 새 아빠의 폭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출하게 된 링크. 누나 집에서 잠깐 기거했으나 결국 누나 남자친구 눈치 때문에 거리에서 홈리스로 살아가게 된다. 결코 만만하지 않은 집 밖의 생활.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배고픔, 더군다나 홈리스만 노리는 연쇄 살인범의 출현으로 친구 또한 잃고 만다. 그리고 링크도 살인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총과 칼만 들지 않았지 무언의 전쟁터 같은 집 밖의 생활은 중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나이의 사춘기 소년이 견디기엔 참 버거운 현실이다.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그들의 생활, 삶.
이 책을 읽고 있는 나 또한 한 걸음 뒤에서 책으로만 느끼고 연민을 가지고 안타까움만 느낀다고 현실의 그 고통스러움을 어떻게 대신할 수 있을까?
'삶'과 '죽음'의 치열한 싸움의 무혈의 전쟁터 같기도 한 그들의 처절한 삶을 어떻게 포용할 수 있을까?
사회에서 버림받은 자가 되었다는 사실, 일상적인 활동에서 완전히 제외되어 버린, 존재 자체가 무시되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는 절망감, 그리고 마음의 상처라는 링크의 독백. 독자를 향해 링크가 들려 주는 이야기와 연쇄 살인범 쉘터의 일지가 교차하는 방식의 형식으로 진행되어지는 이 책의 구성에 노숙에 대한 냉정한 사회와 우리의 시선이 곧 쉘터가 아닐까? 하는 죄책감까지 갖게 되는 『사라지는 아이들』.
사람의 절망은 자신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까지 파괴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거리의 아이가 내 아이라는 한 걸음 나아간 마음으로,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보았으면 한다며 편견을 버리고 진실을 바라보라는 옮긴이의 말처럼 홈리스 청소년들이 어쩌면 마이클 레빈의 '깨진 유리창 법칙'에 나오는 온 내용처럼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우리 사회를 파괴로 몰고가는 깨진 유리창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며 이 책을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