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책
클라이브 바커 지음, 정탄 옮김 / 끌림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아! 이젠 늙었나? 그리 좋아했던 서스펜스류의 영화가 이젠 시시하게 느껴지다니...

왜 살인하는 거야?

왜? 왜? 왜!!!

꼭 살인해야만 하는 거야? 그래야 결론이 나는 거야?

반면,

제대로 책 내용이나 소화는 시킨 거야? 이해는 한 거냐구!!!

두 마음이 나에게 이랬다 저랬다 핑퐁게임처럼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결론은 “그래, 나 이제 늙었어.”

호러물이 시시하다구? 천만에.

웬걸, 그 무서운 내용들을 읽다가 잠들어버렸는데 갑자기 새벽에 눈이 떠지지 뭐야?

그런데 내 첫 눈길이 닿은 것은

악! 

피 뚝뚝 흘리고 뒤돌아선 떡 벌어진 남자 뒷등에 적힌 알 수 없는 낙서와   ‘BOOK OF BLOOD'!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분들에게 경고 하나!

절대 읽다가 잠들지 말 것!

잠깨다가 다시 기절할지도.

임산부, 노약자, 16살 미만 청소년들 절대 읽지 말 것.




올 초에 읽은 김종일 작가의 ‘손톱’이라는 책도 읽고 나서 한동안 내 손톱이 잠든 사이에 어디론가 사라질까봐 일부러 옆으로 자며 손가락을 머릿속에 숨겨놓고 머리로 꾹 눌러놓고 잠들길 여러 번 했는데(10살 난 조카와 같이 동참) 이번에 읽은 서슬이 시퍼런『피의 책』을 읽고 난 후의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 예감에 벌써부터 가슴 졸인다.

아... 이번엔 어떻게든 등짝을 이불에 꼭 붙이고 자야 하나?




누구는 일부러 호러영화나 소설 등을 일부러 찾아서 보고 읽는다는데 나도 한 때 소설은 아니더라도(사실 소설이 더 무섭다. 머릿속에서의 상상은 내 머릿속에서의 상상인데도 어떻게 내 머릿속에서 그런 상상을 할 수 있단 말이냐? 내가 더 무서워질 때가 있다) 영화는 꼭 찾아서 보고 다녔는데... 별로 무섭지도 않은 장면도 남자애들의 겁먹은 표정 짓는 것과 싫어하는 내색 역력한 얼굴 비칠 때의 그 형언할 수 없는 즐거움이란... 그런 맛에라도 봤었는데 이젠 일부러는 찾아보지 않는 겁쟁이가 되어버린 건가.




제목부터 섬뜩한 『피의 책』. 제목은 무척 맘에 든다. 간단 명료! 서스펜스 호러소설 제목으로는 제격이다.

왠지 이 책을 읽다 보니 내 옆에 바늘과 실 꾸러미가 있어야 할 것 같고(갈갈이 찢겨진 유해의 장면 때문에) 얼음물 탄 차가운 물을 한 드럼통 곁에 두어야 할 것 같은데 뜨거운 물을 옆에 놔두어야 할 것 같은(이중성을 띈 나의 모습 하나는 심장병 걸릴 것 같이 두근거리는 가슴과 목구멍까지 솟아오른 공포의 두려움 때문에 연신 차가운 물을 들이 키고 싶지만 오싹한 서늘함에 뜨거운 물이 더 나을 것 같은 것 하나, 또 하나의 나는 점점 빠져드는 소설 내용에 점점 과하게 상상하는 섬뜩함이라니...) 누군가 내 옆에 어슬렁거리는 것도 싫어진다.




9편의 단편을 모은 『피의 책』. 만약 이 책이 단편이 아닌 9편의 단편이 모두 하나로 묶여 얽히고설킨 호러소설이었다면 작가는 어떻게 풀어냈을까? 또 그것을 읽는 독자들은 과연 책 한 권을 제대로 다 읽어낼 수 있었을까?

하지만 단순하고, 잔인하고, 명쾌한 무서운 것이 장점인 『피의 책』.




죽은 영혼들의 영매사라고 사기치고 다니는 젊은 남자. 그 남자의 몸에 피와 상처를 내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놓는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그 남자의 몸이 ‘피의 책’이 된다는.... 상상할수록 오금이 저리는 섬뜩한 내용.




죽은 자들이 그의 온 몸에 글을 쓰고 있었다.

종이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온 몸에서 머리카락과 체모를 뽑았다.

그는 피의 책이었다.

여기 피의 책에 쓰여진 이야기들이 있다.

읽으라. 그리고 맘에 든다면 배우라.




또 하나의 엽기적인 장면.(야터링과 잭)




오븐 안에 있는 칠면조는 잡아먹힐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불판에서 이리저리 펄쩍거리는 바람에 육즙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녀석은 파삭한 날개를 가련할 정도로 마구 퍼덕거렸고, 발로 오븐의 천장을 마구 두드려댔다.

이윽고 칠면조가 문이 열린 것을 알아챘다. 그러고는 이것저것 채워진 몸통 양쪽으로 날개를 쭉 펴더니 마치 살아 있는 칠면조처럼 고꾸라지듯 오븐 밖으로 뛰어내렸다. 양념과 양파 즙을 질질 흘리면서 그 머리 없는 칠면조가 사방을 퍼덕거리며 돌아다녔다. 아무도 그 빌어먹을 칠면조에게 너는 죽었다고 말해주지 않아서 그러는 모양이었다. 그 와중에도 베이컨이 끼워진 등살은 지글지글 끓고 있었다.




저자의 어떤 상황에 대한 장면묘사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마도 어릴 때 만화영화를 너무 본 것 아닐까?




『피의 책』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기분은?

참 이상하다. 공포영화를 두어 시간 정도 보고 난 끝의 차분하고 냉정해지는 마음이랄까.

눈을 감으면 그 장면들이 나를 덮쳐올 것이 뻔한데도 눈을 뜬 바로 그 상태의 마음은 얼음장처럼 차분해지는 그 현상은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