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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위대한 패배자들
임채영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국사시간에 배웠던 『조선의 위대한 패배자들』에 등장한 인물들에 대해 역사시간에 배웠던 지식을 그대로 믿고, 믿었다기 보다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남겨놓은 채 이제껏 그것을 막연히 떠올리곤 했었다. 그것은 역사드라마 등에 그들이 등장하면 배웠던 이미지만 그대로 간직한 채 새삼 다르게 생각한 적도 없었고 그들의 행동과 생각을 굳이 전후좌우 전반적인 상황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든 그렇지 않았든 입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아 부정적인 이미지의 공식을 그대로 적용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조선의 위대한 패배자들』에 소개되어진 혁명가의 일생, 정도전, 풍운의 혁명가 조광조, 짧은 재위, 긴 유배생활 광해군, 반봉건, 반외세 깃발을 높이든 녹두장군 전봉준 등 15명의 인물들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온 인물들은 내가 역사에 대한 지식이 아주 짧지만 책의 내용을 읽다보니 그들의 사상과 이념, 행동은 패배라고 말하긴 곤란하고 그들이 살았던 시대에 타인에 의해서 죽임을 당하고 사라지고 한 것이 패배자이기 보다 물론 결과론적으론 시대의 흐름에 그들은 패배하였지만 그들은 제목처럼 ‘위대한 패배자’였던 인물로 다시 재평가 받아야 할 인물들이었다.
일례로 방랑자 김삿갓으로 많이 알려진 김시습은 정치적으로 보았을 땐 초야에 묻혀 살며 부정당한 시대적 현실에 맞서 싸우는 등의 행동은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가슴에 한과 울분만 간직한 채 수많은 시와 소설 등의 글로서만 세조의 왕위찬탈에 저항하여 각종 기행과 전설만 남겨 패배자로 구분되었는지 모르지만 한 문인으로 바라보았을 땐 그는 ‘매월당집’, ‘금오신화’ 등의 탁월한 소설과 시로 선가의 교리를 유교적으로 재해석하여 불교사상과 유교사상을 결합한 새로운 학문의 길을 새롭게 터놓아 퇴계 이황 등의 당시 유학자들에게 집중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하여 그의 열린 사상은 타고한 선구자임엔 틀림없었듯이.
이 같은 경우를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터닝 포인트’를 잘 했다고 말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김시습이 다른 양반 선비들처럼 정치권에 뛰어들었다면 그 같은 뛰어난 업적을 이룰 수 있었을까? 아마도 학식은 뛰어나지만 행동이 앞서지 못한 음주가무에만 열중한 비겁한 정치인이 되었든지 아니면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누군가의 계략과 모함으로 유배지로 귀향살이를 갔던지 사약을 먹고 일찍 죽었을지도 모른다.
금오신화를 보면 남녀간의 사랑으로 인한 애닮은 내용과(이생규장전), 주사위를 던져 이겨 소원이었던 배필을 만났지만 귀인의 죽은 딸이 현신한 영혼과의 결혼으로 지리산으로 약초를 캐러간다고 하여 소식을 끊었다는 현실 도피성 소설(만복사저포기), 용궁의 연회에 참석해서 귀한 물건(구슬, 비단)을 선물받고 귀한 곳을 구경하는 꿈을 꾸고 세상의 부귀와 명예를 찾는 대신 깊은 산으로 숨어 산다는 내용의 용궁부연록 등의 내용으로 보았을 때 다분히 몽환적인 김시습의 성향으로 보았을 때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짐작일 뿐이다.
패배자라는 이름으로 역사의 무대에서 제대로 기록에도 남겨지지 않고, 왜곡된 기록으로 이어진 15인의 인물 외에도 기록조차도 없는 채 살았음을 인정받지도 못했던 수많은 우리가 모르는 수장된 위인들도 참 많을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을 자신처럼 잘 아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한다. 위인들을 보면 자신의 장기를 일찍 발견하여 잘 발휘한 사람들이 성공함을 볼 수 있다. 『조선의 위대한 패배자들』에 소개된 인물들도 책에선 패배자이지만 다른 분야에선 그에 포함된 인물들도 있다.
역사의 왜곡으로 또는 한쪽의 시각으로만 바라봐 잘못 알려졌든 아니든 우리는 충신들도 패배자들도 간신배들까지도 역사속의 인물로만 인식한 액자 속의 인물들로 바라보지 말고 다양한 각도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열린 시각을 가져보는 것도 이 책이 주는 메시지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