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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 개정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삶이 왜 팍팍할까?
이렇게 질문하면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한심하다고 바라보고는... “넌 아직도 그 나이되도록 그것도 모르냐?” 라는 즉각적인 질시의 핀잔을 받을게 뻔할 것이다. “그러니까 넌 아직도 고생을 모르고 살았다는 말을 듣는거야” 라든지.. 어쨌든 질문에 대한 반응의 대답은 고운 대답을 듣긴 틀린 것일 게다. 더군다나 나이가 나이인 만큼.
하지만 그 질문을 했다고 해서 질문을 한 사람이 고생을 모르고 자란 온실 속의 화초인 존재만은 아닐 것이다. 단지 사람마다 각각 다른 기준의 팍팍함이지....
한 가지 분명한건 저마다 삶이 팍팍하다고 말해놓곤 정작 팍팍한 사람들끼리 오고가는 온정 속의 주고받음은 드물다는 것이다. 너무 강퍅해진 마음 때문일까? 나이 들어 더 어려운 점은 점점 더 강퍅해져가는 마음을 말랑말랑한 스펀지 같은 마음으로 조금씩이라도 바꾸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는 것을.
그렇다고 세상에 얼토당토한 것을 욕심부리는 것도 아닌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그저 내 한 몸 적당히 편안하고 적당히 즐길 아주 소박한 꿈?을 갖고 있는 소시민인데도 말이다. 세상은 그처럼 약간의 편안함도 조금도 허용하고 싶어 하지 않는 얄궂은 심술궂음이 분명히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세 주인공들도 극히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하고 그들은 저마다 소망하는 것도 아주 소박하기만 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큰 욕심없이 평범하게 적당히 잘 살 수 있기만을 희망하는 소박한 삶을 사는 그들인데 그들에게 떨어지는 운명의 가혹한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버스를 타고 비탈길을 가속도가 붙어 질주하는 것처럼 원치않는 삶의 형태로 자꾸 치닫고 마는 서러운 인생을 그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오쿠다 히데오 작가는 강퍅한 세상을 삶을 너무나 잘 표현하는 작가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소설에 대해 코미디 같다는 말도 하지만 난 그의 소설을 읽고 킬킬거리고 웃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진지해지면 진지해졌지!
그의 진지한 글 속에는 작가특유의 날카로움과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 특유의 편안한 인생관이 묻어 나온다. 처절한 이야기일지라도 그의 소설은 독자들을 지옥의 소굴로 한없이 빠뜨리다가도 저자 특유의 유머스러운 관조적 표현이라든지 (평범한 코미디 같은 유머는 아니지만 가끔 허를 찌르는 유머가 불쑥 튀어나온다. 저자의 특이한 이력인 카피라이터 출신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카피라이터는 아주 짧은 글로도 읽는 이들의(소비자) 마음과 느낌을 확 잡아채기 때문에) 감각적인 표현들을 굳이 표현하지 않지만 임펙트는 강한 작가의 글은 읽는 이들에게 작가의 생각을 강요하는 부담을 주지 않는 덤덤하게? 시종일관 객관적인 관점으로 소설 속의 주인공들의 삶을 바라보고 표현하고 있다. 인간으로서 그 상황에 닥치면 저절로 행하게 되는 일종의 자기보호의 일부랄까? 위선, 비겁 때론 의로움, 선함, 악함 모두가 드러나는 인간의 삼라만상과 함께 『최악 』은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그려지고 있다.
어쨌든 『최악』이라는 장장 600페이지에 걸쳐 서술된 이 책은 세 명의 인간군상이 주연급으로 출연되는데 그들 각자의 최악의 상황은 세 명 모두 다 입장도 다르고 생각도 달랐고 행동도 달랐다. 그들의 최악의 상황은 책으로 읽으면 알 수 있을 것이고 처음에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단맛을 뺀 초콜릿 같다는 것이었다. 쓴맛이 강한 씁쓸한 맛이 먹고 나서의 혀끝에 남은 씁쓸하면서도 입안의 침이 섞인 묘한 씁쓸함은 한동안 여운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점점 초콜릿 맛은 느껴지지 않고 목이 마르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갈증의 목마름은 해갈하고 싶은 가슴을 펑 뚫어야 하는 시원함을 강구하는 그런 것이었다. 이렇듯 인생의 단맛, 신맛, 쓴맛 모두가 어우러진 최악의 상황은 읽는 이들의 갈증 정도에 따라 그 강도가 틀릴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끝 말미에는 구름 속의 하늘 같이 그 속에 감춰진 반짝이는 햇살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하는 작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희망으로 끝을 맺는다.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난 세상의 참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의 해갈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