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 - 모던걸과 모던보이를 매혹시킨 치명적인 스캔들
이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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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지금 나의 심정은 ‘착잡함’이다.

절로 한숨이 나오고 절로 고개가 숙여지며 절로 창밖의 어둠을 물끄러미 쳐다보게 된다.

정열을 담은 진주홍색 빨간 표지에 까만 점박이 나비. 지성미 넘치는 색감의 조화인 상단엔 까만 반팔 상의와 진초록 치마로 무척 세련돼 보이는 원피스에 까만 굽 낮은 구두에 짧은 커트 퍼머 머리에 진주목걸이를 한 뒷짐 지고 오롯이 서 있는 신여성. 뭐가 부끄러운지 자신의 손을 등 뒤로 감추고 서있어 무엇을 숨기고 싶은 걸까?라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의 주인공인 그녀들은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 근대 조선사회에 한반도가 충분히 들썩거리고도 충분했을 스캔들이라고 표현해도 될까? 그 당시의 사건들을... 사실 스캔들이라고 말하긴 싫지만 제3자인 대중들에게 당시로선 그렇게 생각되고도 충분할 연애사건들. 꽁꽁 막혀있었던 폐쇄적인 조선으로선 가히 뜨거운 논쟁거리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를 살고 있는 나로선 그때의 그 연애사건들이 오히려 내 가슴을 뜨겁게 불지른다. 그들의 당시로선 당돌함에, 당당한 사랑에, 또한 자신의 사랑에 대한 당당한 요구에 !!!

아무런 제약도 없는 현대를 살고 있는 나도 그들처럼 뜨거운 연애는 못해봤는데, 아니 오히려 도망가기 바빴으니... 나는 비겁함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난 나의 차가운 심장이 가져다준 비극이라 표현하고 싶은데...

무거운 돌덩이를 가슴에 담은 그녀들이 오히려 부럽기만 하다. 아니 내가 가슴 속에 무거운 돌덩이가 들었을 것이다.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을 쓴 이철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1920,30년대는 ‘연애의 시대’였다고 한다.

하지만 소수인들만이 누렸던 연애라서 그랬을까? 자유연애가 미쳤던 그래서 뜨겁게 논쟁도 벌였던 연애의 영향은 지금보다 훨씬 뜨겁게 논쟁되어 지금처럼 남녀노소 누구나 하는 연애가 시시하기만하고 더욱더 자극적인 남들의 스캔들만 캐기 바쁜 이상하게 변질되어진 연애사건들 보다 더 애절하다. 지금이나 그 당시나 비슷한 연애사건들은 당시에는 ‘돈 연애, 밥 연애, 개 연애, 뱀 연애’라는 단어까지 횡행했을 정도였다니... 연애에 대한 용어가 좀 특이하고 우습게 들린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나뉘어져 경성을 울린 비극적인 연애 사건, 경성을 뒤흔든 낭만적인 연애사건, 경성 연애의 색다른 충격적인 연애사건인 동성연애 사건, 경성을 붉은 색으로 물들인 혁명적 연애사건 등으로 나뉘어 11편의 각각 다른 연애사건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관심 가졌던 내용은 한국 여성 최초의 유학생이었으며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소설가였던 ‘여성 화가 나혜석’이었는데 정말 소설 소재로도 쓰이고도 남을 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간 그녀가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과는 달리 정작 자신의 속마음은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품었으면서도 한편으론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 유학 시절 만났던 가슴 뜨거웠던 사랑 최승구, 그리고 죽음. 김우영의 뜨거운 구애로 인한 결혼과 신혼여행에서 최승구의 묘소를 찾아 비석을 세우고 그와의 영원한 이별을 맹세했던 일. 하지만 김우영과의 정서가 맞지 않았던 그녀는 남편과의 세계여행 중 파리에서 만난 한때 독립만세운동 당시 민족 대표 33인으로 활동하였다가 배신한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냈던 최린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빠지고 그로 인해 결국 이혼을 당하고... 그리고 남편의 재혼과 최린의 무책임한 행동. 그리고 행려자로 생을 마감한 비참한 죽음.

시대를 앞서 살았던 선각자로 살다간 나혜석. 그녀의 삶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1920년대의 모던 보이, 모던 걸들의 서구식 교육의 혜택과 서구 사상의 심취, 그들의 일상과 가치관의 차별성이 가져온 결과라고 해야 할까?




어쩌면 그녀의 타고난 부유한 환경 속에서의 누림과 그 속에서의 자신의 재능을 맘껏 발휘하고 뭇 남성들과의 동등한 겨룸이 스캔들로 이어지지 않고 한 가정의 어머니로서, 며느리로서, 조강지처로서의 삶과 여류화가로, 소설가로, 시인으로의 슈퍼우먼의 삶이 같이 맞물려 어우러졌더라면 신사임당처럼 위대한 어머니로, 성공한 여성으로서 도덕적인 현모양처로 평가되어 역사적인 선구자로 한 자리를 차지했을 텐데....라는 鼻笑를 지으며 씁쓸한 마음을 달래 본다. 하지만 나혜석의 용감했지만 완전하진 않았던 그녀의 삶을 제 삼자가 어찌 탓할 수 있을까?




20세기 초반 한반도는 정치, 경제적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급진적인 문화적 정신적 변화를 겪었다. 왕조는 사라지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면서 함께 들어온 서구의 사상은 많은 정체성 혼란을 가져다 준 격동과 혼돈의 경성 시대. 봉건적 도덕윤리와 맞물려 자유연애와 동성애 등의 등장과 그 주인공들의 대부분의 결말은 자살과 비극적인 최후였다.

시대적 특성과 그 결말은 어느 정도 예상되어진 것들이었겠지만 21세기 초반을 살아가고 있는 나로서는 지금의 문화, 경제, 정치적 변화와 글로벌 시대를 주창하며 20세기의 강대국에서 21세기의 강대국의 변화, 또 그것들의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하는 이 시점에 과연 지금의 이슈들이 훗날 어떻게 평가되고 거론될지 실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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