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많은 금기 ㅣ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1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호시 신이치만의 기발함이 돋보이는 '쇼트-쇼트' 스토리
글을 어렵게 쓰는 작가가 글 잘 쓰는 작가라고 할까? 아니면 만화처럼 술술 잘 넘겨지는 글을 쓰는 작가를 글 잘 쓰는 작가라고 할까?
물론 장르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 같은 내용도 물 흐르듯이 술술 잘 읽히는 글을 쓰면서 공감도 잘 불러일으키는 작가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마치 같은 교과내용을 가르치더라도 어렵게 푸는 선생님이 있고 쉽게 푸는 선생님이 있듯이.
'쇼트-쇼트(초단편 소설)'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일본의 SF 작가 호시 신이치.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수많은 금기’로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왜 그의 책을 읽고 난 후에 독자들이 그의 광팬이 되는지 알 것 같았다.
처음엔 그의 이력 중 SF작가 호시 신이치라는 소개 글에 SF소설을 그다지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나로서는 약간의 걱정이 있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SF소설의 답답하고 무겁고 어둡고 암울한 4차원세계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군상, 고차원 우주세계에서 이리저리 맥을 못 쓰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인간군상의 이상한 SF이미지) 전혀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톡톡 튀기도 하며 역전과 반전의 결말은 무릎을 탁치게 만드는 재치로 가득한 때로는 삶의 지혜까지 깨우치게 만들고 마는 그의 저력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
한마디로 “무척 재미있다.” 라고 말하면 너무 평이한 말이 되겠지?
하지만 그의 작품 앞에서 이런 어쭙잖게 어리광도 부리고 싶은 만큼 만만하고 속내를 말하며 장난치며 이야기 하고픈 인생 상담도 들어줄 것 같은 편안하고 위트 가득한 작품이다.
만화같이 키득거리게 만들기도 하며 한번 읽기 시작하면 좀처럼 손에서 떼기 싫을 만큼 중독증상이 강한 그의 작품은 책 표지날개에 박혀있는 그의 사진을 통해서도 그가 얼마나 소설만큼 품성 좋은 호인일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인상만 보고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작품을 통한 느낌을 보아도 과히 크게 틀리지는 않을 듯 싶다.
이렇게 과도한? 칭찬도 하고프게 만드는『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수많은 금기’』는 12p, 16p정도의 16편의 짤막짤막한 글들로 엮여진 ‘쇼트 스토리’이다.
적당히 균형 잡힌 무게감을 담은 단편들은 쭉 읽다보면 어느 정도 나만의 결말을 생각하며 읽게 되는데 갑자기 반전의 내용이 탁 터져 나오는 결말에 그야말로 “헉”하는 소리를 저절로 하게 만들며 “흐흐”라는 어이없는 웃음을 만들기도 하고 “역시 호시 신이치야” 라는 감탄과 함께 그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어디서 그런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나올까? 그의 성장기는 어땠을까? 라는 호기심으로 나의 오지랖을 마구마구 유발시켜 버리고 마는 저력이 있다.
아마도 그의 글을 읽고 나면 세상의 갑갑함에서 벗어나 넉넉한 마음을 다시 찾은 듯한 느낌을 받아 그만의 매력을 한껏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