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은 동네
정진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마을’은 헌책방이나 고서점이 모여 있는 동네를 말한다. 1962년에 영국 웨일스 헤이 온 와이에서 리처드 부스가 성을 사들여 헌책방을 크게 열면서 세계 최초의 책마을을 선언하고 나섰다. 인구 1천3백 명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37개의 헌책방과 16개의 갤러리가 있는 이곳은 이제 책마을 종주국으로서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농촌의 발전과 관광을 위한 하나의 모델로 제안되었는데, 가장 성공적인 새로운 관광산업 중의 하나가 되었다. 많은 나라에서 영국의 헤이 온 와이를 모델 삼아 책마을 운동에 동참하고 있어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유럽 전역은 물론 일본, 말레이시아, 미국 등 전 세계에 책마을이 조성되었다. 책마을은 지방문화의 활력을 도모하는 정치실험이자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동참을 요구하는 사회운동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우리들에겐 아직은 꿈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너무 부러워 책을 덮고 당장 달려가고 픈 마음이 간절했던 '책마을'이야기.
내가 살고 있는 지구상에 그런 마을이 있다니... 놀랍고도 신기하고 별나라 세계인 것만 같아 아직은 정보수집의 미숙함에 또 한번 반성해 본다. 이 책은 소설책도 수필집도 명상집도 아닌 것이 내 마음을 어찌 그리 흔들고 가슴아프게 하는지 눈물이 날 정도이다. 내용이 슬퍼서도 아닌데 내 맘 속에 꽁꽁 숨겨져 있던 꿈이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꿈틀꿈틀 움직여져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은『유럽의 책마을을 가다』는 책마을이 있는 유럽에서조차 출간된 바 없는 최초의 책마을 순례기라고 하는데 이 마을은 그동안 몇몇 곳이 신문에 소개되기는 했었지만 책마을을 두루 돌며 사람들과 오래된 책의 흔적을 좇아 본격적으로 책으로 엮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저자는 2007년부터 2008년 초봄까지 1년에 걸쳐 유럽 곳곳에 박혀 있는 스물네 군데 책마을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오래된 책과 책을 사고파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124컷에 달하는 사진과 함께 어우러진 이 책은 작가 덕분에 우리들은 편안하게 가만히 앉아서 작가의 발자취와 함께 하며 머리 속의 상상의 여행을 하게 된다. 때때로 작가의 우리나라의 출판 현실에 대한 따끔하고 날카로운 지적과 일부 편집인들과 디자이너들의 근본을 무시한 기본도 없는 기초공사 부실에 얄팍한 현실의 흐름에 대한 감각만을 쫓아가는 작업으로 디자인 결과가 주는 황당함과 무식함에 저자만의 날카로운 지적은 그 분야에 발을 담구고 있는 나로서는 따끔한 일침같은 호된 질책에 그동안의 허튼 작업에 대한 책임감에 가슴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지금 현재 우리들은 1960년대의 새마을 운동을 해야 하는 시대도 아닌데 아직도 먹고살기에만 바빠 허덕거리며(?) 사는 삶은 '독서'라는 것을 막연히 해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늘 머리속에는 있지만 정작 잠깐의 쉬는 시간에도 우리들은 책이라는 걸 손에 쥐지 않고 닌텐도나 핸드폰 속의 DMB방송, PDA속의 게임, 영화 등의 감상으로 휴식시간을 갖는다. 독서도 얼마든지 게임과 영화처럼 휴식같은 달콤함이 물씬 담겨있는데 책이라는 것을 한낱 참고서라든가 수험서로만 받아들여 '머리아픔'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참 신기하다. 왜 책을 읽지 않느냐는 말에 독서는 나중에 늙어서 할 일이 없을 때 하는 마지막 보류의 카드로만 생각해 '독서'라는 것이 심심풀이 땅콩이던가? 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답만 전달되니 아마도 책 속에 뼈아픈 가시가 박혔나 보다.

뭐..굳이 핑계를 대자면 이제껏 우리나라의 교육부 행정이 잘못되었다고 탓해야 할까? 아직도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독서경연대회'라는 것을 하여 책 몇 권을 선정하여 그 책에 나온 내용의 일부를 발췌하여 또 다른 시험형식으로 치르고 최종 결전을 벌이니 엄마들은 자기 아이들이 1등하기만을 바라며 엄마들끼리 책 속의 문제를 따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독서경연대회의 좋은 점수를 위한 '도우미'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러니 아이들은 책 속의 진리를 찾기 보다는 또 다른 교과과정으로만 받아들이고 외워야 할 것만 더 늘은 셈으로 아이들에게 또 다른 숙제의 과중감만 안겨주니 아이들이 책이라는 것과 어찌 친해질 수 있을까? 한심하고 어이없을 따름이다.

 

작가는 유럽에서 살기도 했고 유럽을 다니다 보니 우리들의 극단적인 엘리트 문화와 또 다른 극단에 있는 대중문화의 득세로 막상 건전하고 평범하며 있는 그대로의 생활이나 문화가 무시당함에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한다. 수치상으로는 높은 경제수준과 교육수준으로 그럴 듯 해보이지만 부끄러운 독서문화, 우리네 문화의 홍보와 보급 또한 전무하여 아직도 우리나라는 아메리카의 속국이거나 분단된 나라, 잘 훈련되고 동원되는 사회에서나 가능한 체육대회를 치른 나라로만 알지 개성적이며 독창적인 문화가 있는지는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불균형은 우리 사회에서 책과 독서의 비중에 비해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은 고사하고 관심이나 배려가 턱없이 부족하여 헌책방이라면 거의 '3D' 업종쯤으로 여기니 유럽의 헌책방에서 고서적까지 두루 두루 다니면서 상당한 전문성을 갖춰나가고 있는 모습과는 고약하게 다르다는 작가의 말에 앞으로 다가올 멀지 않은 미래의 사회는 점차적으로 문화적 컨텐츠의 다양함을 요구하는 사회로 감에 있어 작은 준비부터 하나하나 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근시안적인 정책에 걱정되기까지 하다.

 

'우리나라에서 책값은 얼마던가? 아니, 수박 한 통은 얼마더라? 등심 1인분이 얼마인가? 운동화 한 짝에도 7만~8만 원은 된다. 아직도 끄떡없는 염천교에서 인두로 지지던 식의 중고 구두라도 몇만 원은 한다. 그렇다면 우리 현실에서 책은 헌 신발짝 값만도 못하다. 중고 서적은 대체로 무게로 저울에 달아 유통된다. 출판인이나 저자 편에서는 국민 수준이 낮다고 하고, 국민은 책이 제값을 못한다고 의심한다. 아무튼 도서의 하향평준화는 분명하다. 수많은 시간과 지성을 쏟은 저자나 역자의 책이든, 시정잡배가 대필시켜 쓴 책이든 종이 값이나 쪽수로서 정가를 맞춘다. 지성과 정신노동의 가치를 이렇게 경시하고 저평가하는 사회에서 사상의 향기는커녕 타인의 생각을 거울로 삼아 자신을 도야하며, 바람직한 인내심 같은 것을 키울 여지란 기대하기 어렵다. 큰소리치는 사람이 이기는 법이니, 시적인 표현을 제외하면 아예 상스러운 고함조차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읽어야 하는 소리 없는 대화로서 독서의 미덕을 누가 옹호할까? - 63p-

 

마을 주민 전체가 중심이 되어 책마을 잔치를 여는 스위스 생피에르 드 클라주, 전국 각지에서 책과 골동품을 들고 와 잔치를 벌이는 스위스 마스 다주네. 저자는 남과 북이 매년 단 하루라도 함께 모여 책마을 잔치를 벌일 수 있기를 꿈꿔 보기도 한다.

'책과 이야기를 사랑하는 마음, 우리의 삶과 앎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 이런 지혜로운 사람들이 책마을에서 만났던 사람들처럼 자연적으로 만날 수 있을 날을 고대하며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픈 내 마음을 두드린 소중한 책을 쓰신 정진국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 본다.


 

인상깊은 구절

'칼이 아니라 펜을 놀려 싸우는 평화로운 전쟁터는 지성과 감성이 다투는 터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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