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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밤중에 행진’에 이어 『스무 살, 도쿄』로 두 번째 만나게 된 오쿠다 히데오!
책 표지의 파스텔 톤의 Yellow와 잘 어우러진 톡톡 튀는 표지의 색감들은 책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린다.
그의 소설을 만난 첫 느낌은 좀 가벼워 보였지만 읽다보면 깃털처럼 하늘거리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젊음의 좌충우돌 같은 풋풋한 삶을 그처럼 담백하게 잘 표현한 작가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이 소설은 70년대 말부터 80년대 후반까지 주인공의 스무 살의 젊음의 열정과 치기를 먼지처럼 흩날리며 1978년, 1979년, 1980년, 1981년, 1985년, 1989년의 6일간의 삶을 단막극처럼 구성해 주인공이 그 나이에 겪은 이야기를 그만의 독특한 짧은 문체로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중에서 주인공 ‘히사오’의 카피라이터로 지낸 직장이야기는 나의 지난 시절과 비슷한 점도 많아 옛 동지를 만난 듯한 친근감과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그때 그 시절의 힘들었지만 추억이 가득한 시절을 떠올리게 되어 읽으면서 웃음짓게 된다. 작가 또한 기획자로, 잡지편집자로 또 카피라이터로 지냈던 그의 오랜 경력이 이 소설을 통해 전달되어져 자전적인 경험담 같은 이야기는 주인공의 카피라이터로서의 고충과 작은 디자인사무실에서 근무함에서 오는 소소한 문제들을 억지스러움 없이 잘 표현되어져 있다고 느껴진다.
지금은 디자이너든 카피라이터이든 모든 일을 컴퓨터로 작업해서 디자이너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느낌대로 디자인 작업을 자신의 생각대로 컴퓨터 화면을 보며 레이아웃 할 수 있지만 80년대에는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러프스케치를 하고 그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글자는 일일이 사식자라고 하여 카피라이터가 헤드라인과 본문내용을 결정하고 나면 그 내용에 대해 글자를 수동기계로 일일이 타이핑해서 폰트지정과 급수(폰트 크기), 장평까지 일일이 지정하여 그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으며 사진 또한 일일이 크기를 지정하여 수동으로 스캔 받아 레이아웃 화판에 직접 잘라 붙이고 최상의 위치로 이리저리 옮겨 붙이는 등 번거롭고 힘든 작업과정이 많았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시간과 돈으로 직접 연결되어져 하나를 제대로 결정하기까지 고심의 고심을 했던 기억이 있어 지금 생각하면 그때 어떻게 그 일들을 겪었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기억이다. 철야도 밥먹듯 수시로 하고 몰골은 말이 아닌 채로 다니기도 하여 때론 그 몰골을 즐기기까지 했었다.
물론 나는 그런 수동 작업 과정을 오랫동안 겪진 않았지만 선배들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들의 신화같은 이야기는 밤새는 줄 몰랐다.
‘스무 살 청춘’ 그 시절을 문학에서는 또한 나이가 든 사람들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청춘’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정작 스무 살 청춘에 접어든 그들은 그들의 나이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는 의미를 알지 못한다. 오히려 눈물겹도록 지겹고 어디로 튀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 원망스럽고 지겨울 뿐이다. 자신의 내부에 끓어오르는 용광로와 현실의 얼음장 같이 차가움은 스무 살의 뜨거운 열정이 어디로 튀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어져 그래서 시시때때로 사사건건 좌충우돌 ‘탈출’을 시도해 보지만 왜 그리 어렵고 힘들기만 하던지... 하지만 유일한 나의 소통구가 되어주었던 ‘디자인 작업’에서만큼은 주인공의 한 줄의 카피를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와중에도 늘 카피의 구상과 모티브를 삼을 그 어떤 것을 찾기 위해 한시도 그것에서 생각이 떠나지 못했던 것처럼 나 또한 그 짓(?)을 수없이 반복하면서도 해결하고 나서의 성취감에서 오는 쾌감을 결코 잊지 못해 늘 마약하는 사람처럼 늘 무언가를 찾고 또 찾았었다.
『스무 살, 도쿄』!
이 책은 이 책을 읽는 독자 저마다의 20대의 삶의 기억을, 추억을 이 책을 통해 떠올리게 되어 그땐 그것들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청춘의 삶이었구나‘ 라고 새삼 떠올리고 기억하게 될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또한 지금 20대라면 이십여년전의 이십대의 삶의 행태와 지금의 행태에 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이십대 특유의 생각과 격정의 열정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