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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탄생 - 현상과 실재, 인식과 진리, 인간과 자연에 던지는 첫 질문과 첫 깨달음의 현장
콘스탄틴 J. 밤바카스 지음, 이재영 옮김 / 알마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 강원도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여기저기 다니다가 잠시 유명하다는 계곡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 계곡 주변에서 걷다가 문득 물 흐름에 어떤 일정한 규칙이 있는 듯하여 물 흐름을 지켜보고 싶어 엎드려 계곡 물의 흐름을 하염없이 바라보게 되었다. 그런데 신기한건 물이 직선으로 한 방향으로만 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물론 바다가 아니니 주변의 바위나 자그마한 돌덩이 때문에 그 물은 거쳐거쳐 흘러감에 자연적으로 일직선으로 가지 못하는 것도 있었겠지만 그 당시 물이 쭉 내려오다가 밑으로 떨어지는 작은 계단 언저리 바로 못 미쳐 바위와 바위 사이에 한참을 맴돌며 회오리처럼 휘감기다가 밑으로 흘러가는 걸 보며 '변화'와 '순리'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다른 자리로 이동함에 한참을 맴돌며 주변을 어우르다가 목적지점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고 어떤 것은 빠르게 당도하고 어떤 것은 물 밑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가 다시 한참을 맴돌고 난 후에야 다음 지점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세상의 흐름은 보이지 않는 순리와 법칙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과 삶은 물같다고 한 어느 지인의 말이 떠올라 그 자리에 엎드려 한참을 생각에 잠겼던 기억이 난다.
철학! 그리스어의 Philos(사랑)과 Sophia(지혜)의 합성어인 Philosophia에서 유래된 Philosophy를 풀이하자면 '지(知)'를 사랑하는 것, 즉 ‘애지(愛知)’의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철학(哲學)의 ‘哲’이라는 글자도 ‘賢’ 또는 ‘知’와 같은 뜻이다.
이와 같이 철학이란 그 자의(字義)로 보아서도 단순히 知를 사랑한다는 것일 뿐, 그것만으로는 아직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인지 정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철학자도 진리를 추구하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철학은 과학과도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철학을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철학은 세계의 흐름을 바라보며 그것의 법칙과 그 현상을 이해하면서 어떻게 참다운 삶을 영위 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며, 삶의 의미를 반성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즉 우리가 왜 사는가와 같은 아주 근원적인 문제를 따지는 학문이라고 할까?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과 같은 문제는 세상을 둘러보는 것이다. 즉 철학은 현상에 대한 탐구가 아닌 본질에 관한 탐구로써 인간 행위의 본질적 의미를 탐구하는 우리의 존재의 의미, 삶의 의미, 인생의 가치와 목적 등 주체적 생존에 가장 중요하고 이상적인 것에 관한 탐구를 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철학이 서양에서 처음 시작된 것은 기원전 6세기의 이오니아 해변에서부터였다고 한다. 그것은 상업과 전쟁 등으로 인해 이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와 관념들이 만나면서 전통의 권위가 강하지 않았고 이집트와 수메르, 트라키아, 동방국가 등의 과학과 신화와 종교에 접할 기회도 많아졌으며 그리스에서 사제 집단도, 성스러운 경전도 따로 없었다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했을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다양한 지역과 민족의 문화를 만날 수 있었고 상대적으로 전통과 권위로부터 자유로웠던 그리스 사람들은 자연의 기적 앞에서 저마다 경이로움을 느끼며 관찰과 탐구로 이어가 이것이 '서양철학'의 탄생의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참 재밌는 현상은 기원전 600~500년 무렵엔 중국에서는 공자와 노자가, 인도에서는 우파니샤드, 부처, 페르시아에서는 자라투스트라, 팔레스타인에서는 성서의 예언자들이, 그리스에서는 호메로스와 철학자 등이 활동했으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시대의 흐름엔 철학의 기운이 넘쳐흘렀었던가 보다.
서양철학은 기원 전 600년경 그리스에서 부터 비롯되어 5~6세기까지의 철학을 말하는데, 그 시기가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으로 이 시기는 자연에 관해 관심이 많아 자연철학이라고도 불리운다. 고대 그리스의 초기 철학자들의 관심은 자연세계의 본질에 관한 것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존재하는지, 존재의 기본단위는 무엇인지 알고자 했으며, 그것이 물이나 공기, 불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들의 탐구방법은 관찰과 관찰된 것에 대한 사변이었기 때문에 때로 이들은 경험주의자라고도 불린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란 문자 그대로 소크라테스 이전에 살았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를 한데 묶어서 쓰는 낱말이다. 이 낱말은 처음 독일의 고전 문헌학자 헤르만 딜즈가 이들 철학자의 단편들을 한데 모아 엮은 책의 제목에서 비롯되었는데. 그 뒤, 영어와 프랑스어에서 독일어를 직역하여 그대로 쓰고 있으며, 오늘날 서양 철학사에서 굳어진 낱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흔히 고대 그리스의 자연 철학자라고 불리기도 하며, 또는 그들이 태어난 지방의 이름을 따서 이오니아, 엘레아 철학자 등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1931년 그리스에서 출생한 이 책의 저자 콘스탄틴 J.밤바카스는 『철학의 탄생』 저술 의도를 당시의 사상가들의 길은 단 하나였고 통일되어 있어 그 철학이 세운 지식과 사유의 건물이 잘 구성되고 잘 발달되어 있어 아직 탐구되지 않았던 새로운 지평을 열어보려고 시도하면서 처음으로 철학적 사유와 과학적 사유를 탄생시킨 사상, 수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정신의 혁명으로 부르는 그들의 업적에 가까이 접근하고자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자연과학과 철학의 경계영역을 전문 연구 분야로 삼아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에서 나타나는 자연과학적 사고들과 현대 과학의 인식들을 이 책을 통해 비교서술하고 서양 철학과 자연과학의 뿌리가 되는 기원전 6~5세기 태동기 그리스 철학의 발생, 발전, 인물, 쟁점, 현대철학 및 현대과학과의 접점들을 풀어내 정리하여 연대기에 따라 밀레토스의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 사모스의 피타고라스, 콜로폰의 크세노파네스, 에페소스의 헤라클레이토스, 엘레아의 파르메니데스, 아크라가스의 엠페도클레스, 클라조메나이의 아낙사고라스, 압데라의 데모크리토스에 이르는 철학자들에 대해 그들의 개성과 생애, 저작, 학설, 그들의 저마다의 사상을 어렵지 않게 풀어 써 독자들을 그리스 철학의 시대로 안내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비밀스럽고 경이로운 계시다. 이 세계는 존재자들의 찬란한 계시의 현상이며, 우리는 너무나 작은 존재이기 때문에 이 세계의 영묘한 의미를 파악할 능력이 없다. 어쩌면 우리는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 크리스토스 말레비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