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으로 걸어가 행복하라 - 틱낫한이 전하는 마음챙김의 지혜
틱낫한 지음, 김승환 옮김 / 마음터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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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무엇이 옳고 그른가는 그 기준이 무언가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근거로 한다. 그런데 근거나 기준이 되는 것,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은 어째서 옳은 것일까? 그것의 근거 역시 내가 옳다고 믿는 다른 근거 때문이다. 이렇게 아무리 거슬러 올라가도 그 출발점은 역시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다. 결국 나의 생각, 나의 믿음이 내가 옳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즉 “내가 옳은 것은 내가 옳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셈이다. 이를 불교에선 ‘아상(我相)’이라고 한다.

부처 말대로 ‘정견(正見)’을 세우는 것은 내 견해를 옳다고 내세우는 게 아니라 반대로 그것을 내려놓는 것이다. ‘나는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우리는 다른 생각에 귀 기울이고, 다른 판단, 다른 가치에 마음을 열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야 무엇이 옳은가를 내 기준을 떠나서 판단할 수 있고, 그래야 무엇이 옳은가를 올바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상’을 버리는 것, 혹은 ‘무아(無我)’가 지혜(般若)를 뜻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부처는 지각 있는 삶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다섯 가지 기본적인 도덕을 우리에게 일러주었다. 그리고 틱닛한이 이를 현대화하여 정념 수행으로 재탄생시켰다. 각 계율의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정념이기 때문이다. 정념을 품고 있으면 몸과 감정과 정신, 세계의 흐름을 간파할 수 있으며 자기 자신과 사회에 해가 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정념은 우리 스스로와 가족과 사회를 보호하며 안전하고 행복한 미래와 현재를 지켜준다. 이러한 정념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실천적 표현이 바로 계율이다. 하지만 이 정념 수행은 절대적인 계율이 아니고 마음의 힘과 평화를 키우고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돕기 위한 실천적인 지침이다.


첫 번째 정념 수행에서는 살생을 삼간다. 즉 생명존중으로 이것은 자비심에 대한 수련이다.

부처는 마음이 곧 모든 행동의 근원이라 하였다. 즉 어떤 사람이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생각이 비뚤어지고 혼란과 절망, 분노, 증오가 싹튼다. 여기서 주어지는 임무는 정확한 통찰력을 기르는 것이다. 공존의 핵심적 본질은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마음, 즉 ‘저것은 저것이므로 이것은 이것이다’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마음에 있다. 

두 번째 정념 수행에서는 절도를 삼간다. 여기서 생각해볼 것이 자애이다.

내면의 자애는 에너지의 원천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표현할 길을 찾기 위해서는 깊은 성찰의 도를 깨쳐야 한다. 이 수행의 핵심인 관용을 실천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깊은 실천을 필요로 한다. 단 5분이라도 참된 존재의 상태를 경험한다면 그 시간은 세상의 어떤 선물보다 값진 시간이 될 것이다. 시간은 佛法과 담대함이라는 열매를 맺기 위한 선물이다.

세 번째 정념 수행에서는 성적인 비행을 삼간다.

불교에서는 몸과 마음의 합일을 중요시한다. 몸에 생기는 문제는 무엇이든 마음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몸의 안정은 곧 마음의 안정이며 몸의 위해는 곧 마음의 위해이다. 진정한 사랑은 오랜 약속도 당장의 약속도 필요치 않다. 약점이나 강점을 그대로 받아들여 진정한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

사랑한다면 상대방의 약한 모습을 인정하고 그를 변화시키기 위해 자기 내면의 인내심과 이해력과 에너지를 끌어내야 한다. 사랑은 기쁨과 행복을 불러오는 자애의 능력이자, 아픔과 고통을 승화시키는 자비의 능력이기도 하다.

동양철학에서는 성적 에너지, 호흡의 에너지, 영적인 에너지 이 세 가지 에너지원이 있어 말이든 글이든 행동을 너무 많이 하면 세 가지 에너지원이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므로 에너지원을 보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등을 대고 누워서 심호흡을 하는 것으로 이 세 가지 에너지원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한 가지를 수행하면 나머지 두 가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세 번째 수행의 핵심단어는 ‘책임’이다. 즉 이 정념 수행을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책임감이 결여되어 불자들의 공동체나 일반 사회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어 이 수행은 우리 자신과 가족, 사회의 안정성과 평화를 회복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방법이다.

네 번째 정념 수행에서는 깊은 경청과 사랑의 말로 그릇된 언사를 삼간다.

이 수행을 위해서는 스스로를 깊이 성찰하고 다른 이들을 위해 우리 자신을 내놓으려면 먼저 스스로의 내면에 자리잡은 분노와 절망, 고통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스스로를 자유롭게 놓아주어야 한다. 이 수행을 하기 위해서는 진실이 아닌 말, 과장된 말, 이간질하는 말, 추악한 말 등을 삼가고 실천해야 한다. 이 수행은 보살수행으로 문제가 생겼다면 문제를 오래 방치할수록 해결이 더욱 어려워지므로 깨어있는 말과 깊은 경청을 실천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평화와 이해와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다섯 번째 정념 수행에서는 부주의한 독소를 삼간다.

이 수행의 목표는 정념에 입각한 소비로 우리의 몸은 조상과 부모, 후손들에게 속함과 동시에 이 사회와 살아 있는 모든 존재들의 소유이기도 하므로 자신의 몸을 건강히 지키는 것이 전 우주와 모든 조상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길로 미래의 후손을 배반하지 않는 길이다. 부처가 말하는 세 가지 근원적인 독소는 분노, 증오, 망상으로 이 수행의 핵심은 육체와 의식의 식이요법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등한시하는 도피의 수단으로 명상을 남용해서는 안 되며 집단적 차원의 계몽이 필요하다. 이 수행은 첫 번째 정념 수행과 정확히 일치하므로 육식을 줄이는 것이 그 방법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이 수행을 실천하는 일은 곧 정념과 자비를 실천하는 길이다.

 

다섯 가지 정념 수행은 사랑 그 자체로 사랑을 완성하는 수련의 길이다. 보통 한 가지 정념 수행을 제대로 실천하다 보면 다섯 가지 수행을 모두 자연스럽게 실천하게 된다.

불교에서는 세 가지 선물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물질적인 축복, 스스로의 의지로 자립할 기술을 터득할 수 있는 능력, 담대함이다. 『반야심경』에서 관세음보살은 이러한 통찰력을 우리와 나누고 공포와 슬픔, 고통을 초월하도록 돕는다. 담대함이라는 선물은 우리 안에 변화를 가져다준다.

부처의 본질은 정념이다. 부처는 삶에 세 가지 특성이 있다고 가르쳤는데 무상無常, 무아無我, 열반涅槃이다.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부정하는 가르침은 진정한 불교의 가르침이 아니다. 수행을 계속하면 무상과 무아의 세계에 열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정념의 실천은 깨달음의 핵심이다. 깨달음만으로도 기쁨과 평화, 행복을 얻을 수 있다. 깨달음은 우리에게 진정한 삶과 행복을 가져다준다.

미덕의 초석은 그 자체로 커다란 행복과 자유이며 현명한 명상의 필수 조건이다. 이를 잘 준비하면 이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인간으로 탄생한 특별한 기회와 삶 속에서 자비와 진정한 이해를 성숙시킬 수 있는 기회를 허비하지 않을 수 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내 삶에서 절정의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내 생애에서 가장 귀중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 '지금 여기‘이다.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요, 내일은 다가오는 오늘이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를 이 삶의 전부로 느끼며 살아야 한다.

『벽암록』중에서 


인상깊은 구절

나는 ‘길을 익혀간다‘라는 정념 수행식의 표현을 좋아한다. 인간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무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은 분명 있다. 공자는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배움의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정념 수행의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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