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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크래시 1
닐 스티븐슨 지음, 남명성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이버 펑크란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펑크(Punk)의 합성어이다.
1982년 개봉작 『블레이드 러너』를 본 적이 있는가? 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도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각색하여 만들어 진 이 영화의 2019년의 로스엔젤리스는 전형적인 사이버펑크식 디스토피아적인 이미지를 가진 도시로 나온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확실하게 구별된다. “솔직히 재미로 영화를 보는 나 같은 사람이 보면 별로이다. 하지만 저 당시에 저런 영상을....”, “중반쯤 보다가 끈 영화”, “좀 보다가 잠 와서 잤음”,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최상급 SF 영화”, “영화가 재미있으면 좋지만 꼭 재미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최고의 영화중 하나다”, “퓨처 느와르.. 암시와 여운이 남는 영화. 만화 공각기동대도 떠오르게 한다.”
사실 『블레이드 러너』는 2019년 미래사회의 모습으로 하늘을 뚫고 나갈듯이 높이 솟아 올린 수많은 빌딩과 화려한 네온사인 등의 이미지와 인간들이 활동하는 지상의 공간에서의 영화 내내 비와 함께 어둡고 칙칙하고 우중충하고 습기찬 모습이 대비되어 문명은 발달하여 건물마다 보이는 화려함은 미래사회에 대한 긍정적인 모습인 것 같지만 그 문명 속에서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 살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은 왠지 비 맞은 생쥐처럼 처량 맞아 보이기까지 해 침울하며 활기가 없어 답답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영화에서 풍겨 나오는 강한 카리스마와는 달리 졸 수 밖에 없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당시엔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스필버그의 [E.T]에 밀려서 거의 사장되다시피 했던 영화였지만 오랜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블레이드 러너』에 대해 이렇게 길게 얘기하고 있는걸 보면 닐 스티븐슨의 『스노크래시』의 ‘사이버 펑크’ 소설과 영화의 대표작이라 하는 점과 기존 질서와 가치관에 대해 모두 극도의 반감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으로 인해 흔히 '첨단 기술을 무기로 내세운 정보 사회의 폐해적인 면을 부각시켜 주고 있는 반체제적 성향의 대중 문화'를 상징하는 내용으로 독자와 관객의 반응이 서로 비슷할 것 같고 오랜 시간이 흘러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일맥상통한다.
더군다나 인터넷의 가상의 분신 ’아바타‘와 가상 세계의 구체적은 모습을 예언한 작가로 인터넷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하던 시절, 가상의 분신과 가상세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SF 마니아들과 컴퓨터 관련 종사자들의 관심을 받은 1992년에 펴낸 이 소설에서 지금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당시로선 생경했던 미래의 풍경과 가상공간의 구현을 생생하게 묘사하여 충격을 주었던 사이버펑크의 대표적인 작가 닐 스티븐슨의 『스노크래시』. 이 작품은 2005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현대영미소설 베스트 100선에 포함되어 문학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이 작품은 1992년의 작품이지만 지금 읽어도 통통 튕겨지는 소설의 내용구성은 그리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그 당시엔 용어의 생소함으로 페이지를 넘기기에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렸었다면 이젠 우리에게도 많이 친숙한 소설의 내용은 몰입할 수 있는 충분한 흥밋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미래의 LA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미국이라고 불렸던 국가의 일부였던 그곳은 공공 서비스 대부분을 민간 기업들이 담당하고 있다. 경찰권도 몇몇 사기업들이 점유하기에 사람들은 ‘가맹점’이라 불리는 자치구를 자신의 형편대로 정해 그곳에서 살아가고 주인공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는 미국인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뛰어난 일급 해커로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에서 최고의 전사이다. 그는 부업으로 프리랜서 해커, 정보조사원, 공연 기획자 등 여러 직업을 겸하고 있지만 마피아에게 빚진 돈을 갚으려고 어쩔 수 없이 초고속 피자 배달을 하게 된다. 어느 날 그는 메타버스 안에서 퍼지고 있는 마약 ‘스노 크래시’가 가상공간의 아바타의 주인인 현실세계의 사용자의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스노 크래시의 실체를 추적해 나간다. 하지만 놀랍게도 배후에는 거대 미디어 그룹의 음모가 존재하고, 이는 성경의 기록인 바벨탑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 데...
이 소설은 읽으면서도 영화를 보는 듯한 머리 속에서 공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그런 책이다. 하지만 현실과 접목해 봤을 때 벌써 이런 세상이 내가 모르는 어떤 공간에서 지금 자행되고 있는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우리의 현실세계는 소설 속의 세계와 크게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9.11사태 이후 국가의 경계가 점점 무뎌져가는 현실과 공공서비스 기관이 민간 기업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 또는 사회인들의 저마다 한가지의 직업뿐만 아니라 인터넷상에서 또는 다른 것에서 그들의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함을 본다면 단순했던 과거의 시대에서 우린 얼마나 빨리 변해왔던가를 소설을 통해 더 잘 알 수 있다. 마치 작가가 미래의 예언자처럼 착각되기도 하는 『스노크래시』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과 비슷해져가는 것이 너무나 많음에 흥미와 호기심으로 가득해 소설에 빠지면서도 흠칫흠칫 다가올 미래의 알 수 없는 어떤 모습들이 궁금해진다.
애초에 『스노크래시』는 미술가 토니 쉬더가 협력을 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목표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그래픽 소설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생각과는 달리 매킨토시 컴퓨터로는 자신들이 바라는 걸 해낼 수 없음을 알게 되어 소설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당시의 매킨토시라는 매력적인 그래픽에 강한 컴퓨터가 작가에겐 과히 큰 매력적인 것이었나 보다. 또한 바벨탑 이야기 등을 쓸 때도 많은 역사학자들과 고고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저술한 이 책은 혹시 의도했던 것처럼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소설이었더라면 정말 파격적인 작품이었을텐데...라는 생각으로 정말 파격적이며 엉뚱할 정도의 창의적인 그의 생각에 한동안 그에 관한 자료를 찾느라 인터넷 서핑을 열심히 하게 되었는데 역시 독특한 그의 성향은 몇 장 안되는 사진자료에서도 여실히 나타나 작가의 열혈 팬이 될 것 같다. 독특한 작가들에겐 열혈 마니아가 늘 존재한다. 그 역시 그것을 비껴가질 않았다. 역시 그는 독특하고 재밌는 작가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