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일기 - 최인호 선답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공약3장]

1. 나는 장래 정숙한 부인의 성실한 남편이 될 것이다.

2. 나는 장래 총명한 자식들의 자상한 아버지가 될 것이다.

3. 그러나 나는 지금 맹목적인 사랑에 나를 던질 것이다.

이 공약은 최인호 작가가 대학시절 형의 메모장에 적혀있던 ‘청춘 공약’에 매력을 느껴 자신의 노트에도 적어 애용하던 문구였다고 한다. 그리고 40년 만에 우연히 찾아 읽어 보면서 젊은 날 허공에 쏜 부러진 화살촉을 그제야 발견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공약 3장 중 어두움이 없고 투명하고 맑은 아내를 얻어 그 아내 덕에 성공적인 작가 생활도 누려 ‘나는 장래 정숙한 부인의 성실한 남편이 될 것이다’라는 첫 장을 완수함에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최인호 작가의 선답 에세이는 이제껏 저자의 소설에서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과 선함이 베어나오는 것이... 내가 알고 있었던 19세 금지의 소설과 영화에서 느꼈던 뜨거운 열정과 시대의 아픔, 고통, 치기, 어두움 등이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하기에는 작가는 공약 3장을 다 누리고 있는 참 복 많은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책 속에 그 해답이 다 들어있으니 말이다.

최인호의 선답 에세이 [산중일기]는 소설에서도 여러 가지 빛깔을 가진 열린 작가였듯이 저자는 종교를 대함에 있어서도 천주교신자이면서도 불교에도 조예가 깊어 종교의 편견이 보이지 않는 깊고 따뜻한 열린 마음의 소유자로 60을 훌쩍 넘긴 그의 인생의 연륜이 큰 산자락 같아 청산의 깊은 울림으로 전달되어진다.

“성인이 나이가 들면서 수양을 통해 인격을 쌓는다는 것은 결국 성장하면서 산산조각 난 인격의 거울을 한 조각씩 짜 맞춰서 조각난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며 “하늘나라에서 누가 가장 위대합니까?”라는 예수에게 한 제자의 물음에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생각을 바꾸어 어린아이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하늘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은 자신을 낮추어 어린이 같이 되는 사람이다. 또 누구든지 나를 받아들이듯 어린아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곧 나를 받아들인 사람이다”라는 성경의 문구를 인용하며 어린 아기야말로 완벽한 인격체로 인간의 불행은 완전한 어린아이에서 불완전한 어른으로 뒷걸음치는 데 있으며 “진리는 대부분 어린아이의 모습을 빌려 나타나고 어린아이의 입을 빌려서 말하고 있다”는 말로 저자 또한 가정에서 가장 유치하고 정신연령이 낮은 저능아로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은 여전히 내 스승이자 부처님들로 자신의 그것이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며 자신을 진정 낮출 줄 아는 저자의 삶의 통찰은 교만한 나에게 큰 깨달음을 안겨 준다.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은 어느 것 하나 그대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 없다. 나쁜 말 한마디도 그대로 사라지는 법이 없이 어디론가 날아가 나쁜 결과를 맺으며 좋은 인연도 그대로 사라지는 법 없이 어디엔가 씨앗으로 떨어져 좋은 열매를 맺는 것이다.”

저자의 어린 시절 얘기는 어린 아이같은 마음으로, 산중의 얘기에서는 도인같은 깨우침으로 어느 것 하나 그냥 넘길 수 없는 저자만의 독특한 삶의 지혜가 녹아 있다. 거기다 우리의 문화와 전통을 탁월한 그 만의 시각으로 표현하는 선사의 사진작가라고 감히 말하고 싶은 백종하씨의 사진 작품과 잘 어울어진 45편의 선답 에세이로 구성되어진 [산중일기].

비범하면서 천재적인 작가 최인호. 그의 글을 오래오래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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