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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도둑 - 한 공부꾼의 자기 이야기
장회익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古稀의 삶을 누리고 계신 온생명 녹색사상가 장회익 교수의 70년 공부인생 이야기.
[공부도둑] 이 책은 한평생 공부를 벗삼은 그 분의 공부에 대한 이야기로 부모님, 자신의 학창시절, 또 살아온 인생 등을 자서전 성격으로 격동과 인내의 세월을 학문으로의 탐구로 온 생을 매진해 온 삶을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고체물리학자이었지만 대중에겐 민주화운동과 환경운동에 앞장 선 실천적 과학사상가로 더 알려져 있는 장회익 교수.
"나는 단지 학문의 창고에 들어가 앎을 훔쳐내는 도둑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나를 규정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있다면 앎 도둑, 조금 좋게 말해 공부꾼이라 할 수 있다. 그 무렵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공부꾼 외에 달리 내 자신을 드러낼 적절한 표현이 없다."
라고 스스로를 공부도둑이라고 할 정도로 책과 공부로 평생을 살아오신 삶은 공부만 하셔서 딱딱한 내용들만 가득찼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상할아버지와의 가상의 대화 등 본문 곳곳에 쓰여진 삶의 경험을 담은 글 등은 무릎을 탁치는 입가에 웃음지을 수밖에 없는 간결하지만 통찰의 재미도 맛볼 수 있게 해 준 해학의 대화까지도 곁들여 있어 읽어가는 재미를 더 해 준 책이었다. 비록 가상의 대화이지만 간간이 지금 내가 같이 살고 있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처럼 자식으로선 감히 말할 수 없는 대듬의 미학(?)이 손자의 특권(?)으로 할아버지에게 툭툭 생각나는데로 말하는 말투는 그야말로 우습지만 그렇다고 가벼이 넘길 수 없는 그런 내용이어서 국악의 흥겨운 민요가락 한 부분을 읽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어쩌면 책의 목차구성도 12마당이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아버지를 가장 가까운 친구로뿐만 아니라 경쟁상대로도 생각해 일차적 목표로 아버지를 따라잡는 것이고 그 다음은 아버지를 넘어서는 것인데 다른 경쟁상대와는 달리 아버지는 져주면서 즐겼고 저자는 이기면서 즐겨 아버지를 아들은 단순한 경쟁상대로 보았지만 아버지는 저자를 자기의 일부로 보고 '스스로 넘어설 수 없었던 자신의 한계'를 저자를 통해 넘어서는 관계까지 이르렀으니 두 사람의 관계는 기막힌 윈윈게임 대상으로 또 이상적인 멘토의 관계로 지냈다는 것이 나에겐 참 부러운 것이었다.
공부 도둑이 생각하는 참된 공부의 길은 무엇일까. 장 교수는 그것을 "자신만이 아닌 세상을 위한 공부"라고 말한다. 자아실현도 중요하지만 세상의 문제점과 맞서는 공부야말로 학문의 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부의 기쁨, 깨달음의 즐거움을 얻을 때 이런 공부 길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책 몇 쪽을 더 읽느냐 덜 읽느냐 하는 것이 아닌 그 읽음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어느 쪽으로 간직하느냐 하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뒤로 넘어갈수록 어려운 물리학에 관하여 온생명에 관하여 어려운 수식도 섞인 나로선 버거운 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 되는데 우주의 원리와 자연현상, 더불어 세상의 흐름을 독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하나라도 더 알려줄까 하는 할아버지의 손자에게 하나라도 더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해 주려는 마음으로 느껴져 그 맘에 거절할 수 없는 아이처럼 묵묵히 읽어 나갔다. 그래도 많이 아는 이들의 거드름도 없고 가르치려고만 하는 중압감도 덜해 비교적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공부도둑]
학문연구와 공부에 평생을 살아오신 연구자로서의 순수함이 묻어나오는 공부꾼 장회익!
만약 지금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자신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자신의 출세만을 위해 공부를 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이 책은 많은 것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 더 잘 알면 알수록 세상 사는 의미도 더 깊이 느낄 수 있겠지. 그렇지만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살 수는 없을 게 아니냐? 그렇다면 그 가운데 중요한 것만이라도 제대로 보고, 그것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겠지."라는 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