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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두뇌를 위한 불량지식의 창고
멘탈 플로스 편집부 엮음, 강미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불량이라는 단어에서 떠올려지는 뉘앙스는 무엇일까?
정상, 표준, 모범의 반대?, 쓰레기, 퇴출, 중독, 시한폭탄, 나태, 낯 뜨거움, 짜릿, 달콤, 위험, 비밀, 병, 부적합, 탐욕 등등... 불량에 관한 이미지는 온통 네거티브하다.
학교다닐 때 아버지는 늘 자식들에게 걱정이 많으셨다. 출근하시면서도 "불량식품 사 먹지 마라, 길거리에서 음식 먹으며 돌아다니지 마라, 불량한 아이랑 사귀지 마라." 등으로 "~하지 마라"를 입에 달고 사셨던 것 같다. 유일하게 "~해라"라고 말씀하시는 건 "학교 끝나면 곧장 집에 와서 공부해라" 였으니 학업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그때는 아버지 말씀이 하늘이라 꼭 그래야 한다는 세뇌(?)로 인해 비록 공부는 열심히 하는 듯이 시늉만 내어 공부는 뒷전이었지만 다른 하지 말라는 것들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다못해 학교 앞 뽑기도 사먹지 못해 집에서 엄마와 연탄불에 국자를 올려 설탕과 소다로 달고나를 해 먹었으니 간혹 엄마는 그런 우리들이 안쓰러우셨는지 우리들에게 간헐적으로 아버지의 금기사항을 묵인용납하시기도 했지만 아버지의 철통같은 "안돼"의 장벽에 가끔 두 분의 다툼이 있으셨다. 그러다가 머리가 커지니 "왜?"라는 강한 의구심으로 그야말로 '불량'에 해당하는 것들은 모두 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에 휩쓸려 직장생활의 자유(?)를 맘껏 누렸었다. 일의 특성상 열두시 가까이 집에 도착하는 퇴근으로 통행금지 시간을 어겼고 회식을 이유로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젊음과 작업을 논한다는 객기로 맘껏 동료들과 신나게 아버지의 금기사항을 맘껏 깨뜨려 그 달콤 쌉싸름한 중독에 한동안 푹 빠져 지내 아버지가 생각하시는 '불량'의 매력에 푹 빠져버리고자 나름 애썼던 기억에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지만 그래도 영원히 퇴출되어야 하는 '불량'이 꼭 영원의 대상도 아니오, 바른생활 시간에 배웠던 '옳은 것들'이 결코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때 배웠으니 나로선 긍정적 의미의 시기였다고 할까...
지금도 나는 부모님의 입장에서 보았을 땐 지극히 '재생 불량'에 가까우니 지금도 계속 '불량탐구'에 심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불량'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네거티브한 불량스런 것들을 담아놓은 '불량지식의 창고'라는 이 괴짜 같은 책은 표지부터 아인슈타인의 혀 내민 얼굴로 나를 팍팍 자극하더니 페이지 페이지마다 나의 뇌와 심장을 콕콕 자극하는 말들로 가득하다. 그야말로 동생들과 이불 속에서 보았던 만화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랄까!
한참 책을 읽고 있는데 9살짜리 조카가 다가와 표지에 적혀있는 '불량'이라는 단어와 책 뒷면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훑어보더니 "고모, 야하고 능글맞음이 뭐야?"라고 대뜸 묻는다. 헉! 난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눈치채지 않도록 얼굴표정 관리를 하며 "음, 우리 네이버에 물어볼까?"라고 둘러대며 검색어를 "야하다"를 땅쳤다. 그런데 '19세 성인전용카테고리'라는 빨간 테두리의 19라는 글자가 나와 더 당황스러워하며 "능글맞다"를 쳐볼까? 라며 다시 했지만 통합검색은 역시 "빨간 원 속의 19"라는 이미지가 창에 띄워짐을 보며 "역시 네이버야"라며 "고모가 검색을 잘못 했어"라며 사전으로 넘어가 단어의 뜻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어린 조카는 뭔가 심오한 것이 있다고 느꼈는지 잠시 모니터를 들여다 보다가 책도 다시 들여다 보더니 곧 동생과 하던 장난을 다시 시작했다.
‘성서의 7가지 죄악’에 속하는 자만·탐욕·욕망·질투·식탐·분노·나태의 순서로 101가지 이야기를 기록한 기상천외하고 야하고 되바라진 세상에 꽁꽁 숨겨져 잘 알려지지 않은 X파일 같은 이야기를 능글맞을 정도로 담담하고 재미있게 엮어 놓은 <불량지식의 창고>!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시끄러워진다. "음.. 어쩐지, 에게.. 그게 불량이야? 혹은.. 아쉽군!, 그래서 어쨌다구!..." 등 조카 몰래 작은 감탄사를 연발하느라 숨죽여 읽는다. 101가지 이야기 속의 불량스러운 내용의 깊이있는 소소한 군더더기는 빼고 간략하고 가볍게 지식전달에 충실한 가십기사 같은 책의 내용이 책을 읽는 중간부터는 지루해져 인내심을 요했지만 다 읽고 나니 다른 이들은 몰랐던 걸 나는 알고 있다라는 피식웃을 교만함에 잠시 빠져 사람들과 얘기할 때 적어도 소재의 시발점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사실 인터넷으로 실시간 올라오는 모든 뉴스는 거의 모든 이들이 알고 있으니 대화의 차별성은 적어도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제 이 책이 세상에 나왔으니 이제 더 이상 '불량지식'이 아닐 것이다. 왜냐구? 꽁꽁 숨겨져 몰래 들여다 보지 않아도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