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사나이
김성종 지음 / 뿔(웅진)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추리소설을 일부러 찾아 읽는 편이 아니어서 주로 빌려 읽는 등 사서 읽지는 않았다. 외국 작가의 추리 소설은 몇 편 읽어보았지만 한국 작가의 추리 소설은 ‘거기서 거기’일거라는 막연한 고정관념으로 즐겨 찾진 않았었는데 얼마 전 국내작가의 추리 소설을 한 편 읽어보고 문학에디션 뿔 출판사가 펴낸 작가 김성종씨의 ‘안개의 사나이’를 두 번째로 읽게 되었다.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명성만큼 손에서 책을 내려놓기 힘들었던 책이었다. 하지만 내가 추리소설에 일가견이 있지 않아 김성종작가의 평을 하기엔 많이 부족한 터라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성향을 어렴풋이 짐작 할 뿐이다.

외국 추리소설은 대부분 적어도 1, 2권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들이 많아 앞 부분은 다소 지루해 속도가 나가지 않고 중간 부분부터 읽는 가속도가 붙는 경우가 많았으나 ‘안개의 사나이’는 단 한 권의 책으로도 충분히 추리소설의 묘미를 맛 보여준 책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한 권으로 끝나 추리소설의 묘미인 바짝 긴장하고 다음은? 다음은? 하고 스토리 전개가 어떻게 될지 기대하며 책장을 넘기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다고나 할까! 어쨌든 쓸데없는 군더더기가 없어 좋았다.

주인공인 ‘나’는 출생부터 불운하고 안개에 휩싸인듯한 버려진 아이로 미국으로 입양되어 자라고 어머니라는… 뿌리를 기다리고 찾다가 결국 못 찾고 영국 에딘버러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 전공을, 예일대학에서 러시아 혁명사를.. 그리고 마르크스, 레닌에 심취하고 러시아 루뭄마 대학에서 공부를 하게 된다. 그 후로 KGB 정식요원으로 특채되어 살인기계의 삶을 살아가게 되고 ‘감쪽 같은’ 살인은 어느 누구도 그가 범인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도 없을 만큼 ‘나’의 살인행각은 깔끔하고 완벽한 탁월한 살인자이다.

미국인으로 성장했지만 뿌리인 한국이라는 나라를 잊을 수 없어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정착하여 보이지 않는 ‘청부살인 암살자’로, 대외적으로는 얼굴은 나타내지 않는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 구작가로, ‘아시아자유평화연대 한국지부 회장’의 삶을 살고 있는 ‘나’.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아내도 ‘나’라는 존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신분을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결혼했고 아시아자유평화연대 한국지부를 그녀로 인해 알게 되었고 많은 부분을 함께하고 그의 많은 부분을 은연중에 그녀에게 기대었던 정을 나누었고 마음을 나누었던 시간대학 강사 오미주의 연인이기도 한 ‘나’는 대한십경의 하나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했던 달맞이 언덕이 개념 없는 시 당국의 난개발로 훼손되어 엉망이 되었지만 안개가 낀 날만큼은 신비로움을 간직한 달맞이 언덕을 매일 산책한다는 이유로 중국으로 행사로 인해 떠나는 그 날도 여지없이 안개 자욱한 새벽에 올라간다.(작가의 소설을 통한 우리나라의 천연자연환경을 훼손하는 행정상의 치명적인 미흡함과 무식함을 꼬집는 자세가 너무 통쾌하다. 굳이 그 자리를 빌어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영화로 제작된다면 사건의 전개상 복선의 강한 의미로 처리될 듯하다.) 그리고 그곳에서 KGB출신들이 만들었을 것이라 짐작되는 베일에 싸인 Q28조직으로부터 수년 만에 살인지령을 받아 K당의 유력한 시장 후보 ‘유달희’를 사전의 치밀한 분석과 관찰로 살해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는 운동하러 올라오는 애완견들의 울부짖음소리에 황급히 도망하고 중국으로 가기 위해 곧 출발하지만 자욱한 안개로 서울로 올라가야 할 비행기가 두 시간 이상 지연되어 결국 같이 가기로 한 오미주와는 동승을 못한 채 홀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아시아자유평화연대 난징대학살 추모집회’ 행사장에서 중국으로 먼저 출발한 동료들이 안개로 인한 사고로 모두 즉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자신도 사망자의 명단에 들어있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한 마음으로 더 이상 중국에서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자신이 망자가 되었다는 것에 의외로 담담한 ‘나’가 연구대상이다)

그 사이 ‘유달희 살인사건’의 수사를 하고 있던 한국의 수사관들의 조사는 일찍부터 시작되었고 수사관들의 수사노트는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하나 기록하며 찾아가기 시작한다....

‘안개의 사나이’는 독자들은 이미 범인을 알고 있지만 범인을 쫓는 수사관들의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의외로 쏠쏠하다. 누가 범인일지 추측하고 사건의 전개를 놓치지 않으려고 분석하는 골머리를 앓게 하지 않아 편한 마음으로 퍼즐 맞추듯이 읽을 수 있어 방관자의 입장에서 추리소설을 읽어가는 것도 참 재밌구나 하고 감탄하기도 했지만 주인공의 안개 같은 출생부터 그에 관한 모든 것이 정체성의 부재라고 할까.. 그의 안개 같은 삶이 주변인들을(무엇보다 아내가…속물근성이 물씬 나는 아내이지만 그녀도 힘들었을 것이다.) 참 힘들게 해 화도 나지만 이상하게도 연민 또한 강하게 느끼게 한 마음과 감정이 따로 노는 감정 배반감을 느끼게 한다. 묘한 긴장감과 모호한 혼란 속에 있는 듯한 줄거리로 감정의 조급함으로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담백할 정도로 쿨한 소설의 전개는 “에휴.. 차라리 잡히지나 말지”… 하는 그의 안착되지 못하는 삶과 따뜻한 어머니와의 관계 같은 끈끈한 인간애를 느낄 기회가 거의 없었던 메마른 ‘나(주인공)’의 모습에... 객관적으로 소설에 대한 이해의 감정처리가 분노와 연민으로 떄론 공감으로 힘들었던 소설. 추리소설의 후유증인 끝없는 생각의 꼬리로 한동안 또 앓을 것 같다. ‘안개의 사나이’ 작가 김성종의 매력이 바로 이런 것이었나? 라는 생각도 해 보기도 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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