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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은 뜨겁고 한바탕의 거친 회오리 같고 가슴이 문드러져가는
그런 아픔만 있다고 생각했었다.
“딱 오늘만 우는 거예요. 다시는 내 평생에… 남자 때문에 내 귀한 눈물 안 흘려. 나.”
사랑은 아픔이다.
사랑은 내 가슴을 상처로 도려내는 아픔이다.
……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은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스며드는 사랑이다.
정말 모처럼 사랑을 얘기하는 소설을 읽었다.
그것도 너무나 잔잔한 평범한 사랑을…
하지만 이 책은 평범하지 않다. 잔잔한 평범함 속에서 가슴을 울리는 따스함이 스며나온다.
사랑은 이율배반적이다.
진정 내 마음을 표현하려 해도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투명한 막 같은게 작동하는 것 같다.
‘건이 차갑게 의자를 돌려 다시 작업을 시작하는 것을 진솔은 절망적인 느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미웠다. 그가…. 얄밉다. 정말 밉다. 아, 그런데… 아니다, 밉지 않았다. 안아주고
싶었다. 그의 뒤에서 그냥 아무것도 따지거나 재지 않고, 계산하지 않고,
꼭 안아주고 싶었다.’
이 말처럼…
열고 싶을 때만 열고, 닫고 싶을 땐 냉큼 닫고 서로가 따뜻한 정도로만 기대고,
사랑이든 애정이든 데지 않게 조심조심 다가가고 싶었는데… 그것이 잘 되지 않는다.
환상이나 기대없이 믿고 사랑한다는 것…
그건 얼마나 많은 고통, 슬픔, 아픔, 기쁨 얼마나 많은 일을 겪고 거친 다음에 오는 걸까?
20대의 달뜬 사랑얘기도 아니고 40대의 녹녹치 않은 사랑얘기도 아닌…
삼십대 초중반 적당히 쓸쓸하고 마음 다 보여주지 못하는 마음 한 자락 접어버린 사랑이야기.
인생도 사랑도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그냥 비교적 괜챦은 답.. 이면 족해야 할 것 같다.
마음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왜 사랑하면서 그 맘을 잃어버리는지…
사랑은 둘이 하지만 각자의 방식대로 사랑을 한다.
그래서 그 사랑의 코드가 맞지 않으면 서로 상처받고 견딜 때까지 견디다가 결국 헤어지고 만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은 읽는 내내 지난 날의 잘못된 사랑을 꾸중하는 것 같아 가슴을
아프게 한 책이다.
다시 한 번 사랑해 보기로 하는 것이 사서함에서 그려보는 사랑의 방식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아직은 사랑보다는 친구로 남는게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한동안 생각해 봐야 할
소설이다.
사랑은 나를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워진 곳을 그 사랑으로 채워가는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 가을 너무나 감상적인 이도우 작가의 소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잠시 현실을 떠나 사랑안에 머물러 따뜻한 행복감을 느끼게 되어 감사하다.
옛날에 옛날에 사랑을 했는데… 그 사랑도 떠나갈까 내가 몰래 감췄더니 사랑이 서럽단다.
사랑이란 그런 거지 가슴에만 숨은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