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9

등대는 그 신호체계들의 최전방이다. 등대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신호를 연결시키고, 세상을 소통 가능하고, 이동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곳으로 만들기 위하여 저 자신을 이 세계의 가장 외지고 후미진 해안 고지나 섬에 위치시킨다. 가장 외로운 자리에 처한 자들이 이 세상의 소통과 이동의 거점이 되어 캄캄한 바다를 향해 빛을 쏘고 있다.
목포 앞바다나 진도 남쪽 바닷가에 앉아서 먼 등대들의 깜박이는불빛을 바라보는 일은 늘 뜨겁고 반가웠다.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로 건너가는 신호는 그 가냘프고도 강인한 한 줄기 빛과 그 명석한 메시지로 늘 나를 눈물겹게 했다. 사람들이 전쟁을 치르듯이, 피난을 가듯이 휴가여행을 떠나는 이 치열한 격전의 여름에 교통체증으로 오도가도 못하는 저 악명 높은 호법인터체인지나 기흥인터체인지에 줄줄이 늘어선 자동차들의 후미등 불빛이 나는 늘 가엾고 또 갸륵했다. 벤츠고 롤스로이스고, 티코고 간에 모든 차들이 모든 차들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는 그 폭염의 길바닥에서, 자동차 후미등 불빛은 앞차와 뒤차 간의 신호에 의해서만 자동차들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그 단순한 질서의 위대함을 불빛으로 깜박여 보이면서도 오도 가도 못하고있었다. 도로를 따라서 신호와 신호들이 길게 연결되어야만 당신들은피서지에 갈 수 있다. 뒤차가 앞차의 신호를 받지 못하면 이 오작동은곧 죽음이어서, 당신들의 자동차는 황천으로 간다. 신호를 받지 못하면 대문 밖이 황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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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이야기 한편
우연히 읽게 된 ‘오 헨리‘의 단편 소설
비오는 날 작은 선물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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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판사 베나자 위더프에게 부부가 이혼을 의뢰한다.
랜시 빌브로와 그의 아내 아리엘라는 서로 동의하에 이혼을 원했다.
치안판사에게 주어야 할 이혼수수료는 5달러, 랜시 빌브로와는 곰 가죽과 여우 두 마리를 판 5달러를 판사에게 주었다. 5달러는 그가 가진 전부였다.

판사는 이혼 판결을 쓰고 서로의 자유를 위해 그 문서를 낭독하였다. 판사가 증명서 한 통을 랜시에게 건네주려고 할 때 아리엘라가 그것을 막았다. 아직 모든 것이 해결된 게 아니라며 위자료를 요구한다.
랜시 빌브로와는 위자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아리엘라는 신발하고 다른 것을 사려면 5달러는 있어야 한다고 하며 위자료 5달러를 요구한다. 판사는 그정도 금액이라면 부당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랜스 빌브로와에게 5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랜시는 가진 돈이 없다. 그래서 랜시는 다음 날로 판결을 미룬다.

부부가 돌아간 후 치안판사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5달러를 강도에게 빼앗긴다. 판사는 강도가 시킨대로 ‘5달러 지폐를 돌돌 말아 총구에 집어 넣고‘ 그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판사는 이혼 판결을 위해 부부와 다시 마주 한다. 그때 랜시가 아내에게 5달러짜리 지폐를 건네 주는데 판사의 눈에 들어온 돌돌 말려 있는 5달러지폐가 낯설지 않았다. 심증만 있는 상황에서 내색을 할 순 없었다. 판사는 두 사람에게 이혼 판결서를 내주었다. 이제 두 사람은 각각 아무 말 없이 돌아서 가면 된다. 하지만 부부에게 닥친 현실을 인지한 이들은 깨닫는다. 서로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판사는 부부에게 이혼에 의해 생긴 자격 상실을 취소할 경우 5달러의 수수료가 또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기꺼이 5달러를 판사에게 넘겨 준다. 그리고 랜시와 그의 아내 아리엘라는 다시 부부가 된다. 이제 부부는 달구지를 타고 서로의 손을 꽉 붙잡고 그들의 집으로 향했다. 치안판사 베나드 위더프는 책상 위의 5달러 지폐를 집어서 조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 짧은 ‘오 헨리‘의 소설은 작은 웃음을 안겨 주는 소박한 이야기로 사람의 생각을 자극한다.
<인생 유전> ‘돌고 도는 인생‘과 함께 ‘돌고 도는 돈은‘ 우리의 일상이다. 평범한 불만과 평범한 삶의 패턴은 평범한 불만을 자극한다. 이렇듯 삶은 비슷비슷한가 보다. 결혼 한 이들의 불만 상황은 서로가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 생각하지만, 막상 헤어짐이 현실로 닥치면 그동안 잊혀졌던 자질구레한 일상이 절실해진다. 혼자라는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내가 할 일에 대해서 앞으로의 시간에 대해서 막막해진다. 그리고 이야기 속 5달러 지폐의 돌고 도는 상황은 돈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 곳에 머무를 수 없는 ‘돈의 섭리‘는 돌고 도는 인생이다.
우리네 인생 또한 그러고 보면 돌고 돈다. 그래서 이 짧은 소설의 제목이 <인생 유전>이 될 수밖에 없다. 오 헨리의 정감있는 시선이 담긴 짧은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래도 순박하고 착하다. 그래서 세 명의 등장인물이 팍팍한 지금을 살고 있는 나에게 더 구수하게 다가온다.

비오는 오늘 우연히 읽게 된 짧은 소설이 가져다 주는 선물은 소박한 깨달음이다.
이 시대의 화려함 속에서 찾은 정겨움은, 그래도 인생은 무상함도 있지만 소소한 즐거운 일상이 더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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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을 대하는 다섯가지 기본 치유법

나의 ‘현재 시간‘은 몇 시인가요
자신의 언어로 말하기
스스로에게 거짓알하지 말자
용서 받으려고 애쓰지 마라
꿈과 환상을 잘 이용하자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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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에게는 경험이 없었다

한스 기벤라트
마을과 학교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한스, 그는 한 마디로 재능있는 유망주였다.
그가 지닌 재능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의 미래를 결정지었다.
부모가 부유하지 않을 경우 최고의 길은 주(州) 시험에 합격하여 신학교에 진학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도원에 들어가 목사가 되거나 설교단이나 대학의 강단에 서는 것이었다.
한스의 어린 시절의 추억은 자신의 방에서 책과 씨름하고 보냈던 시간이 대부분이다. 학교나 어려운 시험을 뛰어넘어선 그는 평범한 친구와 다르다는 자부심과 그를 평범한 학교 친구들과는 다른 더 나은 존재로 바라보았다.
심지어 한스의 이런 우월감은 다른 친구에 대한 경멸로 이어지기도 했다.

신학교에 들어간 한스에게 새로운 친구들의 등장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사회성 부족한 한스의 친구 관계,
어머니 사랑이 없던 엄격한 어린 시절의 결핍은 관계에서도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관계를 맺는다는 것에 매우 서툴 수 밖에 없었다.
신학교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에서 한스는 서서히 내면의 성장을 이루며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게 된다.
친구 ‘하일너‘와의 관계에서 한스는 새로운 행복감을 맛보게 된다. 그러면서 그에게 학교라는 공간이 점점 낯설어지기도 한다.

천재성을 띤 학생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순간,

그의 유일한 해방감과 행복이었던 ‘하일너‘가 떠난 수도원은 그에게 더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다. 결국 바닥으로 추락하게 된 한스는 삶의 목적과 모든 것이 사라졌다.

플라이크씨의 과즙짜기에 초대되었던 한스는 그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경험하게 되고 그 속에서 누구나 어울려 빛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각각의 위치에서 느끼는 행복과 자긍심은 똑같다는 것, 빈부격차도 뭐도 느낄 수 없는 눈 앞의 상황들에 대해서 한스는 깨닫는다.

한스에게 찾아온 사랑,

가슴 속에서 타오르는 감정과 불안, 그리고 달콤한 고통은 한스에게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맛보게 했다. 평소와 다를게 없는 세상이지만 한스에게 찾아온 새로운 감정들이 한스를 더욱더 고통과 괴로움 속으로 몰아 넣었다. 달콤하기보다는 쓰디쓴 사랑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이다.

한스의 방황은 지독하다.
한때 모든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한스는 고향에서 견습공이 된다. 자신이 평범한 그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던 그들과 섞여 견습공으로서의 일을 해나간다. 하지만 한스는 여기서 평범한 그들 속에서도 섞일 수가 없다.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손으로 무엇을 만들어 기쁨을 맛보았지만, 자신에게 한 번도 이런 사소한 경험조차 없었다는 것을 깨달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공동체의 소속감을 느끼며 기뻐한다.
한스가 자신의 삶에서 잠깐동안 느낀 생동감이었다. 하지만 한스의 혼란스러움은 벗어낼 수 없었다. 잠깐의 해방감은 한스를 영원한 해방으로 끌었다.

내면적 고통과 시련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사랑‘이다. 하지만 한스는 어릴 때 어머니의 사랑을 받아 본 적도 배운 적도 없다. 그리고 가족의 따뜻한 관계 속에서 내면을 채울 기회도 없었다. 그런 어린 한스에게 사는 법은 세상이 만들어 준 기회에서 살아 남는 것이었다. 이는 한스에게 어
떠한 무기도 쥐어주지 않고 단련된 기술도 없이 싸움 한 가운데 던져 놓았던 것이다.
한스에게는 어떠한 경험도 없었다.
세상과의 싸움에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버틸 수 있던 힘이 어디에도 없었던 한스가 안타깝다.

지금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어린 한스는 끊임없이 책 속에서 진리를 찾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고 있다.
과연 이것이 정답인지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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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전달자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일상적인 감정들이 사라진다면

인간적인 감정이 사라진 마을에는
완벽한 행복만이 존재하며
어떠한 종류의 잘못과 부정도 없으며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는 평등한 세상이다?

마을 사람들의 일상은 정해 준 대로
자신의 감정까지 숨길 수 없고
감정의 순화와 교정을 받아야만 하는
그리고 배우자도 신청하면 심사해서
떡하니 골라주는 사회 .
어떨까?

심지어 출생과 죽음에 대해서
마을이 알아서 하는

감정도 생각도 사라진,
장난감 인형들처럼 사는 마을에도
유일하게 기억을 할 수 있는 직위가 있다.
‘기억전달자‘
12살 조너서는 ‘기억 보유자‘ 라는 직위를 얻게 된다.
조너스가 기억전달자로부터 하나씩 기억을 전해 받게 되는데..

조너스의 혼란은 마침내...

.
.
.

완벽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초에 그 싹을 자른다?
분란의 소지를 아예 없앤다는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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