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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는 그 신호체계들의 최전방이다. 등대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신호를 연결시키고, 세상을 소통 가능하고, 이동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곳으로 만들기 위하여 저 자신을 이 세계의 가장 외지고 후미진 해안 고지나 섬에 위치시킨다. 가장 외로운 자리에 처한 자들이 이 세상의 소통과 이동의 거점이 되어 캄캄한 바다를 향해 빛을 쏘고 있다.
목포 앞바다나 진도 남쪽 바닷가에 앉아서 먼 등대들의 깜박이는불빛을 바라보는 일은 늘 뜨겁고 반가웠다.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로 건너가는 신호는 그 가냘프고도 강인한 한 줄기 빛과 그 명석한 메시지로 늘 나를 눈물겹게 했다. 사람들이 전쟁을 치르듯이, 피난을 가듯이 휴가여행을 떠나는 이 치열한 격전의 여름에 교통체증으로 오도가도 못하는 저 악명 높은 호법인터체인지나 기흥인터체인지에 줄줄이 늘어선 자동차들의 후미등 불빛이 나는 늘 가엾고 또 갸륵했다. 벤츠고 롤스로이스고, 티코고 간에 모든 차들이 모든 차들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는 그 폭염의 길바닥에서, 자동차 후미등 불빛은 앞차와 뒤차 간의 신호에 의해서만 자동차들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그 단순한 질서의 위대함을 불빛으로 깜박여 보이면서도 오도 가도 못하고있었다. 도로를 따라서 신호와 신호들이 길게 연결되어야만 당신들은피서지에 갈 수 있다. 뒤차가 앞차의 신호를 받지 못하면 이 오작동은곧 죽음이어서, 당신들의 자동차는 황천으로 간다. 신호를 받지 못하면 대문 밖이 황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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