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황금 사과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삶은 상징과 징조로 가득하다




이 책에 실린 단편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레이 브레드버리의 서정적인 감수성은 책의 장르를 넘어 동화적이기도, 때로는 판타지적 상상력으로 조용히 그의 책에 스며들게 만든다.
읽으면서 폰에 순간순간 남긴 것들로 연결해 본다.

<금빛 연 은빛 바람>

두 도시
금빛 연 은빛 바람

˝이런식으로 계속할 수는 없사옵니다.˝

˝우리의 백성들은 매일 매시각 도시를 새로운 모양으로 만들 뿐,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모든 일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왔다

연의 가치는 하늘을 날고 있을 때다
연에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은 바람
하늘과 바람을 아름답게 만들려면?

금빛 연과 은빛 바람의 관계
금빛 연은 바람의 줄기를 타고 높이 높이 올랐다. 금빛 연은 바람의 흐름에 목적과 의미를 부여한다.
함께 하는 아름다운 협동은 서로에게 힘이 될 것이다. 긴 평화와 안정적인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두 도시
금빛 연, 은빛 바람의 도시
이제 각자의 삶에서 활력을 찾았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살점이 붙고 생기가 돌았으며 질병은 이제 겁먹은 이리처럼 도망쳤다. 그리고 연의 도시는 매일 밤, 그들을 지탱해주는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바람의 도시는 연이 노래하고 속삭이고 날아올라 그들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그렇게 될 지어다.˝




< I see you never >


이  순간을 깨닫는 순간은 이미 그가 떠난 후였다. 항상 떠난 후 우리의 늦은 깨달음은 후회와 안타까움이다. 오브라이언 부인은 라미세스씨를 떠나 보낸 후 일상에서 그의 빈자리를 알게 된다.

˝이제야 알겠구나˝
˝I see you never˝
˝나 당신 못 봐요˝






<자수>

˝세상을 바꾸는 모든 일은 손으로 하는 거니까˝

˝그 모든 일을, 과거를 돌아보면 수많은 손들이 보였다˝

흠이 있다. 하나의 아름다움을 위해 우리는 그 흠을 제거한다. 다 뜯어 고칠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과거 누군가의 손에서 희생양이 되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사람들이 있다.

자수를 두는 그녀

˝ 풍경은 완벽했다. 단 한 가지, 자수 속의 태양이 수놓은 푸른 들판과 수놓은 분홍 집과 그를 향해 굽어 있는 수놓은 갈색 길 위에 내리쬐고 있음에도, 길가에서 서 있는 남자의 얼굴에는 어딘가 문제가 있었다.˝

˝그녀는 작은 가위를 번쩍이며 재빠르게 실밥을 뜯기 시작했다. 점점 포악해지는 그녀의 손은 실밥을 뜯고 잡아당겼다. 남자의 얼굴은 사라졌다. 길 위의 남자는 사라졌다. 그녀가 완전히 없애 버린 것이다.˝

그리고 번쩍이는 섬광은 그녀들을 태운다. 불길은 자수 속의 태양이 수놓은 모든 것을 뜯어냈고 그녀들을 길 위에서 무참히 뜯어냈다. 그렇게 어떤 실험으로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이 무서운 암시, 작가의 문명 비판





<저 너머의 드넓은 세계>

이제까지 그녀가 생각조차 해 보지 못했던 일을 경험하는 코라
자신이 브래범 부인의 허풍에 기죽어 하찮게 여겨졌던 시간을 알게 된다. 그동안 브래범 부인의 거짓 편지에 관한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조카 벤지의 등장은 코라를 다른 경험의 순간으로 이동하게 한다.

저 너머의 드넓은 세계는 가지 않아도 편지를 통해 코라에게 전해진다. 하지만 코라는 문맹인이다. 한 번도 연필을 만져보지 못했다. 그녀에게 편지는 두려움이었다. 브래범 부인의 거짓 편지에 속아 막연하게 자신도 편지를 받고 싶었던 것이다. 막상 편지를 쓰려고 해도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그녀의 절실함은 그저 자연에서 맴돌뿐이다.  여지 껏 생각도 해 본 적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저 그녀는 편지를 받고 싶을 뿐이다.

벤지는 잡지광고에 있는 주소로 코라 대신 편지를 쓴다. 그리고 코라의 부탁으로 우편함도 만든다. 새로운 경험, 그 신선함은 코라를 행복하게 한다. 난생 첨 편지를 받는 날 코라는 더할나이 없이 행복하다. 벤지가 읽어주는 편지는 저 너머의 드넓은 세계와 코라를 이어주었다. 그 순간은 코라는 ˝혼자도, 세상에서 떨어져 있지도 않았다.˝

조카 벤지가 떠나면서 편지는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눈 앞에 가까이 있는 저 너머의 드넓은 세상을 읽을 수 없는 그녀에겐 편지는 더이상 기쁨을 줄 수 없었다.
다시 세상과의 단절, 그녀에게서 세상의 이야기는 사라져 갔다. 절대 알 수 없는 저 너머의 드넓은 세상 이야기는 이렇게 막을 내린다. 쓰러진 우편함, 아무것도 없는 우편함을 확인하고 들판으로 향한다.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코라는 오롯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저 너머의 드넓은 세상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멋진 여름을 기억하며 새로운 것을 꿈꿀 수 있을테니 말이다.


눈을 뜨지 않으면,  세상을 볼 수 없다.
코라의 짧은 세상과의 소통은 조카 벤지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글을 배울 수도 있었지 않나 생각할 수는 있지만, 코라에게는 첨으로 접하는 이 과정에서 코라는 배움의 중요성을 알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녀는 배우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배운다는 생각자체를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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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08 0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이 브래드버리 정말 좋아합니다
SF 판타지, 미스터리 물이 전부 들어간 단편
완죤 소즁!!
이책 찜!! 장버구니로 ~@@@

오거서 2021-04-19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을 바꾸는 모둔 일은 손으로 한다, 일상 속 깨우침이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