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에게는 경험이 없었다

한스 기벤라트
마을과 학교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한스, 그는 한 마디로 재능있는 유망주였다.
그가 지닌 재능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의 미래를 결정지었다.
부모가 부유하지 않을 경우 최고의 길은 주(州) 시험에 합격하여 신학교에 진학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도원에 들어가 목사가 되거나 설교단이나 대학의 강단에 서는 것이었다.
한스의 어린 시절의 추억은 자신의 방에서 책과 씨름하고 보냈던 시간이 대부분이다. 학교나 어려운 시험을 뛰어넘어선 그는 평범한 친구와 다르다는 자부심과 그를 평범한 학교 친구들과는 다른 더 나은 존재로 바라보았다.
심지어 한스의 이런 우월감은 다른 친구에 대한 경멸로 이어지기도 했다.

신학교에 들어간 한스에게 새로운 친구들의 등장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사회성 부족한 한스의 친구 관계,
어머니 사랑이 없던 엄격한 어린 시절의 결핍은 관계에서도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관계를 맺는다는 것에 매우 서툴 수 밖에 없었다.
신학교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에서 한스는 서서히 내면의 성장을 이루며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게 된다.
친구 ‘하일너‘와의 관계에서 한스는 새로운 행복감을 맛보게 된다. 그러면서 그에게 학교라는 공간이 점점 낯설어지기도 한다.

천재성을 띤 학생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순간,

그의 유일한 해방감과 행복이었던 ‘하일너‘가 떠난 수도원은 그에게 더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다. 결국 바닥으로 추락하게 된 한스는 삶의 목적과 모든 것이 사라졌다.

플라이크씨의 과즙짜기에 초대되었던 한스는 그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경험하게 되고 그 속에서 누구나 어울려 빛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각각의 위치에서 느끼는 행복과 자긍심은 똑같다는 것, 빈부격차도 뭐도 느낄 수 없는 눈 앞의 상황들에 대해서 한스는 깨닫는다.

한스에게 찾아온 사랑,

가슴 속에서 타오르는 감정과 불안, 그리고 달콤한 고통은 한스에게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맛보게 했다. 평소와 다를게 없는 세상이지만 한스에게 찾아온 새로운 감정들이 한스를 더욱더 고통과 괴로움 속으로 몰아 넣었다. 달콤하기보다는 쓰디쓴 사랑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이다.

한스의 방황은 지독하다.
한때 모든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한스는 고향에서 견습공이 된다. 자신이 평범한 그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던 그들과 섞여 견습공으로서의 일을 해나간다. 하지만 한스는 여기서 평범한 그들 속에서도 섞일 수가 없다.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손으로 무엇을 만들어 기쁨을 맛보았지만, 자신에게 한 번도 이런 사소한 경험조차 없었다는 것을 깨달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공동체의 소속감을 느끼며 기뻐한다.
한스가 자신의 삶에서 잠깐동안 느낀 생동감이었다. 하지만 한스의 혼란스러움은 벗어낼 수 없었다. 잠깐의 해방감은 한스를 영원한 해방으로 끌었다.

내면적 고통과 시련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사랑‘이다. 하지만 한스는 어릴 때 어머니의 사랑을 받아 본 적도 배운 적도 없다. 그리고 가족의 따뜻한 관계 속에서 내면을 채울 기회도 없었다. 그런 어린 한스에게 사는 법은 세상이 만들어 준 기회에서 살아 남는 것이었다. 이는 한스에게 어
떠한 무기도 쥐어주지 않고 단련된 기술도 없이 싸움 한 가운데 던져 놓았던 것이다.
한스에게는 어떠한 경험도 없었다.
세상과의 싸움에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버틸 수 있던 힘이 어디에도 없었던 한스가 안타깝다.

지금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어린 한스는 끊임없이 책 속에서 진리를 찾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고 있다.
과연 이것이 정답인지 고민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