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버섯만 먹는 것은 아닙니다. 작물들도 먹습니다. 그 작물들을 먹인 가축들도 먹고요. 그게 오염되어있다는 건 우리도 알아요. 그렇지만 이 버섯들을 함께 먹으면, 괜찮습니다. 우린 그걸 마을 사람들을 많이 잃고 난 후에야 알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끝까지 몸에서 자란 것들을 먹기를 거부했죠. 하지만 버섯들이 있으면 죽지도 미치지도 않아요. 우리는 이 버섯들을 신이 주셨다고 생각해요. 죽음을 앞둔 미물들의 간곡한 기도에, 신이 응답한 것이라고요." - P159
인간은 멸망을 향해 가고 있지만, 버섯들은 아니다. - P155
"그래요. 내가 파견된 의사입니다. 간단한 진료와 약 처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지금 보니 당신들은 아주 곤란한 문제를 겪고 있는 것 같군요. 이것은..." 라트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내가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은 아닙니다. 대체 무엇에 감염된 건지 몰라도, 아주 심각해 보이네요. 여러 지역에 가봤지만 어디에서도 이렇게 피부를 뒤덮은 버섯은 본 적이 없는 걸요. 샘플을 본부에 보내면 아마 분석에 도움을 줄 겁니다." "잠깐만요." 청년이 당혹한 듯이 손을 내밀며 끼어들었다. "이걸 치료하겠다고요? 우리 몸에 자라는 이것들을?" 청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렇게 해야 합니까?" - P156
"혹시 그곳이 지겨워져서 떠나고 싶다면, 숨을 곳이 필요하다면, 다시 이곳을 찾아와줘요." 뜻밖의 말에 라트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나는 진짜 의사가 아닌데도요?" "상관없어요. 우린 사람이 더 필요하고, 이 버섯들에 대해 더 알아낼 영리한 사람이 필요해요. 무엇보다 아이들을 가르쳐줄 교사도 필요하고요. 나는 여기서 아이들을 가르쳐요. 여긴 공용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요." 버섯을 뒤덮인 아이들에게도 공용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는 청년을 보면서, 라트나는 기이한 기분에 휩싸인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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