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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충의 부처님 이야기 ㅣ 채지충 불교 만화 (김영사)
채지충 지음, 홍순도 옮김, 장수용.장수연 감수 / 김영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채지충의 만화 자체에는 별 불만 없다. '부처님이야기'와 '선이야기'가 합본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론 부처님이야기쪽이 훨씬 흥미롭다. 그런데 역자가 해놓은 번역과 주석은 납득이 되지 않는데가 군데 군데 있다. 원문을 보지 못해 모두 정확하겐 알 수 없으나 번역문만으로도 명백한 오역도 보인다. 몇몇 문장은 한 번 읽어서 단번에 이해안되게끔 덜 다듬어진 흔적들도 노골적으로 비친다.
한 가지만 예를 들어 보자. 251 페이지의 에피소드에서 '화신 火神에게 불을 구하라'고 일관되게 세번이나 반복해서 번역했는데 이러면 전혀 뜻이 통하지 않는다. 이건 앞뒤 문맥을 살펴도 짐작할 수 있는데, 이 화두에 깨달음을 얻은 현측이 그 뜻을 '화신이 곧 불인데 남에게 불을 구했으니 마치 내가 곧 부처이면서 부처에게 묻는 셈'이라고 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화신이 불을 구한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
이것은 선가에서도 유명한 일화인데, 역자는 그것을 모르면서 조사도 안해보고 번역한 것이고, 게다가 김영사의 책소개에 따르면 '불교 전문가 장순용과 장수연이 원전과 번역문을 하나하나 철저히 대조해가며 감수를 맡아서' 책의 가치를 드높였다고 하는데 웃기는 짬뽕같은 빈 소리일 뿐이다. 태만한 감수자는 이름만 올려놓은 셈이다.
원문은 '丙丁童子來求火'이다. '병정'은 불로 해석될 수 있다. 여하튼 명백하게 화신은 주어인데 이런 생각없는 기본적인 실수를 해놓았다.
그리고 만화 하단부에 (원본에는 없었을) 주석도 뭣도 아닌 쓸데없는 말들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아 책의 가치를 더욱 하락시키고 있다. 특히 '선이야기' 부분이 더욱 그렇다. 선가의 이야기라는 게 바늘 떨어지는 소리에서 천둥을 듣듯이, 최소한의 한 줌된 말로 많은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텍스트의 장르인데, 뭔놈의 별로 친절하지도 않는 쓸데없는 수다로 이책저책에서 베낀 말들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아 선가 이야기의 향취를 짓밟아놓았다. 이건 역자의 안목이기도 하고 김영사의 안목이기도 하다. 이글이 괜한 트집인지 궁금하면 직접 확인해보라. 그땐 이 적지않은 책값도 함께 날렸을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