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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평점 :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물건이다.
처음에는 또 한 권의 아우슈비츠 생존자 회고록이라 간주하고
집어들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평소의 편식을 자책하며, 잘 안 읽게 되는, 온건한 인간미로
감싸여 있을 듯한 이름의 저자들을 한꺼번에 읽어치우려드는
독서 프로젝트의 일환에서 첫 번째 권으로 선정, 굳이 붙잡은 것이다.
느끼하지 않았다. 인간을 냉소하고 내려다보면 파충류의 마음으로
변해가는 걸 느끼게 된다.
그건 괴로운 일이지만 빠져들기 쉬운 두더지 구멍이다.
반대로 별로 첨언하고 싶지 않은,
보편적 인간애라는 저지방 우유로 이루어진 난바다가 있다.
프리모 레비의 이 책은 이쪽도 저쪽도 아니다.
금속성의 칼바람으로 타인을 밀쳐내지 않으면서,
신랄한 통찰이 있다.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지 않으면서도
정리를 해버리는 간결한 문체다.
그렇다고 미니멀하게 깍아내린 인위적인 긴장감은 아니고,
유머도 아픈 데를 후벼파는 류가 아니다.
개인적 소감으로 아트 슈피겔만이나 빅터 프랭클의 책보다도
3.5 배는 감동적이다.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제목은 적절하다.
읽다보면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책 날개에 붙어 있는 늙수구레한 저자가
얼굴을 정면으로 돌려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대답을 하는 것이다. "응, 그것이 인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