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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와 유방 - 전3권 세트
시바 료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달궁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시바 료타로는 처음 읽는다.
내가 과문하고 무식한 탓이겠지만 이제서야 이 작가 작품을 읽게 되다니!
밤새 읽으면서 몇 번이나 혼자 낄낄 댔는지 모르겠다.
신문기자 출신답게 인간성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시니컬하지만
어둡거나 축 쳐지지 않고, 선악구분으로 재단할 수 없는
캐릭터의 모호하고 부조리하며 다층적인 면면들이 겹쳐 쌓인
덩어리감을 손상하지 않으려는 자세만으로는 독보적이라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인간사를 기저에서 떠받치고 작동하는 사회 경제적이고
군중심리학적인 통찰을 들이대서 줄거리의 흐름을 가로막으면서까지
과감하게 일반론을 펼치는 대목들이
종종 출몰하는데 거슬리지 않고 호쾌하기까지 하다.
(그러면서 이론이나 소화되지 않은 개념적 지식을 위에서 일괄적으로
찍어누르는 듯한 현학은 전혀 없다. 자기화된 쉬운 일상어로 명쾌함에
도달해 있으면서도 진부한 도식을 빌리지 않는다.)
사물의 실질만을 적나라하게 쥐려고 드는 필치만 가지고서,
그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골계적인 재치가 상당하다.
사놓고 안 읽은 이 작가 것이 세 작품이나 되니 벌써부터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