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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수업 (양장) - 글 잘 쓰는 독창적인 작가가 되는 법
도러시아 브랜디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글쓰기의 기교를 다루지 않고 원천인 무의식을 파지하는 자세, 마인드셋에 관한 지침서이다. 무의식은 수면이기 때문에 출렁거려 봐야 잡히지도 않고 소금쟁이 발이 필요하다. 볼륨도 얇고 지침도 단순하다.
일상의 충돌과 산문적인 비루함을 관리하는 ‘비평가로서의 나’와 ‘창조적 짐승으로서의 나(X)’, 둘로 나뉘어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일어나자 마자 일정시간 동안 뒤돌아보지 않고 써 갈기는 ‘모닝 페이퍼’, 하루 중 스스로에게 약속한 특정 시각에 하늘이 무너져도 글을 쓰는 (내 식대로 명명해본다면) 앵커링-리추얼(anchoring-ritual)을 통해 본격적인 글쓰기 작업을 위한 예열을 권한다.
모닝 페이퍼가 1차적 자료로서 일정 정도 퇴적이 되었다 싶으면 돌이켜 보고 자기 성향이 어떤 장르의 글쓰기에 맞는지 점검해 본다. 픽션을 쓰겠다 치면 이야기나 캐릭터를 끄집어 낸 후 이미지로 품고 있으면서 산책을 한다 든지, 멍 때리면서 누워있거나 언어적인 인풋으로 훼방받지 않는 취미나 여가 생활을 하면서, 하는 척하면서 그것이 고독의 오븐 속에서 스스로 익어가도록 내버려둔다. 조바심에 굴복하지 않는다. opus에 해당하는 본격 작업 중에는, 문체에 통제되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해당 분야의 라이벌이나 대선배 격에 해당하는 저작의 탐독은 삼가한다. 이 정도면 이 책의 요지에서 90프로 이상은 전달된 거라고 봐도 무방하다.
기억해둘 만한 비례식 하나를 제시하는데, 마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몸을 쉬듯이 내 안의 창조적 X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도 마음을 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언어 구성물을 꾸역꾸역 내 안에 쳐 넣고 불모의 공회전을 시키는 강박증은 금물이라고 한다.
다른 글쓰기 책으로 건너가기 위한 예비작업을 위한 물건으로, 오래전 한 번 읽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 독후감 피드백을 안해서 그런가, 앞서 언급한 무의식의 비스트 X와 관련한 비례식 외에는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시니컬하게 보면 저자 분도 작가지망생을 위한 책 두 권이 대표작이라고 볼 수 있겠다. 3시간 안팍이면 읽어치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