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그램
심흥아 지음 / 새만화책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소확행, 변두리에서 힐링 이런 키워드로 묶이는 것에 별 관심이 없다. 아니 그보다는 어떤 혐의를 품고서 지켜 본다. 사실 소재가 문제겠는가 다루는 방식이 문제겠지 카테고리로 묶어버리면 상투성의 딱지를 붙이는 것이 되겠지만 정보압축과 뇌 피로를 덜어주는 폭력적인 편리를 위해 우리는 그렇게 흔히들 한다. 이 만화책 소재나 상품 설명으로 붙는 몇 줄만 가지고는 흥미를 안보일 법한데 중고떨이로 몇 년 전에 사 쟁여놨다가 까페를 하는 친구가 까페 창업에 대한 책을 쓰다 말다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문득 생각이 나 집어들었는데 뜻밖에 보석 같은 소품이었다.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란 무엇인가? 

'애티튜드'= 관점 변경의 잠재적인 영역을 표시하는 태도와 포즈를 말한다. 마치 그것은 애매한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테두리의 안과 밖으로 독자의 눈을 거스르거나, 반대로 아군의 그늘이 되어 주기도 한다. 취향의 까다로운 포인트만 점점 더 늘어가는 아재가 되어버려서 이런 소재로 거슬리지 않기가 어려운데 읽으면서 거슬리지 않았다.  


까페를 차렸다가 3년차쯤 되서 접었다는 이야기다. 응원을 오거나 곁붙을 쬐는 친구들, 동네 아이들과 담배를 사는 노인이 오고 간다. 야외의 무릎담요와 고양이 브라우니 치즈 케이크. 줄 위에 앉은 새들의 노래다. 


예컨대 아래와 같은 장면. 동네슈퍼가 있던 공간을 인수하고 까페 실내를 꾸미고 있던 즈음이었다.






이 장면을 보고 부족함도 넘침도 없이 단순한 선으로 귀여움을 전달했다고 생각했다. 그 귀여움을 '귀여웠다'고 직설한다면 정직하기는 하지만 그림 이미지에서 스며오는 것과 서로 간섭하며 이중적인 메아리가 된다. 그런데 '신기하다'니! 


작가는 물론 정말 신기하다고 느껴 '신기하다'고 썼겠지만 독자인 내 입장에서는 어렵지 않으나 자발적인 감각으로는 짚어내지 못할 단어였다. 그럴싸했다고 비평하면 넘치는 표현이 될 만큼 덤덤하고, 그림에서 반사해 주루룩 흘러 내려왔던 내 느낌과 내가 모르던 '신기하다'는 스미듯이 나란히 흘러내렸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중 하나. 절판이나 다를 바 없는 품절 상태지만 과하지 않은 중고가로 여전히 굴러 다닌다. 안목이 있는 독자님들께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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