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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 입문
가지야마 유이치 지음, 김성철 엮음 / 동국대학교출판부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불교의 개념으로서 '공'이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아니라 주관과 객관이 분기하기 이전에 파지하는, 세속적인 지혜 분별을 넘어선 자리에서 존재 일반의 '무자성 연기'(無自性=緣起)적 본질을 가르키는 초월의 개념이다. 이 '공'개념을 중심으로 형이상학적 논의들을 해체하는 학파가 중관이고, 교조는 나가르주나(용수).
이 책은 '공' 개념이 중관 용수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관점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초기 니까야(특히 수타니파타)에서 무상-무아-연기론이 발전해서, 아我는 무상하므로 비어있지만, 무엇이든 간에 인식된다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시간을 초월한 실체로서의 오온의 존재를 긍정하는 아비달마 설일체유부의 존재有의 형이상학으로 나아갔다가, 이것을 또 다시 안티테제로서 깨고 나온 게 용수의 중관학이라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메인디쉬가 되는 <중론>의 주요 구절들을 뽑아 해설하고, 용수의 최짧은 저작인 <인연심론>을 번역하고 주석을 다는 분량을 후반부에 배치했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적 흔적을, 몇 페이지만 읽어도 선생님 소리가 절로 나오는 단도직입하는 내공으로 보여준다. 카지야마 유이치의 저작들이 몇 권 국내에 번역이 되었는데 경서원에서 나온 한 권을 제외하고는 다 절판이 되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