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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를 얼마나 알까? - 마음대로 풀어 쓴 『섭대승론』
무착 지음, 정화 옮김 / 북드라망 / 2019년 9월
평점 :
여러모로 석연치 않은 해설서다. 우선 아상가(무착)의 원저와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원저의 기본 구조라든가 핵심 문장들을 인용하고 풀어주는 부분이 전혀 없다. 원전 텍스트와 타이완의 인순 스님이 쓴 해설서 두 권을 끼고 - 사실상 한 권 - 원전 출처에 대한 링크 없이 내용의 핵심만, 정화스님이라는 필터가 느끼고 반응하는 대로 일종의 적극적 독서노트로서 산출물을 뽑았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이 타이트하게 정수만 알기 쉽게 옮겨져 있냐 하면 또 그렇지 않다. 중언부언 반복하는 부분이 많고, 좋게 생각하면 난해한 내용을 복습해주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완결된 작품으로서의 경제성은 떨어져 보인다. 추측컨대 정화 스님의 다른 저작들 처럼 대중 상대 강의 녹취를 푼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저자 특유의 '인지 네트워크'= '생명 인드라망'= '대승 보살' 이론이 깊숙이 관류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은 아상가의 사상을 모사하고 정리하고 있는 물건이라기 보다는, <섭대승론>을 소재로 정화스님만의 기본 테마를 재확인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겠다.
전체에서 3분의 1 이상 분량을 차지하는 후반부에서는, 유식에 근거한 수행론이 전개되는데, 이는 원저에서도 기본 프레임이 그렇다. (목차 중, 依'戒'學勝相, 依'心'學勝相, 依'慧'學勝相,學果'寂滅'勝相)
한 가지 궁금한 게, "아비달마 대승경을 보면.." 이라고 출처를 밝힌 부분이 몇 번 나오는데 스님은 실존하는 책을 직접 참고하고 하신 말인가? 왜냐하면 <섭대승론>이 <아비달마 대승경>의 주석이라는 설이 있으나, 후자의 경전은 아직 발견된 적이 없고, 현장역에서 <아비달마대승경>이라고 씌어있는 부분이, 진제(파라마르타) 번역에서는 "섭대승론은 아비달마 '교'(가르침)이며 대승'수다라'(경전)이다"라고 되어 있어서. 현장의 오역에서 기인한 존재하지 않는 경전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라는데 학계의 의견이 뒤집힐 만한 문헌 발견이 있었나 싶어서 언급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