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습격 - 영화, 역사를 말하다
김용성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재밌고 쉽다는 것.(꼭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면,

어렵고 난이도가 있다는 것.(꼭 나쁜것도 아니다.)

...이건 어떤가?

재밌고 쉬우면서도 깊이의 난이도가 있는 것.(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내가 만난 이 책의 한 줄 느낌은 그렇다.

재밌고 쉬우면서도 깊이있는 책!!

머리말에서 밝힌 저자의 '불쏘시개로나 쓰일 잡문은 쓰지 않겠다!'는 각오가 여실히 베인 책이라는 걸 금새 느낀다.

저자의 의도대로 영화의 바다에서 헤엄쳐 보기 위해 수영을 배워야 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폈다가,

몸을 담군 그 바다의 엄청난 밀도에 읽는 것만으로도 내 몸은 벌써 둥둥 떠 있더라고 적고 싶다.

 

1.격동의 아시아, 2.혼혈의 땅,라틴 아메리카, 3.북아메리카 쟁탈전, 4.아프리카의 꿈.

크게 4개의 대륙으로 나누어 연관된 영화를 보여주고 관련된  시대적 배경과 역사를 지루하지 않는 목소리로 담담히 소개한다.

소개의 마지막에 첨부한 이해를 도울 만한 더 보기 영화의 추천과 지식습득에 용이한 더 읽어보기 책의 소개까지.. 친절할 손!!^^

충실한 시네마 가이드이면서 사고의 확장을 꾀하는 지식서같은 착한책이다.^^

 

격동의 아시아편의 일본(라스트 사무라이), 중국(태양의 제국), 한국(한반도)의 영화들은 제목처럼 격동의 시대를 건너는 동안

각 나라가 표방해야 할 정신의 중심이 무언지를 읽을 수있었다면 오독이고 오버일까?

특히, 한국 근대사의 심도있는 역사접근과 미스테리한 사건들의 주해는 흥미롭고 감상의 폭을 넓혀준다.

 

양면의 거울 같은 라틴아메리카!

1492년 유럽의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은 원주민에게는 '침략이자 습격'이었다.

초등 놀이터에 놀러 온 대학생들이라고 유럽의 습격을 표현했는데, (적절하도다!^^) 영화와 접목된 역사적 지식은 물론이고,

국사책에서도 배울 수없었던 방대한 상식까지 꾸러미로 선물한다.

 

북아메리카에 이어 아프리카까지.

모두 침략의 역사들로 점철된 세계사의 흐름들로 가득 차 있다.

북아메리카 대륙을 둘러싼 제국들의 각축전은 제죽주의 국가들의 메인 이벤트라고 적고 있지만,

수탈과 습격의 역사를 오로지 맨 몸으로 받아 내야했던 아프리카만 하랴 싶다.

칼, 주전자, 옷감, 냄비 같은 물건 대신 팔려 가야 했던 소수부족들의 흑인 노예들..모두 다른 종족이었지만,

정체성까지 말살당하고 니그로(negro)로 불리면 착취당한 삶을 생각할 때,

해적과 제독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이미 제국주의 국가는 피지배 국가들에게 그 자체가 거대한 해적인 것이다.(P.195) 저자의 촌철살인이 담긴 정의에 나는 한 표!! 던진다.

 

저자 스스로 이 책의 핵심 키워드를 '세상을 보는 눈'이라고 밝힌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이해하고,

이해하는 만큼 도움이 된다고 영화이해의 도움이 되기를 바랬다.

슬쩍, 범을 그릴려다 고양이를 그린 게 아닐까하는 겸손의 말도 빠뜨리지 않고 있지만, 나는 그가 그린 범의 그림에서

포효하는 우렁찬 울음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면, 영화에 관한  책 한 권으로 벌써 헐리우드 액션이냐고 비웃을런지..

 

소개된 영화중에 봤던 영화보다 보지 못한 영화가 더 많아서 수첩에 옮겨 적음은 물론이었거니와,

도대체, 왜?

저자가 본 영화를 나도 같이 봤음에도 이렇듯 감상의 차이가 난 단 말인가..

 

부끄러운 반성과 시선의 확장에 지평을 열어 준 책에 하이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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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2 - 보이지 않는 적,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2-2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2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홍성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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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SF라는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상상력이 결여된 사람인 탓도 있고, 황당함과 비현실적 요소들로 인해 아릿한 감동없는 킬링타임용이라는

생각이 들곤해서이다.

시공초월, 변신, 유체이탈, 가상적인 무기, 외계 생물체...이들 역시, 내 취향은 아니다.

 

최근 혜성처럼 등장한 스테프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시리즈가 전 세계의 독자을 눈을 사로잡고 있고,

원작이 영화로도 만들어져 엄청난 호응을 얻고 있는 입소문에 그정도야? 싶은 호기심과 의구심에  작가만 보고 선택한 책이었다.

(누군가를 주시하는 표지의 강렬한 눈동자에 이끌리기도 했고..^^)

뱀파이어와 소녀의 사랑을 다룬(어쩌면 다소 진부한 소재의!) 트와일라잇의 맥락이려니 했으나, 내 기대(?)를 거뜬히 넘어선다.

 

인간의 몸속에 들어와 사는 외계 생물체 소울!!

만화? 영화? 어디선가 많이 봐왔던 장면이다. 

달빛을 받으면 몸속에서 튀어나와 괴물로 변할지 몰라.. 상황에 따라 정체를 드러내고 사람을 먹어 치울거야! 하는

익히 봐 온 고정된 시나리오를 떠올렸으나, 다행(?)이 가뿐하게 이 또한 무시당한다...흡!!

 

지구를 정복한 외계 생명체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들은 '소울'로서 사람의 몸을 숙주로 삼아 몇 번이고  옮겨다니며 삶을 바꾸며 산다.

경험 많고 정신력이 강한 '방랑자' 소울은 인간 멜라니의 몸속에 들어 왔으나, 이미 없어져야 했을 멜라니의 목소리를 느끼며

소울과 숙주간의 정체성의 갈등을 겪는다. 호스트와 소울인 그들은 한 몸안에서 다르게 들리는 서로의 목소리에 점차 귀를 기울이며

동화되어 간다. 그리고, 멜라니의 연인이었던 제러드를 만나서 느끼는 소울의 낯설면서도 새로운 사랑의 감정..

 

세계가 열광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스테프니 메이어의 작품을 두루 섭렵하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소설에는 던진 빈 그물에 걸려든 묵직한 생선떼의 파닥거림처럼

묵직하면서도 살아있는 생명력에 있다.

한 두마리씩 낚아올리는 낚시의 손맛이 아니라, 한 방향으로 몰았다가 떼로 늘어난 무리를 왕창 건져올리는 만선의 기쁨을 알게

하는 책이다. 읽어 갈수록 재미가 떼로 늘어난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수색자'가 주는 긴장감,

살아남기 위해 숨어 살아야하는 동굴 속의 인간군상들,

거미,꽃, 곰 행성이 주는 재미있는 상상은  이야기의 감칠맛을 더하는 맛있는 소스다.

 

멜라니와 제러드, 완다와 제러드, 완다와 이완!!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그들의 사랑을 듣다가 나는 문득, 샴 쌍둥이의 몸을 떠올린다.

몸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지만, 서로 다른 정신을 가진 샴 쌍둥이의 마주보기.

각각 다른 개체지만,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슬픈 아이러니..

제러드를 향한 멜라니와 완다의 마음이 이렇지 않았을까..싶어 안타깝다.

 

물 흐르듯 흐르며 그들의 감성과 쉽게 친화력을 발휘하게 한 문장력과 숨어있는 마음의 사각지대까지 다 그려 낸

섬세한 심리묘사에도 박수 짝,짝,짝!!

스테프니 메이어, 앞으로 세계 문단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갈 차세대 주자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내 취향 아니었던 SF장르가 이토록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게.. 나는 신기할 뿐이고~^^

*보이지 않는 적 The host 1.2 /스테프니 메이어 / 홍성영 /랜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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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애호가로 가는 길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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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들어 그림시장이 커졌고, 몇몇 고가그림의 위작시비가 끊이지 않고 화자가 되고 있는지라

그림이 주는 마음의 위안이나,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오롯한 기쁨만으로 그림을 소장하고 싶어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싶어지기도 한다.

돈이 되는 그림, 투자가치가 있는 그림으로 시선이 쏠리다보니, 진정 그림을 사랑하고 그림으로 위안을 얻는

애호가들은 돈에 밀리고, 시장의 혼탁함으로 인해 설자리를 잃어가는 건 아닐까하는 문외한인 나같은 사람도

걱정이 앞서는게 사실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사실은 나도,

그림의 환금성이 날로 높아지고, 안목만 있으면 주식투자하는 것보다 낫다는 솔깃한 얘기들에 현혹되어

이 책에 관심이 갔던 게 사실이다.

누가 봐도 '아!!' 하는 그림들을 보면서도 그 그림의 어디에 진정한 가치가 있고,

어느 부분에서 다른 화가들과 차이가 나는 독특한 화법으로 인정을 받는 것인지 상식적인것 외엔 잘 모르고 있다.

유구한 역사속 오래전부터 인정을 받아온 그림이니까, 전문가적 안목없이 봐도 무난하고 괜찮은 그림임에 틀림없으니까..

끄덕끄덕.. 그렇게 그림을 감상해 온 내가 '그림애호가로 가는 길'에 눈이 번쩍한 것은,

혹, 이책이 값이 나가는 그림을 구별해 내는 길을 설핏 보여주지는 않을까..하는 속물스런 기대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속물스런 기대를 진즉에 간파한 저자는 마음에 드는 그림을 찾아내서 벽에 걸고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하는 것의

기쁨만을 강조할 뿐, 어느곳에서도 그림의 환금성을 점쳐 주지는 않는다.

미국에 살면서 벽에 우리나라 화가들이 그린 그림 한 점 걸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리운 풍광과 익숙한 고향의 모습을 찾다보니

애착에 생기고 관심이 높아져 자연스레 그림과의 인연이 계속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애착과 관심속에 이중섭의 스승이었던 임용련의 그림(십자가의 상p.68)이 그에게 찾아오기도 하고, 

(저자는 그렇게 말한다. 그림이 그에게 찾아온 것이고,소장의 욕구가 넘쳐도 인연이 아니면 가질 수 없다고..)

위작이라고  주위에서 만류하던 김기창의 그림 (판상도무.P.138)이 가진 아픈 사연과 그의 손에 오기까지의  행로를 쭈욱 듣다보면

그림과 의 인연이란 말이 허투로 들리지 않는다.

 

비싼 그림에 비해 비교적 값이 싼 판화의 '칼맛'과 젊은 작가들이 실험정신과 도전의 응원, 찰나의 빛이 빚어내는 사진에 대한 감상,

마음을 비워주는 동양화의 고찰,그림 애호가로 가기위한 화랑소개와 큐레이터의 조언듣기..

진정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의 진심 담긴 얘기들을 듣다보면 처음의 이 책을 읽고자 했던 동기가 화끈, 부끄러워지고 만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와 저자의 내면이야기가 적절히 조화을 이룬 책,

그림을 통해 마음을 드러내기도 하고, 마음을 담기도 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책,

사심을 털어내고 그림을 그림으로만 오롯이 즐길 수 있게 하는 따뜻하고도 감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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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2 - 하 -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 밀레니엄 (아르테)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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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을 읽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혼자 낄낄거릴수도 있고, 주인공의 행동을 상상하며 나를 접목 시킬 수도 있으니 말이다.

밀레니엄, 이 책은 내가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재밌게 읽은책이다.

 재미에도  갈래가 있다면 이건 깔깔거리는 재미가 아니라, 무거우면서도 무섭게 빨려들어가는 흡인력의 재미다.

 

1권에서 보여준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가공할 만한 능력과 시니컬한 매력은 2권에서는 그녀의 화려한(?) 이력으로

그 범위를 넓혀간다.

왜 그녀가 스스로가 인정하는  사회적 장애아가 되어야 했는지,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변이적 성격을 보이며 살아야 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녀 속으로 한 걸음 들어가 그녀를  보듬고 토닥여 주고 싶어진다.

 

밀레니엄사와 다그 스벤손과 미아 베리만이  매춘에 관한 고발 프로젝트를 펴내려 하던 중

다그와 미아가 살해 당하고 현장에는 리스베트의 지문이 묻은 권총이 발견된다.

증거물로 인해 용의자의 선상에 오른 리스베트는 온갖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숨어서 일의 중심으로 접근해 간다.

1권에서 호기심만 남겨 놓고 끝난 미카엘과의 인연도 다시 이어져 리스베트의 결백을 옹호한다.

그러는 중에 알아가는 리스베트 어린시절의 참담한 경험들과 사건과 관련된 새로운 인물들과 사실들..

 

1권을 보지 않고 2권부터 본 사람아라면, 익숙치 않은 스웨덴의 지명과 나오는 이름들의 생소함과 방대함에 질려

쉬~ 재미를 느낄수 없을지 모른다.

그리고, 작가의 스타일이 여러가지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고 복선을 깔아 놓은 뒤에 전광석화처럼 몰아쳐 이야기의

흐름을 매듭짓는 스타일이라 중간부분을 이겨내지 못하면 밀레니엄에 열광하는 독자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부분부분 사건과 인물의 이해를 돕기 위한 보충 설명들이 있긴 하지만, 오롯이 인물을 파악하기엔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다루어지는 리스베트의 성장환경과 분명 정상은 아닌 가족들..

그 속에서 사회적 장애아로 남게 된 리스베트 개인적인 이야기만을 떼어다 읽는다 해도, 밀레니엄 시리즈의 독자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여긴다.

 

리스베트와 그녀의 성장환경,

그녀를 평가하는 힘(?)을 가진 집단들,

진실이 호도된 맹목적인 시선들,

그 속에서도 꿋꿋이 자기 할 일을 향해 혼자 싸우는 리스베트..

어쩌면 세상을 바꾸는 힘은 오래된 유지된 권력의 무리들이 아니라, 아픔을 이겨내고자 애쓰는 개인적인 분노가

더 빠르다는 것을 작가는 리스베트를 통하여 넌지시 가르쳐 주는 것같다.

 

폭력에 대항하는 것이 폭력이어서는 안된다고,

냉대와 질시 속에서도 진심은 통하는 것이라고,

죄를 짓고 사는 악의 무리들은 벌을 받게 마련이라고..

 

우리가 흔히 믿고 있는 진리 리스베트는 믿지 않는다.

그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맞설 뿐!!

각 장마다 연결되는 수학의 방정식, 그리고 페르마의 정리.

머리 아픈 방정식을 킥, 웃으며 알아차린 그녀에겐.. 골치아픈 방정식이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보다는

훨씬 쉽게 느껴졌다는 반어적 표현으로 나는 읽었다.

 

책의 긴장과 이완의 연결시키며 사람을 흡인하는데는  리스베트의 이런 매력들이  톡톡한 역할을 한다.

 

말괄량이 삐삐를 사랑한다는 작가의, 군데군데 심어놓은 까메오들을 보고 웃을 수있는 건 보너스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의 향방이 어떻게 흘러갈지,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리스베트와 미미, 리스베트와 미카엘의 이어지는 이야기를 얼른 만나고 싶어 또 좀이 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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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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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방식으로 사는 삶..

언제부턴가 진부하게 느껴지고 시대를 뒤쫒지 못하는 뒤떨어지는 사람들이 사는 방식으로

치부되어 지고 있음을 간혹, 보고 느낀다.

디지털 시대의 디지털화된 삶이라고 해서 모두 행복하거나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어쩌면 이건 시대의 트랜드니 따라 가 주지 않으면 왠지 뒤쳐지는 기분이 드는것 같아

천천히 내 방식대로 사는 삶을 쉽게 포기하는것인지도 모른다.

 

고향 사진관.

이곳엔 아날로그로 살다간 서용준의 삶이 베여있는 곳이다.

이상과 포부가 컸던 군 제대를 앞 둔, 한 젊은이가 뇌졸증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모시기 위해

자신 앞에 펼쳐진 다채로운 미래를 접은 대신, 잡은 게 아버지가 쓰시던 카메라다.

 

모두들 디지털로 금방 인화되는 사진이 나오는 곳도 아니고,

사진관이 들어설 자리가 아니라고 하지만, 묵묵히 아버지의 온기가 담긴 수동식 카메라를

고집하며 아버지 병수발하며 청춘을 보내는 그.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는 걸, 책 군데군데서 느낄 수 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그렇고, 말이 없이 묵묵히 지내는 모습에서,

한 번씩 버럭 성질을 내는 모습에서...젊은 날 찬란하게 꽃ㅍ워 보고 싶었으나 어쩔 수없이

포기하고 만  꿈의 편린들이 보인다.

 

요즘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딨냐고?

좋은 요양시설이며, 수발할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굳이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가

꿈을 향해 나아가 그 꿈을 이루고 더 나아진 모습을 보이는 게 효도의 한 방법 일 수도 있지 않겠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치만, 그건 어쩌면 현실을 피하고 싶고 자신의 욕심이 개입되어 있는 변명이라는 걸 서용준은 잘 알았던 것 같다.

 

그리고,

십 칠년을 아버지를 위해 보내고 나서 닥친 자신의 암.

조용히 받아들이고 시끄럽지 않게 처신하는 그의 심정과 주변의 안타까움을 표현 할 길은 막막하지만,

그의 입장에선 정말 불공평한 건 아니냐고 하늘에 대고 고래고래 고함이라고 질러 보고 싶었을 것이다.

어쩌면 서용준 그 보다 더 많은 고생을 했고,또 그를 잃은 고통속에서 살아갈 사랑하는 아내가 지켜보는 옆에서

조용히 스러져가는 마지막 장면은 너무 가슴이 아파 되려 아무 말이 나오지않는다.

 

빠르게 변하는 생각과, 빠르게 변하는 가치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의 디지털 세상속에서

아직도 효라는 오래된 가치가 얼마만큼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배워주고,

빠른 변화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결코 뒤떨어진 삶이 아니라는 것도 같이 보여 준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쉬 흉내내지 못하는, 부모를 사랑하는 모습과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에

나는 오래 부끄럽고, 그의 삶은 오롯이 이 책에 다시 살아 내내 아름답게 기억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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