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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아날로그 방식으로 사는 삶..
언제부턴가 진부하게 느껴지고 시대를 뒤쫒지 못하는 뒤떨어지는 사람들이 사는 방식으로
치부되어 지고 있음을 간혹, 보고 느낀다.
디지털 시대의 디지털화된 삶이라고 해서 모두 행복하거나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어쩌면 이건 시대의 트랜드니 따라 가 주지 않으면 왠지 뒤쳐지는 기분이 드는것 같아
천천히 내 방식대로 사는 삶을 쉽게 포기하는것인지도 모른다.
고향 사진관.
이곳엔 아날로그로 살다간 서용준의 삶이 베여있는 곳이다.
이상과 포부가 컸던 군 제대를 앞 둔, 한 젊은이가 뇌졸증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모시기 위해
자신 앞에 펼쳐진 다채로운 미래를 접은 대신, 잡은 게 아버지가 쓰시던 카메라다.
모두들 디지털로 금방 인화되는 사진이 나오는 곳도 아니고,
사진관이 들어설 자리가 아니라고 하지만, 묵묵히 아버지의 온기가 담긴 수동식 카메라를
고집하며 아버지 병수발하며 청춘을 보내는 그.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는 걸, 책 군데군데서 느낄 수 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그렇고, 말이 없이 묵묵히 지내는 모습에서,
한 번씩 버럭 성질을 내는 모습에서...젊은 날 찬란하게 꽃ㅍ워 보고 싶었으나 어쩔 수없이
포기하고 만 꿈의 편린들이 보인다.
요즘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딨냐고?
좋은 요양시설이며, 수발할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굳이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가
꿈을 향해 나아가 그 꿈을 이루고 더 나아진 모습을 보이는 게 효도의 한 방법 일 수도 있지 않겠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치만, 그건 어쩌면 현실을 피하고 싶고 자신의 욕심이 개입되어 있는 변명이라는 걸 서용준은 잘 알았던 것 같다.
그리고,
십 칠년을 아버지를 위해 보내고 나서 닥친 자신의 암.
조용히 받아들이고 시끄럽지 않게 처신하는 그의 심정과 주변의 안타까움을 표현 할 길은 막막하지만,
그의 입장에선 정말 불공평한 건 아니냐고 하늘에 대고 고래고래 고함이라고 질러 보고 싶었을 것이다.
어쩌면 서용준 그 보다 더 많은 고생을 했고,또 그를 잃은 고통속에서 살아갈 사랑하는 아내가 지켜보는 옆에서
조용히 스러져가는 마지막 장면은 너무 가슴이 아파 되려 아무 말이 나오지않는다.
빠르게 변하는 생각과, 빠르게 변하는 가치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의 디지털 세상속에서
아직도 효라는 오래된 가치가 얼마만큼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배워주고,
빠른 변화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결코 뒤떨어진 삶이 아니라는 것도 같이 보여 준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쉬 흉내내지 못하는, 부모를 사랑하는 모습과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에
나는 오래 부끄럽고, 그의 삶은 오롯이 이 책에 다시 살아 내내 아름답게 기억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