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여름방학생활 초등 4학년 - 2012년 7월 9일 ~ 8월 19일 방송 EBS 여름방학생활 초등 4
한국교육방송공사 엮음 / 한국교육방송공사(초등)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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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숙제용으로 사기는 하지만, 내용도 좋고 학습에 도움되는 이야기뿐 아니라 지혜와 상식을 고루 갖춘 구성에 아이들 정서에도 도움이 많이 되더라구요. 일단 사면 억지로라도 듣게 되니 일석이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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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 읽을수록 논술이 만만해지는 우리고전 읽기 1 지식이 열리는 신나는 도서관 2
허순봉 엮음, 김홍 그림 / 가람어린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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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중학생일 때는 영어, 수학만 잡아 놓으면 별 무리없이 고등학교에 가서도 성적을 유지하겠거니..하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고등학교 올라가보면 점수 나오기 가장 어려운 과목이 국어라는 걸 보모도 아이도 함께 깨닫는 경우가 많다.

교과서 외의 지문도 많거니와 시와 더불어 고전문학에 현대문학에... 왜 틈틈히 책을 많이 읽어 놓으라고 했는지 뼈저리는 후회와 함께 알게된다.

해야할 공부는 많고 수많은 문학작품 중 어디서 나올지도 모르는데 그 많은책을 언제 다 읽고 있느냐고 반문하는 아이의 말도 일리가 있고, 해야할 공부는 제쳐두고 책만 읽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는 부모 마음도 편할리 없다.

발등에 떨어진 불 부터 끄다보면 쉬운 우리말로 이루어진 국어는 일상생활에서나 쉬운 우리말일 뿐이지 시험을 치러야 하는 아이들에겐 점수의 늪이나 마찬가지임을 알게 된다.

일단 빠지면 빨려 들어가기 쉽지만 기어 올라오기는 좀체로 힘이 든!!!

고전은 흔히 우리가 알고있는 전래동화에서 비롯된다.

춘향전, 심청전, 까치전, 토기전, 흥부전, 옹고집전, 박씨전...

어릴 때 읽을 땐 그렇게 재미있고 신명나는 이야기들이 학년이 올라갈 수록 그 심오한 깊이가 심청이 몸을 던진 인당수 저만가라다.

한문이 태반이요, 말은 왜이리 어렵게 꼬아 놓았고 비슷한 갈래의 상통하는 다른 작품은 이다지도 많은 것이며, 숨어있는 고사성어와의 연결까지...

애를 쓰고 찾아보며 공부해도 다음 시험에선 또 새로운 작품의 등장....수렁도 이런 수렁이 없다.

점수라도 잘 나와주면 해 볼 만 하겠지만, 이게 쉽지가 않더란 말이다.

유비무환!!

피할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여기서도 해당된다.

화를 당하기전에 미리 준비해 두는 수밖에!!

<읽으면 읽을수록 논술이 만만해지는 우리고전 읽기>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펴 낸 책이다.

하지만, 책 내용을 살펴보면 중학생이 읽어도 손색없는 책밥과 구성, 어휘와 낱말의 설명, 논술을 대비하는 이해력, 사고력, 논리력을 UP시킬 수있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책 내용도 초등학교 저학년용 전래동화의 내용에서 한 단계 깊어졌고, 원문에 가까운 언어로 채워져있어 본격 고전문학의 맛을 볼 수있다.

원문에 가까운 언어로 적었되 어려운 낱말들은 따로 표시를 해 국어사전식 풀이를 해 두었고 어려운 문장은 친절한 빨간펜 선생님?이 따로 표시를 해서 별표첨부의 설명을 곁들였다.

설명들을 읽다보면....아, 이렇게 깊은 뜻이?? 하게 된다.^^


우리 고전문학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10가지 이야기(규중칠우쟁론기, 장끼전, 흥부전, 옹고집전, 흥부전, 박씨부인전, 춘향전, 양반전, 토끼전, 연오랑과 세오녀, 심청전)가 실렸는데 캐릭터를 잘 살린 삽화와 더불어 읽다보면 이 이야기가 이렇게 깊은 재미가 있는 이야기였구나..를 다시 느끼게 된다.

여태껏 알던 전래동화속의 인물들이 업그레이드 되어 좀 더 중후하고 멋진 사람이 되어 다시 나타난 것만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이야기의 재미와 풍자, 해학까지 느낄 수있어 일석삼조다.

책을 많이 읽으라는 것은 시험을 잘 칠 수있다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임을 잘 알고 있지만, 책을 읽다보면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이 생기고 내가 읽어 알고 있는 이야기라면 세분화되고 세밀화된 문제지만 자신감을 갖게 된다는 이점이 있음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된다.

책읽기의 효율성이 평생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책을 읽음으로 인해 내공이 쌓여감은 스스로 느낄 것이다.

꼭 알아두어야 할 내용이고 읽어야 할 책이라면 기회가 닿을 때 많이 읽어두도록 하는 게 지나온 사람들의 한결같은 얘기일 것이다.

미리 읽어두고 싶을 때 재밌고 내용까지 알찬 책을 만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일단, 읽어 본 부모로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

책 읽기 싫어하는 고등학생(우리애라고 말하진 않겠다..ㅠㅠ)이 읽어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책 제목처럼 논술이 만만해 지거나 그렇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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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미츠 - 별들을 이끈 최고의 리더 KODEF 안보총서 54
브레이턴 해리스 지음, 김홍래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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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 '맥아더장군'에 대해서는 들어서 익히 알고 있지만, 같은 시대에 해군 참모총장을 지낸 '니미츠 제독'에 대해선 이 책을 읽기전에는 이름도 낯선 사람이었다.

육군사관학교를 가길 원했던 순진한 텍사스 시골 출신이 16세 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입학한 해군사관학교에서 1차, 2차 세계대전을 지켜 보며 해군참모총장의 자리에 까지 오른 니미츠의 일대기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이 어떤것인지 알게 했다.

화려한 수식어로 그를 칭찬하고 떠받들수도 있지만, 그에게는 번지르한 말보다 믿음으로 보내는 눈빛이나 어깨를 치는 악수 한 번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유복자로 태어나 할어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니미츠의 어린시절은 싸움을 곧잘 하던 개구장이였고 ,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무엇이든 빨리 배웠지만 무엇에나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음을 주변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집 주변에 야영을 하는 육군 야전포병대를 보게 되면서 위풍당당한 모습과 '기가막히게 멋진 새 군복'에 매료되어 육군장교가 되기를 결심한다. 하원의원의 추천을 받을 수없었던 니미츠는 낙담했지만, 해군사관학교의 추천권이 남아있음을 듣고는 '안 될 것은 또 뭐야?' 하는 마음으로 입학을 하게된다.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한 니미츠는 많은 사건과 사고를 겪게 되지만, 어릴적 할아버지의 가르침인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운 다음 최선을 다하고 걱정 따위는 하지 않는 것'을 잊지 않고 그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일 때마다 큰 힘이되고 지혜를 얻는 말로 쓰인다.

특히, 해군사관학교 시절 샘슨 - 슬라이 논쟁으로 해군의 지위가 실추되고 서로 상처를 입히지만 얻는 건 아무것도 없는 헐뜯기 경쟁을 본 이후로 파당적이거나 개인적인 비난, 사소한 비난에 가담하지 않기로 결심을 하고 이 결심은 그가 해군 참모총장으로 자리하고 제대를 하기까지도 변하지 않는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군인이기를 선택한 순간부터 그는 군인 외에 다른 인생이 있다는 걸 생각해 보지 않은 것 같다.

당시 군함에 흔히 쓰이던 가솔린 엔진의 결함을 보완할 디젤 엔진을 고안하고 그 시장이 커지자 일반 회사에서 엄청난 연봉을 제시하며 니미츠에게 스카웃 제의를 했지만 '저는 해군을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로 그 제안을 깨끗하게 물리치는 걸 보며 화려한 배경을 가지거나 튀는 언변을 가진 것도 아닌 그가 이후에 해군참모총장으로 설 수있었던 이유를 설명 받는 듯 했다.

물론, 그도 배를 좌초시켜 군법회의에 회부된 적도 있고 ,일본의 공습으로 진주만이 함락되기도 했으나,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본분을 지키는 조용한 리더로 미 최고의 전쟁영웅으로 대접을 받게 되었다.

게획을 세우고 적임자를 정해 그 적임자로 하여금 확실히 임무수행을 하도록 물러나 지켜보는 신용과 관용의 리더십 이야 말로 니미츠만이 지닌 최고의 지휘방식이었다.

책 중간중간에 적힌 가족에 대한 사랑이나 부하에 대한 애정과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화술은 그를 최고의 전쟁 영웅이기에 앞서 인간적이고 따뜻함을 가진 한 가장이자 남편이고 상급자임을 알 게 해 주는 인간적인 매력까지 겸비한 훌륭한 인격체임을 알 수있게 해 주었다.

고집불통 맥아더(나는 그를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장군으로만 알았지 고집이 센 사람일거라는 생각을 왜 한 번도 안했는지...)와 불같은 핼시, 깐깐하고 도도한 킹, 울부짖는 미치광이 홀랜드 스미스 등 미 해군과 육군, 연합군의 쟁쟁한 별들로 부터 협력을 이끌어 낸 '통합의 귀재 리미츠'라는 수식어가 붙기까지는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모두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헌신할 준비가 되어있는 그의 신념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전기문이나 평전을 읽을 때면 주인공에 대한 미화나 사건이 부풀려져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고 과장되이 영웅시 하는 바람에 거부감이 주기도 하는데 이 책은 리미츠의 인간됨과 통솔력, 리더십을 시대와 현장을 통해 잘 드러나게 쓰고 인간적인 모습을 같이 담아 소설책처럼 재미와 감동을 함께 주는 메리트가 있다.

평전을 쓴 브레이턴 해리스의 깔끔한 문장력 덕분인지 김홍래의 매끄러운 번역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지루하거나 딱딱해서 쉬었다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한 번도 들지 않아 니미츠를 새로 알아가는 독자에게도 큰 기쁨이 되었다.

進不籍人 退不尤人

'나아갈 때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물러날 때 남을 탓하지 않는다'는 성대중의 말이 생각나는 장군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장군들이 있는지?

잠시 생각해 보고 많이 부러워하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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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이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 어린이 한국사 첫발 4
청동말굽 지음, 경혜원 그림 / 조선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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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나라 곳곳, 아니 가까운 우리 주변만 둘러보아도 크고 작은 비석 하나 둘 쯤은 쉽게 발견할 수가 있다.

이름이 알려지거나 깊은 뜻이 있어 주변이 잘 정리되고 전각 안에 귀하게 모셔진 비석도 있지만 골목 어귀나 동네 앞에 동그마니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곳에 우뚝 혼자 서있는 비석도 많다.

오래토록 서 있는 나무나 바위처럼 풍경의 일부가 되어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묵묵히 서있는 비석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비석의 비문은 대부분 한자로 적혀 있어 그 뜻을 읽어 내지 못해 담긴 사연을 알수 없으니 더 홀대를 받게 되는게 아닌가 싶다.

유명한 비석 앞에는 그 새겨진 뜻과 담긴 사연들이 한글로 번역되어 있어 아하~! 이해가 가곤 하는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비석들이 세운 뜻과 사연에 걸맞는 대우와 인정을 받고 있는 비석이 드물다는 게 내 생각이다.

비석은 그냥 큰 돌 덩어리가 아니라 당시의 큰 사건과 애절한 사연을 적어 넣은 역사의 한 페이지이구나..하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비석이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에 수록된 비석들은 비교적 우리 한국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과 연관이 있고 제법 알려진 이야기들의 사연들을 들려주고 있어 비석에 담긴 사연과 역사적 사건들을 연결시켜 이해하게 되면서 비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1장, 어질고 강한 왕을 기면하는 비석에서 광개토대왕릉비와 서울 북한산 신라 진흥왕 순수비, 태종무열왕릉비는 영토확장에 앞장섯던 대표적인 왕들의 업적을 담은 비로 멋있고 자랑스러웠다.

2장,역사의 숨은 공로자, 백성을 기리는 비석에서는 전쟁을 도운 백성, 주인의 의로운 죽음을 알린 노비, 전국을 돌며 상권을 장악했던 부보상들의 이야기, 아비를 위해 지극 정성을 다한 효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비석이 거창하고 이름있는 사람들의 전유물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어서 더 친숙해졌다.

3장, 반복 되어서는 안 될 역사를 간직한 비석에서는 애통함과 서글픔을 지울 수 없었지만, 이런 역사도 우리 역사이니 기록에 남겨 후손에게 반면교사가 될 수있음을 느꼈다. 삼별초항쟁배, 서울 삼전도비, 장충단비, 김포 개화산지구 전투위령비가 그 대표적인 예로 나왔다.

4장, 독립된 나라를 위한 다짐을 모으는 비석 편에서는 우리나라 근대사와 연결된 비가 많았는데, 쇄국정책을 고수한 대원군의 척화비와 대한제국의 황제임을 알린 고종즉위40년칭경기념비,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 3.1운동의 뜨거운 정신을 담은 대원각사비를 보면서 종이에 적은 글보다 돌에 새긴 글들이 주는 명료함이 우리의 역사를 더 분명히 해 주는 것 같았다.

초등학생들을 위한 책이라 비석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비석이 세워지게 된 역사적 배경과 비석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간단히 나타나 있다.

비석이 세워질 당시의 역사적 사건은 따로 지면을 할애해 보충설명해 두었는데, 눈 밝은 아이들이 꼼꼼히 읽으면 역사 공부에도 도움이 될 좋은 자료였다.

그림과 함께 이야기를 들려주듯 구성된 내용도 아이들이 비석에 얽힌 사연을 쉽게 이해하도록 해 주어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해 주어 좋았다.

이 책으로 인해 더 깊은 역사공부와 역사적 인물탐구에 호기심을 갖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더 깊은 역사공부로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기에 충분한 좋은 책이었다.

곳곳에 세워져 홀대를 받고 있는 비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매일 오고가는 동네 길에서 마주치던 비석들이 생각나면서 그들은 무슨 연유로 그 자리에서 이 오랜세월을 꿋꿋이 버티며 서있는지 갑자기 궁금해 지기도 했다.

내일 당장 그 몸에 적힌 사연들을 찬찬히 확인해 보고 아이와 이야기 해 보아야 겠다는 생각도 들고...

(어려운 한문이거나 긴 문장이 아니어야 할텐데...ㅠㅠ)

누가 돌아보지 않아도 묵묵히 가슴에 지닌 채 당시의 이야기를 간직해 온 비석들!!

그들도 우리 문화유산의 일부이고 그들이 간직해 온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에도 배워야 할 일과 반성해야 할 일들이 많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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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요 엄마
김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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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음을 듣는 일

"내려오셔야 하겠습니다."

새벽 세 시에 걸려온 전화가 예사로울 리 없듯 마음으로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해도 예사로울 수 없는 소식이 부음이다.

그 부음의 대상이 엄마라면...

몸피를 만들어 주고 나서도 그 발치에 붙어 언제나 따라다니던 든든한 그림자가 어느날 홀연히 사라지는 걸 보는 것과 같은 일일까? 부음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구분짓는 도드라지는 칼금 같은 말이다.

 

 

경원과 뫼르소

<잘가요 엄마>의 경원이 이복동생으로부터 듣는 새벽녘 엄마의 부음에 대한반응은 거실로 스며드는 빗소리가 더 을씨년스러울 만큼 담담해 보인다. 부음을 듣고 난 후, 멍하니 텔레비젼의 음란물을 바라보고 있는 경원에게서 엄마의 장례식 뒷날 태연히 여자친구와 동침을 하는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가 오버랩 됨은 아흔네 해를 산 엄마의 죽음을 장수 했다는 말을 들을 만 하다고 자조적으로 위안함이 쓸쓸하게 느껴져서 였다.

어머니 시신 염습 장면을 보고 싶지않아 공황상태로 열여섯 시간을 할 일 없이 보내는 경원이 주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관을 들여다 보길 거부하는 뫼르소와 또다시 겹쳐져 보일 때는 그가 예의를 모르는 몰염치한 사람이어서라기 보다 엄마와 멀어져 지낸 시간들이 빚은 서먹한 관계를 메울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않은 아들의 당황스러움이 아닐까 싶어 등을 토닥여 주고 싶어졌다.

어차피 사람이란 조금은 잘못이 있기 마련이니까!

 

 

엄마와 가족

경원에게 가족은 엄마 뿐이다.

경원의 주변에는 소름끼칠 정도로 과부하가 걸린 어머니의 노동(P.108)에 빌붙어 사는 외삼촌네가 도사리고 있고, 팔장을 끼고 천정만 바라보며 유행가를 부르는 새 아버지와 이복 동생이 있지만 경원이 생각하는 가족은 오로지 '엄마' 한 명이다.

가족이라는 오종종한 울타리 안(불행히도 그의 집엔 울타리가 없었고 그래서 그의 유년이 더 춥고 밖으로 떠돌기 쉬웠는지도 모른다.)에 들어서면 시린 가슴이 따뜻해지고, 부대끼며 사는 중에 정이 들어가는 피붙이들이었으면 좋았으련만, 경원에게 가족이란 생채기난 상처에 소금을 뿌려 대며 엄마마저 빼앗을 것 같은 불안한 위기감만 주는 존재들일 뿐이었다.

남편을 두 번이나 '갈아치운' 엄마는 평생을 그 열패감 속에서 당신의 그늘이 아들에게 해를 주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잘못에도 야단치지 못하고 서운한 속내를 드러내지 않음으로 사랑표현 방법을 대신한다.

스스로 뛰쳐나와 방치되던 유년의 아린 기억은 사촌누이라 믿었던 애숙과의 재회로 엄마를 향한 애증의 매듭이 풀리고

엄마가 엄마로 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납득 받으며 경원은 그렁그렁 고인 눈물을 닦는다.

 

 

 

잘가요, 엄마

아무렇지도 않게 떠났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혹한 삶의 중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찾은 엄마를 보내는 늙은 아들의 사모곡은 격정으로 치닫거나 통곡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데면데면하고 무덤덤하기 조차하다. 유린 당하고 희생 당한 것과는 상관없이 앞 만 보고 묵묵히 살아 온 엄마의 삶과 닮아있다.

잠잘 때 외엔 한 번도 몸을 눕히는 걸 본 적이 없는 엄마의 주검 앞에서야 엄마의 그림자가 얼마나 짙고 큰 부피로 나를 감싸 안고 있었는지 회한으로 깨닫는다.

잘가요, 엄마. 안개처럼 씨앗처럼...

당신의 고통을 외면하는 주변 사람들로 인해 고독했던 엄마의 삶과 인정하기 싫은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고독 속으로 들어갔던 아들이 한걸음씩 밖으로 나와 슬며시 포옹하는 작별을 맞는 듯 하다.

 

 

 

또 하나의 즐거움

작가의 자서전적인 이야기로 아픈 개인사를 드러내 보일 때 독자는 작가와 더 가까워졌다고 느끼게 된다.

근거모를 행복감이다.

큰 줄기를 내 얘기와 접목해서 썼을 뿐 가공의 인물들과 행간을 채우는 작은 일화들은 소설적인 요소를 아주 배제하진 못했으리라 여기면서도 마치 이 모든 이야기가 작가의 이야기리라 철썩같이 믿으며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 소설속 주인공 이름이 경원이라 나왔을 때, 왜 주영이가 아니지? 잠시 배신감이 들기도 했으니!^^)

그러면서 그 동네의 살풍경한 이미지와 유쾌하지 만은 않은 학창시절의 기억, 동네 한 명씩은 꼭 있었던 (정태처럼)조금 모자라고 어리숙한 모습을 한 아저씨, 맛있던 짜장면, 누군가에겐 고통의 시간이었던 소풍, 숨기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씩 있는 가족사 ..

작가와 떨어진 시대를 살아 왔음에도 글 속의 이야기는 아무런 이물감 없이 내 이야기가 되고 내 이웃의 이야기가 되어 누가 보면 이상해진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혼자 웃다, 가슴 아파하다..읽는 즐거움에 고개를 끄덕이는 시간이었다.

 

 

 

끝내지 못할 인사

'잘가요'라고 말함으로 관계를 매듭지을 수 있다면 살아가기가 훨씬 수월해 질 것이다.

누구에게 하든 마지막 인사는 언제나 힘든 법이어서 두 번, 세 번 인사를 거듭하게 된다. 하물며 나를 낳아 준 엄마에게 하는 마지막 인사임에랴... 서로 드러내 놓고 사랑을 표현 한 적없는 모자간의 마지막 인사가 이처럼 쉬울리 없다. 그래서, 조금 더 슬프다.

엄마라는 이름 속에는 기쁨이다가 슬픔이고 위안이다가 회한인 형언키 어려운 감정들이 함께 버무려져 있기 때문이다.

엄마라는 식상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이 대명사가 주는 위안이 얼마만한 것이었나 새삼 그 크기를 가늠해보게 된다.

엄마를 향한 '잘가요, 엄마'라는 마지막 인사는 끝내 보내지 못해 자꾸만 읊조리게 되는 계속되는 인사가 될지도 모른다.

엄마를 먼저 보낸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

 

 

 

 

진정 부끄러움을 두지 않았던 말은 오직 엄마 그 한마디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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