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산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1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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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의 산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마음 속에선 여전히 마의 산과 함께했던 시간들을 곱씹어 보곤 하고있다.

결핵에 걸린 아내를 문병했던 3주간의 토마스 만의 경험담이 약 1,500page에 걸친 대장정으로 남았는데, 그의 문장력 (전체적인 흐름이 어려웠던 것은 아니나, 어느 한 구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잠시 책을 덮고 상념에 잠겨야 함에 완독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으로 정말 20세기의 최고의 독일 작가인 듯 싶다.

주인공 한스 카스트로프는 사촌 요하임 침센을 병문안 겸 휴양을 목적으로 고산에 위치한 국제요양원을 방문하게 된다. 3주간의 일정이였지만 그에게도 (심각하지 않은) 폐에 침윤된 부분이 발견되고, 열이 있어 일정은 연기된다. 그의 지적 스승이자 교육자 세템브리니와의 숱한 논쟁을 즐기고, 전형적인 암고양이 쇼샤 부인, 그녀가 데려온 우람한 페퍼코른, 무신론적 혁명론자 나프타, 늙은 의사 베렌스 등 책의 규모에 비례해 상당한 주요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요양원에서 죽게된다.  마의 산이 토마스 만의 작품 중 제일 에로틱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느낌은 쇼샤 부인과의 몇 장면 뿐 나에겐 딱히 전해지질 않았다. 동성애적 느낌도 물론이다. 어떻게 보면 쇼샤 부인과의 애정 관계도 한스 카스트로프의 일방적인 행보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주인공 한스 카스트로프는 요양원에서 여행을 떠난 쇼샤 부인을 기다리며 마의 산에서 7년이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요양원에서 진실로 아픈지 의문스러운 사람 두 명이 쇼샤 부인과 주인공이다.)

시간.
이 책에서 가장 의미있는 주제이고, 나에게도 많은 의문을 던진 단어이다.
공간.
이것은 두 번째 주제이고, 시간과 공간의 철학적 사유를 깊게 만드는 마의 산. 마의 산의 공기에 허겁지겁 도망가버린 한스 카스트로프의 친척이 있는가하면, 주인공은 거기에 마법처럼 걸려들어 7년이란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그 7년이란 시간은 주인공에게 365일 * 7년의 나날들이 아니다. 며칠같다고 하면 과장이겠지만 단, 몇 달처럼만 느껴지는 그 시간들 속에서 결국 세계1차대전의 발발로 총알처럼 튕겨져 그곳에서 나와 전장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내가 속해있는 시간은 어떤 것인가? 눈에 보이는가? 잡히는가? 느낄 수 있는가? 나름 찬란했던 20대를 보낸 후 그 되돌아보는 10년이 10년같이 느껴지는가? 둘째 아이가 태어난 지난 일 년이 진정 일 년처럼 느껴지는가? 엊그제 같았던 첫째의 산고. 그 끝에 태어난 아이의 치아는 20개가 모두 완성되었다. 그 시간들. 마의 산은 그 어떤 철학서보다 더 철학적으로 다가온다.

23살의 젊은 청년이였던 주인공은 고립된 요양원에서 즐겁고 유익한 시간들로 채워진, 정말 거기에서 사는게 체질인 듯한 시간, 7년을 보낸다. 지루할틈 없는 사람들과의 논쟁, 멋진 식사, 안락한 안정요양시간. 흥미로운 강연 시간. 산책 시간. 나도 거기에 동참하는 꿈을 꾸어본다.

탐구해볼만한 주요한 인물들의 특색을 느끼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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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 인간 중심의 경제를 위하여
E.F. 슈마허 지음, 이상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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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경제 관련 서적 몇 권이 전부이긴 하지만 (대학교때 교양 강의로 들은 일반경제학 수업 빼고) 이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다른 서적들과 다르다. '다르다'라는 말이 애매모호 할 수 있지만 나에겐 서정적인 경제학을 연상시키는게, 꼭, 환경주의자가 쓴 책 같기도 하고, 계몽운동을 하는 사상가가 쓴 책 같기도 하다.

하지만 E.F. 슈마허는 지금으로부터 약 백여년전 독일에서 태어난 수재 경제학자이다. 이미 그 때 '작은 것'으로 돌아가는 회의론적인, 염세적인 경제학론 & 환경론을 주장한 경제학자. 최근에 읽은 그 어떤 경제학 서적보다 마음에 와닿고 쉽게 이해되는 책이다.

대제목으로는 그의 관심사의 다양성을 다 엿볼 수 없다. 총 19장으로 나누어진 소단락들을 읽어보면 그의 관심사와 고민들. 인간들에 대한 발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는지 알 수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지혜의 핵심은 영속성이다. ... 어리석은 상태에 빠지지 않고 장기간 지속될 수 없는 한,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것은 없다.' ----- page 45

'간디가 말했듯이 "대지는 모든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지만, 모든 사람의 탐욕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 page 46

그리고 물질적인 목적만을 추구한 채 정신적인 목적을 가볍게 여기는 생활이 얼마나 천박하고 근본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슈마허의 날카로운 지적은 '과연 우리가 탐욕과 시기심을 버리려는 시도를 할 수나 있을까?'의 자조를 뱉어내게 한다.

그가 처음으로 세계 여행을 하면서 부국과 빈국을 여행했을 때 떠올랐다는 경제학의 첫 번째 법칙, '한 사회가 향유하는 실질적인 여가의 양은그 사회가 이용하는 노동절약적 기계의 양에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명제는 나의 생활을 반성하게 한다. 얼마 전 내가 다니는 교회 주일말씀과도 일치하는 이 내용은 네 식구. 우리 가족에게 수반되는 이십여가지에 달하는 가전제품들을 부끄럽게 한다.

원자력의 위험성과 환경 오염. 그리고 해결되지 않는 빈곤의 문제가 수 십년전 그의 시선으로 날카롭게 지적되고 있다.

나는 첫 아이의 탄생으로 환경문제와 빈곤아동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조금씩 실천하고 있지만 마음과 더불어 이 문제엔 항상 경제적인 것이 따른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그렇다고 그가 모든 것을 버리고 후퇴하자는 식의 경제학자는 아니다. 사실 '경제학'은 '부'에서 시작된 게 아니던가? (이건 나의 생각)

지속가능한 경제. 그리고 삶을 지키기위해서 우리는 작은 것의 소중함을 더 절실하게 깨달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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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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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는 다른 느낌의 소설이다. 주인공 화자가 나에서 선생님으로 옮겨가는 독특한 방식으로 선생님의 결말만 죽음으로 나타날 뿐 주인공, 나와 위독한 주인공, 나의 아버지의 결말은 없다. ([그 후]에서의 결말도 비슷한 식이였다.)

인간의 '선'과 '악'의 마음이 누구에게나 동전 뒤집듯 쉽진 않겠지만, 당하는 사람에겐 날벼락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잃게 된다거나, 그 방식을 180도 바꿔버리게 하는 것 같다.

선생님. 자신은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믿었던 작은아버지에게 배신, 버림을 받고 세상과 담을 쌓지만 하숙생으로 기거하게 된 평화스러운 두 모녀에의해 마음의 장벽이 조금씩 풀린다. 그러다 딸을 연모하는 마음까지 생기게 되는데... 친구 K를 돕고자하는 순수한 마음에 같이 하숙을 하지만 K또한 주인집 딸을 사랑한다는 큰 고백을 듣게 된다. 하지만 사랑은 그렇게 간단한 것도 아니고, 그래서 포기하기도 힘든 것. 그 당시, 선생님이 왜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K에게 자신의 마음은 숨긴채 주인집 사모님께 딸과 결혼하겠다고 한다. 그 사실을 주인집 사모님으로부터 들은 K는 며칠 뒤에 자살을 하고, 이는 선생님의 은둔 생활의 시초요, 수 년후 자신도 자살을 택하게 한다.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던 K. 마찬가지로 상처입었던 선생님. 그 선생님을 존경했던 대학생인 주인공 나.

마음..마음..마음..
선과 악. 사랑의 마음. 위악스러운 마음, 죄스러운 마음. 뉘우치는 마음. 끝내 세상 살아가기를 포기하는 마음.

그 시절, 선생님이 왜 솔직하게 친구에게 말하지 않았을까...왜..왜..그런 고민하는 마음.

선생님과 나, 부모님과 나, 선생님과 유서. 이렇게 진행되는 이 작품은 내가 네 번째로 읽는 나쓰메 소세끼의 작품이다. 그리고 가장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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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왕.맥베스 을유세계문학전집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이미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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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전에 읽었던 셰익스피어의 비극작품을 다시 읽게 되)었다. 리어 왕. 그리고 맥베스. (다음엔 희극도 읽어야겠다. 너무 비극스러워서....ㅡ.ㅡ)

그 때도 느낀것이지만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오래 되었다. 영국 르네상스의 정점기인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와 제임스 1세 시대. 년도로는 15세기 후반부터 16세기. 하지만 그 때의 인간이나 지금의 인간이나 권력에 대한 인간의 지나치고도 헛된 욕망은 다르지 않나보다. 특히 정치적인 색채가 짙은 맥베스는 스코틀랜드 국왕 덩컨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르지만 그 또한 죽음으로서 비극적인 삶을 마감한다.

리어 왕 역시 왕위를 놓고 딸들에게 버림받는 리어가 주인공이다. 더 정확히는 첫째, 둘째딸에게 거짓으로서 속아넘어가고, 정직한 셋째 딸, 코딜리아에게는 저주를 내린다. 리어 왕의 운명은 자신이 자초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가 딸들의 심리를 간파하지 못한 탓이다. 어리석은 왕이자 아버지였던 것이다. 아내에게 동조하면서도 많은 고뇌를 하고 끝내는 선을 택한 둘째 딸 리건의 남편 올버니 공작 등 많은 인간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극작품인만큼 사건의 전개가 빠르고 활기차다. 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하고 그 속에서 셰익스피어의 명언들이 셀 수도 없이 나온다. 인간의 악한 마음을 꿰뚫는 그의 필력에 섬찟섬찍 놀란다. 작품을 읽는 내내 연극이나 뮤지컬 생각이 간절했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남편과 1년 정액권을 구입하여 좋은 뮤지컬들을 관람하곤 했는데... 역동적이면서도 인간의 악의 심리를 다양한 인물을 통해서 나타낸 이 두 작품으로 나의 삶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더 많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을유세계문학전집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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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의 나치 문학 을유세계문학전집 17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김현균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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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특이한 방식의 소설이다. 세계문학을 즐겨있는 나로서도 처음 접하는 방식의 소설, 그래서 낯설고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번역자의 해설을 참고하여 인내심을 가지고 읽은 결과.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의 다른 작품들도 섭렵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단순히 재미있어서라기 보다는 특이함이 불러오는 호기심. 작가의 호흡을 더 깊이있게 느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여기저기 인터넷 서점을 검색해보았으나 다른 작품은 번역된 게 없나보다.

어떤 이에게는 거부감이 드는 책의 제목.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 극단적으로 유럽의 나치시대의 산물은 오늘날에도 어떤식으로든지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발로이다. 직접적으로 유대인 또는 학살에 대하여 언급되지는 않지만 히틀러와 연관됨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골치덩어리같은 작가들은 나온다. (히틀러에 대한 찬양은 없다. 다행히 이 책은 그것에 초점이 된 책이 아니다. )하지만 그 작가들은 실존 인물은 아니다. 그렇지만 100% 배제하기도 어려운, 미로같은 (세계문학의 배경지식이 좀 있어야지 블랙유머가 깃든 이 책에 호응할 수 있다.) 내용이다.

내가 이 책을 좀 더 흥미롭게 접근하기 위해서 택한 읽기 방식은 여기에 소개된 많은 작가들 중 가장 터무니없게 느껴지는 작가를 찾겠다고 생각한것이다. 주인공은 막스 미르발레. 작가가 그려낸 여성 작가들에게도 눈길이 갔지만 막스 미르발레는 정말 천의 얼굴을 가진, 기상 천외한 이력과 죽음. 과연 작가라고 할 수 있을까..?? 란 의구심. 진짜 작가인 로베르토 볼라뇨는 어찌하여 이러한 인물 (여기에 소개된 모든 인물들이 그렇지만)들을 창조해내게 되었을까? 그의 상상력이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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