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가본 적이 없고 독일은 배낭여행으로 한 번 가봤다. 베를린, 뮌헨,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그를 2002년에 갔었고 그 외 서유럽의 여러 나라, 신혼여행으로 한번 더 누볐던터라 이 책을 만나자마자 선입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나 역시 유럽의 여러 도시들의 여유로움과 안전함, 젠틀함에 반했었기에 '한국에서 태어난게 잘못이야'라는 생각도 했었고 살고 싶은 나라는 스위스라고 떠들고 다녔었다. 이 책은 대기업 과장인 애들 아빠와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는 한 일중독 미국 변호사가 독일의 복지 등을 에세이식으로 파헤쳐놓은 정치경제학책이다. 분당으로 근무지가 바뀌면서 한 술 더 뜬 신랑의 이른 출근시간과 퇴근시간. 평일 5일은 아빠 얼굴 구경조차 힘든 다섯 살, 세 살의 두 딸의 인생은 잔소리꾼과 짜증쟁이 엄마와 풀코스이다. 우리사회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종점은 미국처럼~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때문에 난 이 책이 미국:유럽(독일)이 아니라 한국:독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우리보다 훨씬 질높은 복지를 누리고 있고 (세금도 엄청내지만...신랑이 거기 가 있다면 급여의 반은 뚝 떼일 것 같다.), 특히 보육에 관한 복지는 늘 부러워했었다. 그리고 분명하게 차이나는 년중 휴가일수. 그렇게 쉬면서도 경제가 잘 (우리보다 잘~~~, 우리보다 선진국이 많으므로) 돌아가는게 의문이였다. 작가처럼..온갖 명품의 원산지이기도 하지 않는가?? 책을 읽으면서 유럽 사회의 많은 것들이 정치적으로 본다면 사회민주주의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내가 사회시간에 줄창 졸기만 했었나...??) 독일마셜기금의 보조금을 받아 두 달 동안 독일에 머물렀다는 작가에게 '그러면 그렇지..나도 그 기금 받아 독일갔으면 독일왕팬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 책 자체가 약간 객관성을 잃지는 않았나...좀 거르면서 읽을 필요가 있겠군...싶었다. 하지만 사회 &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독자라면 너무 재미있게 읽힐 책이다.
지금까지 누군가의 자서전을 많이 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자전적 에세이글도 싫어하는터라 자서전은 더 가까이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읽는다면 위인전을 읽지...하는 마음이였는데 이 프랭클린 자서전을 읽으니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사람 좋은 이웃이나 허물없는 친구처럼 입모양까지 볼 수 있는 거리에서 인생을 다독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작은 책에서...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 독립선언서 작성에 참여한 정치가로 알려져있다. 또한 그는 병원과 펜실베니아 대학을 설립하기도 하였다. 이 책에서는 주로 그의 사업적 행보와 성공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데 아마도 피뢰침을 발명한 발명가이자 정치가 등으로서의 성공은 사업적 성공 이후의 결실이라서 아들에게 들려주는 이 책에서는 좀 제외된 것 같다. 그리고 인생을 다독여주는 듯한 느낌은 아들에게 들려주는 이 이야기 속에서 잔잔하게 권유하며 절제와 겸손을 가르치는 그의 어투이다. 그의 사후에 출판된 자서전은 미국 산문문학 중 일품으로 꼽힌다고 한다. 어려운 형편때문에 공식적인 학력이 짧은 그였지만 그는 독학으로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하여 정말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좋은 내용과 문장은 일일이 발췌하여 적어두고 적당한 때에 문득 떠오르는 단어가 있으면 그것을 이용해 발췌한 내용을 길게 써보아 원문과 비교하여 자신의 잘못된 점을 터득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런 글공부와 독서는 일이 끝난 뒤 밤이나 일을 시작하기 전인 아침에 해야 했다고 한다. 많은 양의 책을 읽어대느라 바쁜 나에게 정독과 되새김 실행에 일침을 가하는 프랭클린의 조언이다. 또한 사람들을 설득할 때에는 가르치지 않는 것처럼 해야 한다는 것. 그 사람이 모르는 것이라도 마치 그 자신은 그것을 잊은 것처럼 말해야 한다는 것은 그의 글을 잘 쓰는 방법과 더불어 훗날 그가 정치가로서의 성공에 기초를 한 것 같다. 스스로 정한 13가지 절제의 덕목과 그것을 훈련하는 스케줄표. 끊임없이 자신을 훈련한 모습에서 지금 시대의 인생에서의 '성공'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게 만드는 책이다.
중국에 대한 나의 관심 정도는 중국 고전과 현대작가들의 유려한 소설을 읽는 것이였다. 몇 개월 전에 [시인의 죽음] -다이허우잉을 읽고, 얼마 전 [마오의 제국]을 읽으면서 긴 역사를 가진 중국의 깊고 넓은 영토에 복잡한 생각이 엇갈렸었다. 이 책은 그 복잡함에 날실과 씨실을 켜켜히 더 얹어놓았지만 그 많큼 내 지식도 깊어졌으리라 위안을 삼는다. '징기즈 칸'이라는 유명한 팝이 있다. 우리 나라에선 한때 금지곡이였지만 흥겨운 가락은 운전할 때 들으면 그만이다. 그 몽골의 피를 가진 칭기즈 칸이 엄청난 괴력으로 유럽의 기사단을 파괴하는 것으로 중국의 '피'의 혈투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이 부분때문에 작가는 필립 판과는 (마오의 제국의 저자) 전혀 다른 시각으로 중국을 보는구나 생각했다. (당연히 그래서 더 흥미롭겠구나..싶었다.) 어느 나라이던지 자국이 '피의 나라'라고 불리우는 건 끔찍할 것이다. 그런데도 중국이라는 대제국을 송두리째 용의 피로 일축하나 싶어서 도대체 그 근거는 어디에서 나오는지 정말 궁금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칭기즈 칸부터 시작하여 중국의 오랜 전쟁 역사를 저자의 유려한 글솜씨와 탄탄한 자료를 밑바탕으로 짚어가는데 또 놀라웠다.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2~3회 가본 적이 있는 대만과 홍콩의 이야기였다. 대만(중화민국의 진먼 섬)으로 도주한 장제스의 '피난 정권'을 격멸하기 위해 중국 본토의 공산주의자들. 하지만 해상전투에는 잼뱅이였던 그들은 결국 타이완을 손에 쥐지 못했다. 그리고 영국이 홍콩을 반환한 일지(?)도 숨가쁘게 진행되었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기위해 정말 많은 공부를 하였겠구나..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역시 '한 작가가 실제로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들을 설명할 때, 그는 결코 참고 자료가 하나도 없는 진공 속에서 작업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토로하면서 '이 책을 저술할 수 있도록 내게 정보를 제공하고 시간까지 내주었던 고마운 분들을 다 열거한다면, 아마도 책 한 권이 될 것이다.'라고 한다. 다이허우잉의 [시인의 죽음]을 재미로 시작하여 읽고 [마오의 제국]과 [용의 유전자]를 읽어 나간 후 중국을 여행하거나 기타의 목적으로 방문한다면 그야말로 뜻깊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