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 일중독 미국 변호사의 유럽 복지사회 체험기
토머스 게이건 지음, 한상연 옮김 / 부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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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가본 적이 없고 독일은 배낭여행으로 한 번 가봤다. 베를린, 뮌헨,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그를 2002년에 갔었고 그 외 서유럽의 여러 나라, 신혼여행으로 한번 더 누볐던터라 이 책을 만나자마자 선입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나 역시 유럽의 여러 도시들의 여유로움과 안전함, 젠틀함에 반했었기에 '한국에서 태어난게 잘못이야'라는 생각도 했었고 살고 싶은 나라는 스위스라고 떠들고 다녔었다.

 

이 책은 대기업 과장인 애들 아빠와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는 한 일중독 미국 변호사가 독일의 복지 등을 에세이식으로 파헤쳐놓은 정치경제학책이다. 분당으로 근무지가 바뀌면서 한 술 더 뜬 신랑의 이른 출근시간과 퇴근시간. 평일 5일은 아빠 얼굴 구경조차 힘든 다섯 살, 세 살의 두 딸의 인생은 잔소리꾼과 짜증쟁이 엄마와 풀코스이다. 우리사회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종점은 미국처럼~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때문에 난 이 책이 미국:유럽(독일)이 아니라 한국:독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우리보다 훨씬 질높은 복지를 누리고 있고 (세금도 엄청내지만...신랑이 거기 가 있다면 급여의 반은 뚝 떼일 것 같다.), 특히 보육에 관한 복지는 늘 부러워했었다. 그리고 분명하게 차이나는 년중 휴가일수. 그렇게 쉬면서도 경제가 잘 (우리보다 잘~~~, 우리보다 선진국이 많으므로) 돌아가는게 의문이였다. 작가처럼..온갖 명품의 원산지이기도 하지 않는가??

 

책을 읽으면서 유럽 사회의 많은 것들이 정치적으로 본다면 사회민주주의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내가 사회시간에 줄창 졸기만 했었나...??) 독일마셜기금의 보조금을 받아 두 달 동안 독일에 머물렀다는 작가에게 '그러면 그렇지..나도 그 기금 받아 독일갔으면 독일왕팬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 책 자체가 약간 객관성을 잃지는 않았나...좀 거르면서 읽을 필요가 있겠군...싶었다. 하지만 사회 &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독자라면 너무 재미있게 읽힐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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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자서전 - 시대를 뛰어넘는 삶의 지침서
벤저민 프랭클린 지음, 김경진 옮김 / 인터미디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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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누군가의 자서전을 많이 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자전적 에세이글도 싫어하는터라 자서전은 더 가까이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읽는다면 위인전을 읽지...하는 마음이였는데 이 프랭클린 자서전을 읽으니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사람 좋은 이웃이나 허물없는 친구처럼 입모양까지 볼 수 있는 거리에서 인생을 다독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작은 책에서...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 독립선언서 작성에 참여한 정치가로 알려져있다. 또한 그는 병원과 펜실베니아 대학을 설립하기도 하였다. 이 책에서는 주로 그의 사업적 행보와 성공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데 아마도 피뢰침을 발명한 발명가이자 정치가 등으로서의 성공은 사업적 성공 이후의 결실이라서 아들에게 들려주는 이 책에서는 좀 제외된 것 같다. 그리고 인생을 다독여주는 듯한 느낌은 아들에게 들려주는 이 이야기 속에서 잔잔하게 권유하며 절제와 겸손을 가르치는 그의 어투이다. 그의 사후에 출판된 자서전은 미국 산문문학 중 일품으로 꼽힌다고 한다.

어려운 형편때문에 공식적인 학력이 짧은 그였지만 그는 독학으로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하여 정말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좋은 내용과 문장은 일일이 발췌하여 적어두고 적당한 때에 문득 떠오르는 단어가 있으면 그것을 이용해 발췌한 내용을 길게 써보아 원문과 비교하여 자신의 잘못된 점을 터득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런 글공부와 독서는 일이 끝난 뒤 밤이나 일을 시작하기 전인 아침에 해야 했다고 한다. 많은 양의 책을 읽어대느라 바쁜 나에게 정독과 되새김 실행에 일침을 가하는 프랭클린의 조언이다. 또한 사람들을 설득할 때에는 가르치지 않는 것처럼 해야 한다는 것. 그 사람이 모르는 것이라도 마치 그 자신은 그것을 잊은 것처럼 말해야 한다는 것은 그의 글을 잘 쓰는 방법과 더불어 훗날 그가 정치가로서의 성공에 기초를 한 것 같다.

스스로 정한 13가지 절제의 덕목과 그것을 훈련하는 스케줄표. 끊임없이 자신을 훈련한 모습에서 지금 시대의 인생에서의 '성공'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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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wrwe 2017-04-04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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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유전자 - 제국을 향한 피의 역사가 깨어난다
에릭 두르슈미트 지음, 이상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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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대한 나의 관심 정도는 중국 고전과 현대작가들의 유려한 소설을 읽는 것이였다. 몇 개월 전에 [시인의 죽음] -다이허우잉을 읽고, 얼마 전 [마오의 제국]을 읽으면서 긴 역사를 가진 중국의 깊고 넓은 영토에 복잡한 생각이 엇갈렸었다. 이 책은 그 복잡함에 날실과 씨실을 켜켜히 더 얹어놓았지만 그 많큼 내 지식도 깊어졌으리라 위안을 삼는다.

'징기즈 칸'이라는 유명한 팝이 있다. 우리 나라에선 한때 금지곡이였지만 흥겨운 가락은 운전할 때 들으면 그만이다. 그 몽골의 피를 가진 칭기즈 칸이 엄청난 괴력으로 유럽의 기사단을 파괴하는 것으로 중국의 '피'의 혈투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이 부분때문에 작가는 필립 판과는 (마오의 제국의 저자) 전혀 다른 시각으로 중국을 보는구나 생각했다. (당연히 그래서 더 흥미롭겠구나..싶었다.) 어느 나라이던지 자국이 '피의 나라'라고 불리우는 건 끔찍할 것이다. 그런데도 중국이라는 대제국을 송두리째 용의 피로 일축하나 싶어서 도대체 그 근거는 어디에서 나오는지 정말 궁금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칭기즈 칸부터 시작하여 중국의 오랜 전쟁 역사를 저자의 유려한 글솜씨와 탄탄한 자료를 밑바탕으로 짚어가는데 또 놀라웠다.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2~3회 가본 적이 있는 대만과 홍콩의 이야기였다. 대만(중화민국의 진먼 섬)으로 도주한 장제스의 '피난 정권'을 격멸하기 위해 중국 본토의 공산주의자들. 하지만 해상전투에는 잼뱅이였던 그들은 결국 타이완을 손에 쥐지 못했다. 그리고 영국이 홍콩을 반환한 일지(?)도 숨가쁘게 진행되었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기위해 정말 많은 공부를 하였겠구나..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역시 '한 작가가 실제로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들을 설명할 때, 그는 결코 참고 자료가 하나도 없는 진공 속에서 작업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토로하면서 '이 책을 저술할 수 있도록 내게 정보를 제공하고 시간까지 내주었던 고마운 분들을 다 열거한다면, 아마도 책 한 권이 될 것이다.'라고 한다.

다이허우잉의 [시인의 죽음]을 재미로 시작하여 읽고 [마오의 제국]과 [용의 유전자]를 읽어 나간 후 중국을 여행하거나 기타의 목적으로 방문한다면 그야말로 뜻깊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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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라기 노리코의 한글로의 여행
이바라기 노리코 지음, 박선영 옮김 / 뜨인돌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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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바라기 노리코씨는 고인이 되었지만 책 속의 그녀는 왠지 소녀같이 느껴진다. 그런 그녀의 시선이 향한 조선의 한글.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읽자니 역시 나도 부끄러워진다.

이 책은 그녀가 아사히신문에 기고했던 칼럼들을 모아서 엮은 것이다.
그녀가 한글을 배우게 된 동기는 여러 가지이다. 약 30~40년 전만해도 일본에서 한글을 배우는 이는 매우 드물었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기관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시절 일본에선 대한민국, 남한, 한국을 제치고 '조선'이란 국명이 많이 쓰였다고 한다. 시대상을 반영한 신문의 칼럼들이라 그런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어렸을 적 김소운 씨의 '조선민요선'에 반해버린 노리코씨. (나는 김소운씨를 모른다.)
그녀는 한글에만 푹 빠진 게 아니라 한국이란 나라의 모든 것에 반한 일본인이다. 음식부터 시작해 불상, 도자기, 떨어지는 낙엽까지도 사랑할 것 같은 그녀의 이야기의 핵심은 한국을 여행할 때의 이야기이지만 이 책에선 그것도 전부는 아니다. 한글을 소개하는 칼럼답게 일본어와 한글을 여러 각도로 살펴보는 부분도 많이 있다. 일본어는 명사의 천국, 한국어는 의성어와 의태어의 천국. 한글의 유난한 존칭어들. 그 속에서 빠뜨리지 않는 한글의 독특한 매력들을 그녀의 꼼꼼한 시선으로 살펴본다. 또 일본인이기에 외국인의 입장에서 본 한글의 오묘함을 지적한 것도 재미있었는데 '네'와 '예'의 차이와 그 구별은 나도 아하~하게 만들었다. 한국의 여행길에서 겪은 갖가지 에피소드들도 풋풋했고 늦깍이 한글에 대한 그녀의 눈부신 열정이 지금 나의 나태한 삶을 뒤돌아보게 하였다.

아.. 그녀는 시인이였다.
그래서 이 글들이 그토록 섬세하였고 작가는 소녀였구나.
아마도 노리코씨는 한글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을 보는 눈이 이토록 섬세하고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좋은 기회가 생겨 (노력하면 생기겠지만...) 외국어를 배우는데 강력한 멘토가 있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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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 행복한 삶을 위한 예일대 의대 교수의 사려 깊은 처방전
셔윈 눌랜드 지음, 김미정 옮김, 임기영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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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서 곧, 왜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런 묘한 감정으로 난 이 책을 참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상상했던 그 위안들과 나이듦의 물리적, 정신적 해법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서른을 갓 넘긴, 하지만 두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며 전업주부로 살며 꽤 나이가 든 것 같은 기분인 나는 내가 그다지 젊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서른만 실종된 최순자]를 보며 서른이라는 나이, 삼십대라는 나이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스물 한 살은 즐거웠었다. 재미난 일들이 도처에 널렸었고 풋풋했었다. 하지만 그 후 십년동안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연애도 하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며,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출산했다. 그래서 난 지금 서른 한 살이다. 곧 서른 두 살이 된다.

저자이자 의사인 눌랜드는 그 경계의 허무를 지적한다. 29살의 밤과 30살의 아침은 의학적인 관점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을 위안하는데 천재인 것 같다. 그가 겪은 작은 일화로 시작되는 이 책의 내용은 너무도 소중하고 내내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난 초반부에 내가 얻고자 하는 해답을 얻어버렸다.

난 언제부터인가 이런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그 누군가의 웃는 모습을 보며 (그 사람이 지인이든 생판 모르는 사람이든...)
'내가 저 나이가 되었을때에도 저렇게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을까?'
나이가 들면 막연히 슬플 것 같은 기분이 마음 속 구석에 항상 자리잡고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20대의 누군가도 어느 순간 웃고 있는 나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할 것이란 생각도 한다.)
하지만 눌랜드는 말한다.
나이 듦에따라 그 상황에서 주어진 중요한 관심사와 일들이 있다고 한다.
난 그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늙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이제 더 이상 모든 것이 가능하지는 않음을 깨닫게 해주는 동시에, 예전 같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은 충분한 인생의 창고로부터 삶의 풍요로움을 좀 더 많이 끄집어내야만 한다는 것을 일러주기 때문이다..' ----- page 18

이 책은 인간의 늙어감과 그에 따른 보상 및 불만족의 대한 이야기지만 더 깊게는 인생의 성찰. 늙어감에 대한 위안, 준비를 할 수 있게하는 책이다. 그리고 나도 위안을 얻었다. 아니, 더 확실하게 말하면 나이듦의 이유를 알았다고나 할까...

'인간은 늙어서 놀이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놀이를 그만두기 때문에 늙는 것이다.'

지식을 갖추고 삶을 살아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지식을 갖추고 '늙는다'는 사실과 대면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너무도 공감한다. 때문에 소중한 지인들에게 이 책을 골고루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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