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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 행복한 삶을 위한 예일대 의대 교수의 사려 깊은 처방전
셔윈 눌랜드 지음, 김미정 옮김, 임기영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서 곧, 왜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런 묘한 감정으로 난 이 책을 참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상상했던 그 위안들과 나이듦의 물리적, 정신적 해법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서른을 갓 넘긴, 하지만 두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며 전업주부로 살며 꽤 나이가 든 것 같은 기분인 나는 내가 그다지 젊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서른만 실종된 최순자]를 보며 서른이라는 나이, 삼십대라는 나이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스물 한 살은 즐거웠었다. 재미난 일들이 도처에 널렸었고 풋풋했었다. 하지만 그 후 십년동안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연애도 하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며,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출산했다. 그래서 난 지금 서른 한 살이다. 곧 서른 두 살이 된다.
저자이자 의사인 눌랜드는 그 경계의 허무를 지적한다. 29살의 밤과 30살의 아침은 의학적인 관점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을 위안하는데 천재인 것 같다. 그가 겪은 작은 일화로 시작되는 이 책의 내용은 너무도 소중하고 내내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난 초반부에 내가 얻고자 하는 해답을 얻어버렸다.
난 언제부터인가 이런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그 누군가의 웃는 모습을 보며 (그 사람이 지인이든 생판 모르는 사람이든...)
'내가 저 나이가 되었을때에도 저렇게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을까?'
나이가 들면 막연히 슬플 것 같은 기분이 마음 속 구석에 항상 자리잡고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20대의 누군가도 어느 순간 웃고 있는 나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할 것이란 생각도 한다.)
하지만 눌랜드는 말한다.
나이 듦에따라 그 상황에서 주어진 중요한 관심사와 일들이 있다고 한다.
난 그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늙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이제 더 이상 모든 것이 가능하지는 않음을 깨닫게 해주는 동시에, 예전 같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은 충분한 인생의 창고로부터 삶의 풍요로움을 좀 더 많이 끄집어내야만 한다는 것을 일러주기 때문이다..' ----- page 18
이 책은 인간의 늙어감과 그에 따른 보상 및 불만족의 대한 이야기지만 더 깊게는 인생의 성찰. 늙어감에 대한 위안, 준비를 할 수 있게하는 책이다. 그리고 나도 위안을 얻었다. 아니, 더 확실하게 말하면 나이듦의 이유를 알았다고나 할까...
'인간은 늙어서 놀이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놀이를 그만두기 때문에 늙는 것이다.'
지식을 갖추고 삶을 살아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지식을 갖추고 '늙는다'는 사실과 대면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너무도 공감한다. 때문에 소중한 지인들에게 이 책을 골고루 선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