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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도
김정현 지음 / 역사와사람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한 편의 드라마를 본 느낌이다. 나의 마음과 사랑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어 그를 혹은 그들을 평온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 깊게는 해보지 못한 듯 하다. 전염이라는 것. 내 슬픔과 눈물만이 그런 줄 알았었다. 그래서 애써 그것들을 감추려 한 적이 많았었는데....이제는 마음 편하게 눈물보다 훨씬 행복한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하는 따뜻한 책이다.
가난한 시절. 부유했던 인하, 거기에 뒤쳐진 수혁, 소탈한 대식. 출가한 효명스님. 그들이 성장하여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부유했지만 어머니의 소담스런 인성교육으로 더 가질 것에 욕심내지않고 비상한 머리로 아이없이 아내와 해외생활을 하던 인하는 돌연 아내의 가출로 한국땅을 다시 밟는다. 아내는 소위 정신적인 바람끝에 자신과도 타협할 수 없어 가출을 한 것인데...그런 짐작은 하지만 아내의 탓보다 홀로 떠도는 아내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는 남편 인하. 많은 것을 비뚤어지게 보는 수혁. 의리파 대식. 수혁의 자살 기도로 이야기는 급격히 부드러워진다.
인하와 그의 아내 가경의 따뜻한 체온을 나누는 묘사가 뭉클하게 다가왔다. 나도 살을 부대끼는 남편이 있지만...남편은 어제 11시 반에 퇴근해와서 서재에서 책 읽고 있던 나에게 눈길 한 번 주지않고 영어화상챗을 하러 컴퓨터방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매우 피곤했고 손도 씻을 시간이 없어 곧바로 작은 방으로 향한 건 알지만...그는 모르는 것 같았다. 여자는 아주 작은 손짓, 눈짓으로도 당신의 많은 것을 용서하고 품어준다는 것을....우리에게 두 딸이 없었어도 그는 담양에서 나를 택했을까...라는 생각이 요즘 자주든다. (이런 자잘한 감정을 리뷰에 쓸려고 했던 건 아닌데...그래도 책을 읽은 뒤 뭉클해져오는 느낌들이니 그냥 두기로한다..)
우정.
작가는 이 책에서 사랑보다 우정을 전하고 싶어한다.
때로는 시기하고 질투하고 계산적이 되기도하지만 친구 모두는 36.5도의 우정을 가진 친구라는 것을....
오전에 잠깐 톨스토이의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한 토막 읽은 구절이 생각난다.
'어떤 사람은 너를 비난하고 어떤 사람은 너를 칭찬한다. 너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가까이 하고, 너를 칭찬하는 사람들을 멀리할지어다 -탈무드-
나의 남은 생에서 진정한 친구와 우정을 깊게 나눌 벗을 더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그래야지 사랑이 배반할 때 기댈 곳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