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흐르는 꽃 - Novel Engine POP
온다 리쿠 지음, RYO 그림, 이선희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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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소녀가 모여 살게 된 '여름성'에서 소녀가 알게 된 비밀이란?

​

띠지에 적힌 위의 글로만 봤을 때는 10대 판타지 성장소설인가 싶었다.

초중반까지도 기묘하면서 몽환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후반에 비밀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판타지의 느낌을 완전히 벗어버리게 된다.




​이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없다. 눈에 보이는 것이 진실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 거울 안에서 음침한 녹색 그림자를 본 날부터 그녀의 길고 기묘한 여름이 시작되었다.

p.12


6월 초, 어중간한 시기에 낯선 곳에 전학 와 미처 친구를 사귈 틈도 없었던 미치루.

어느 날, 선생님이 '여름사람'을 그려보라는 말에 나름 여름을 상징하는 해바라기 꽃과 밀집모자를 쓴 아이를 그리며 노란색으로 도화지를 칠하는데.. 고개 들어 보니 자신을 제외한 전부가 머리칼을 비롯해 온몸이 초록색인, 똑같은 사람을 그린 것을 보고 놀라게 된다.

그 그림의 정체는 이 주변에 있는 여름사람, 일명 녹색남자라는 것을 알 게 되고 녹색남자로부터 여름성의 초대장을 받게 된다. 자신을 포함해 6명의 소녀가 초대된 그 성에는 규칙이 몇 가지 있고 이상하게도 미치루를 제외한 다른 소녀들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의문점을 갖지 않는다.


이 여름성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녹색남자는 누구일까? 그리고 그녀들은 왜 초대된 걸까..? 이런 독자의 마음을 아는 듯 미치루가 무리를 향해 질문하지만 그때마다 갑분싸가 된다. 하지만 곧 환경에 적응한 미치루는 무리들과 친해져 여름성에서 평온한 날들을 보내는데 어느 날, 이상한 일들을 겪게 되고 그 의심은 날로 커져간다.

​

'뭘까.. 대체..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새로운 곳에 적응 못한 외톨이 10대의 성장 이야기인가' 중반까지 나름 열심히 예상해본다. 현실과 동떨어진 풍경, 녹색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여름성, 정체 모를 녹색남자, 그곳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일상 때문에 동화 같은 결말을 예상한다. 하지만 환상에 머물렀던 의문점들이 밝혀지면서 그 충격은 배가 된다.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 때 '꿈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 하는데 이 책은 그걸 한번 뒤집은 게 아닌가 싶다.

한편의 꿈같은 몽환적인 일상들로 인해 현실이 더욱 쓸쓸하고 마음 아팠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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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중년이 된다 (리커버 에디션) - 누군가는 걷고 있고, 누구나 걷게 될 중년을 담아내다
무레 요코 지음, 부윤아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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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레 요코, 《카모메 식당》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작가이다.

전에 읽은 <이웃사람들>에서도 느꼈지만 차분한 글 속에 스며든 담담한 유머가 일품이다.

그녀의 글을 보고 있으면, 마치 친한 선배랑 맞아맞아!! 하며 공감하고 손뼉 치고 웃게 되는

편한 사람과 수다 떠는 기분이 든다. 이것이 무레 요코 문체만의 매력이랄까.. 자꾸 들여다보고 싶게 만든다.

이 책도 그러하다. 50대에 접어든 무레 요코가 자신 혹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중년의 일상을 무심한 듯 재치 있게 그려냈다. 그리고 아무리 에세이라 할지라도 민감한 개인사를 털어놓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그녀의 이런 꾸밈없고 소탈한 매력이 글에서도 잘 나타난다.

​

그녀 역시 중년이 되면서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변화를 감지하게 되고 당황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쇼핑한 것들을 모아놓고 보니 돋보기, 효자손 등 온통 중년 품목이거나

정신 차리고 보니 목욕탕에서 본 아줌마 또는 할머니 몸매가 되어있다.

게다가 어떤 날은 아줌마도 아닌 웬 영감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쇼트커트에 어두운 파자마를 입고 민낯 상태임) 아.. 정말인지 '통통한 영감'편은 진짜 박장대소하며 읽은 것 같다. 문제는 '누구나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해졌다는 사실이다. (머리 긴 영감도 있을 수 있으니...ㅋㅋ)


왕년에는 통통해져도 엉덩이는 제대로 있어야 할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말도 안 돼!"라고 외치고 싶어질 정도의 위치까지 내려갔다. (중략) 아마도 허리가 "어이." 하고 불러도 엉덩이는 절대 들리지 않을 게 분명하다.

p.29



무엇이든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무사태평이라거나 덜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해도 어쨌든 모든 일은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년에게는 가장 좋은 전략이 아닐까 싶다.

p.64






흐름에 몸을 맡기는 주의로 시술은 하지 않되, 식사와 운동에 신경 쓰기로 하는 그녀..

개인적으로도 무리하게 젊어 보이려는 사람보다는

나이에 맞게 기품 있어 보이는 사람이 더 멋지다는 생각을 해왔고 나 또한 그렇게 늙고 싶다.

중년에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갱년기를 아직 공감하기에는 다소 이른 나이 이기는 하지만,

노화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입장에서 어떤 느낌일지 알 것 같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운동과 식습관 등 나름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그녀가 1954년생이니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50대 초반에 이 글을 쓴 것 같은데,

올해 만 66세인 그녀의 근황이 또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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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외 서커스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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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이미 [앨리스 죽이기]로 이름을 알린 고바야시 야스미의 신간소설이다.

열 명의 서커스 단원들과 막강한 흡혈귀의 결투를 다룬 내용으로 초반부터 긴박감 넘치게 시작한다.

많은 수의 병사와 첨단 장비로 흡혈귀를 사냥하는 컨소시엄은 큰 장비들과 무기를 숨기기에도 좋고 거처를 옮겨도 이목을 끌지 않아 서커스단으로 위장하며 흡혈귀를 사냥해온 조직이다. 이런 그들도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흡혈귀와의 싸움이 결코 쉽지 않은데, 흡혈귀를 사냥하는 특수부대가 서커스단으로 위장한다는 정보가 흡혈귀들이 알게 되면서 진짜 서커스 단원들이 공격을 받게 된다. 흡혈귀를 사냥하는 특수부대도 흡혈귀 하나로 부대가 전멸된 적도 있을 정도인데 가진 것이라곤 각자의 기술과 서커스 도구뿐인 그들이 상대가 될지, 벌써부터 염려가 된다.


하! 지! 만!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속담도 있지 아니한가..

여기서 이 책의 재미가, 가독성이 힘껏 발휘되는 순간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아 보이던 그들의 싸움이었는데, 서커스 단원들은 자신들의 막강한 힘을 과신하는 흡혈귀의 방심을 이용해 각자의 기술로 때론 동료의 협력으로 맞서 싸운다. 묘사가 적나라해서 잔인함이 배가 되는 것 같지만 장르 특성상 충분히 감안하고 볼 수 있었고 그만큼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히 전달되어 재미가 더욱 배가 되지 않았나 싶다.

흡혈귀와 서커스 단원들의 시선들을 오가며 펼쳐지는 단서들에 주목하면서 읽으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해학적인 요소도 있어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이름부터 웃지 못할 오해를 불러일으키는데 흡혈귀 사냥부대의 리더인 랜디(랜돌프)와 서커스 단원 마술사인 란도이다. (동양인인 란도가 랜디와 발음이 비슷해서 실제 그의 동료들이 랜디로도 부른다.)

이 밖에도 진지한 상황 속에서 문 수리를 걱정하는 미스터리한 인물, 일본 배낭여행자 도쿠 할아버지부터 각각의 캐릭터들이 입체적이라 다음 장면을 예상할 수 없다는 점도 재미의 한 가지 요소이다.

작가는 또한 초반에 떡밥도 뿌려두는데 마지막에 친절히 그 떡밥을 회수하면서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머리(뇌)와 심장을 노리지 않는 이상, 금방 치유되어 되살아나는 불사신 같은 그들 앞에 바퀴벌레처럼 하찮아 보이던 인간이 그들을 대적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인간만이 지닌 연민, 전우애란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 이익이 될 때만 뭉치는 흡혈귀와는 다르게 말이다. 이 지구상에 하찮은 생명은 없다는 것, 지금은 비록 볼품없고 그 능력이 다 한 것 같지만 누구나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가슴에 와닿는다.


올여름 호러, 액션, 스릴러로 두 마리 아닌 세 마리 토끼 전부를 잡고 싶으신 분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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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엄지영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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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2편이 실린 호러 단편소설집이다. 그것도 생애 처음으로 접한 라틴아메리카, 아르헨티나 호러 소설이다.

여름이면 호러쥐~! 하고 야심차게 펼친 이 책은 기존에 접했던 일본, 대만, 유럽, 미국 호러소설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동성애 코드, 마약에 취한 불안하고 무절제한 청소년들, 해골을 사랑하게 된 거식증에 걸린 여자 이야기, 남미 대륙의 미신과 흑마술의 등장, 여성에게 고의로 화상을 입히는 남자들의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여성성 탄생 등 소설 전체가 주는 느낌이 낯설면서도 어딘가 또 익숙하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끌고 가는데 단순하게 내용 자체로만 본다면 으응? 이게 뭐야.. 그래서 어떻게 됐다는 거지?! 하고 찝찝함이 남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단순히 공포를 자극하는 호러소설로만 본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작품들은 편하고 뻔한 결말로 끝나지 않는다. 그와는 반대로 우리 시대에 걸맞은 결말로 마무리된다. (중략) 삶은 불가사의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문학 또한 마찬가지다. 논리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근본적인 미스터리가 우리의 일상에 존재 하는 것 같다.

p. 353 한국어판 저자 후기 중



실질적 공포는 책 속에 등장하는 기분 나쁜 강이나 흉가/폐가, 유령, 기괴한 모습의 존재 혹은 괴물들이 아니라, 아르헨티나의 어두운 역사를 비롯해 가정 폭력, 여성혐오, 성차별, 보호받지 못하는 청소년과 극빈층 등 부조리한 사회 현실임을 알 수 있다. 흉가에서 사라진 아이를 그린 [아델라의 집]은 도시괴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 아르헨티나와 라틴아메리카 대륙에서 빈번히 발생했던 실종 사건에서 따왔다고 한다. 스티븐 킹이 일상생활의 공포를 활용한 것처럼 작가 자신 또한 공포의 모든 도상(圖像)을 이용했다고 하니, 현실과 환상의 구분이 사라진 열린결말의 그녀만의 호러세계를 체험하고 싶으시다면 추천하고 싶다.

​

사실 나에겐 본문의 각주가 없었다면, 옮긴이의 작품해석이 없었다면 아마도 상당부분 영원히 미지의 공포로만 남았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 책의 진정한 공포를 맛보기 위해서는 남미 대륙의 정신을 지배하는 미신과 흑마술에 대한 이해와 아르헨티나의 역사나 라틴아메리카의 부조리한 사회 현실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읽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얼마 전 [트래블러-아르헨티나] 여행 에세이를 보고 아르헨티나의 아름다운 전경에 마음을 빼앗겼는데, 이 호러소설을 통해 몰랐던 아르헨티나의 역사적 사실과 환경문제를 비롯해 불평등한 라틴아메리카의 모습을 알게 되니 아이러니하면서 느낌이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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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이소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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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에 영감을 준 스웨덴 국민화가 칼 라르손"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그의 작품에 영감을 받은 이케아의 가구들과 소품 등도 실렸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나만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학문적인 지식보다 화가들의 삶과 작품을 들여다보는 일에 흥미를 느낀다는 저자. 그런 저자가 방대한 그의 작품들을 조사하고 직접 스웨덴으로 날아가 그의 생가를 방문하는 등, 그의 생애에 걸친 작품과 삶을 책에 담아내었다.



<구석에서 1894> 식사 예절을 지키지 않아 벌을 받고 있는 아들, 폰투스란다.ㅋ






칼 라르손 작품들은 자화상을 비롯해 자신의 부모님은 물론 가족들의 평범한 일상이 대다수이다.

밝은 채색의 부드러운 화풍이 특징인데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 작품처럼 보고 있으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

개인적으로 밝은 에너지가 느껴지고 행복해지는 사진과 그림을 선호해서인지,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를 보는 내내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 힘들고 지칠 때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보며 위안을 얻는 것과 같은 효과랄까... (결혼 전에는 자기 전에 신랑 사진을 봤었는데 부모가 됐다고 지금은 아기 사진을 그렇게 본다.ㅋㅋ)

칼 역시, 가장으로서 화가 일을 하며 많은 가족을 돌보느라 지치고 힘들 때도 있었을 텐데, 부모란 늘 그렇듯이 아내와 아이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으며 이겨냈을 거란 생각이 든다.

​

초년 운은 불우했지만 든든한 동반자 카린을 만나 자신이 가진 재능을 십분 살려 다복한 삶을 살다간 칼 라르손.

비록 지금의 나이로 따지면 이른 나이(60중후반), 뇌졸중으로 세상을 등졌지만 그의 작품과 카린과 함께 손수 꾸민 집 릴라 히트나스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으니 영원히 살아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의 아내 카린 역시 화가 출신으로 수공예 쪽으로 능력이 탁월한데, 칼의 작품 곳곳에 그녀의 손길이 닿은 인테리어나 소품들, 가드닝에도 시선이 간다.



​카린과 함께 꾸민 집,

내 가족에 대한 추억,

이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그림들이

내 인생 최대의 작품이다.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칼 라르손 자서전 <나> 중에서'



이 책을 보면, 칼 라르손이 말한 위의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것. 사랑하는 가족이 아프지 않고 곁에 있는 사실만으로도 잠시 위안을 얻는다.

​

그리고 빨강 머리 앤도 말하지 않았던가..



정말로 행복한 나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날이 아니라

진주알들이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듯이,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요.

빨강 머리 앤 중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진주알이 사실은 가까이에 있음을 앤뿐만 아니라, 칼 라르손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그의 많은 작품을 정돈된 글과 함께 볼 수 있어서 그림만큼이나 너무나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종종 들춰보며 마음의 정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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