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녹취록 스토리콜렉터 112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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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백사당&사관장, 작자미상을 읽고 미쓰다의 팬이 되어버렸다.

끝나도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질척거리는 공포는 미쓰다 월드만의 특징이라 새로운 책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먼저 반응하여 콩닥거린다. ㅎㅎ

그나저나 이번 죽은 자의 녹취록은 신작이라기 보다 [괴담의 테이프]의 개정판이다. 전혀 다른 제목으로 출간되어 그의 신작을 기다렸을 많은 분들이 당혹감을 느꼈을 수도..... (다행히도 나는 안 읽어봄)

암튼 이번 표지는 음산함이 물씬 느껴지는 게 그의 작품세계가 드러나는 게 완전 취저다 취저!! 소장각!!

총 여섯 편의 괴담이 실려있다.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 /빈집을 지키던 밤 / 막간 (1) / 우연히 모인 네 사람 / 시체와 잠들지 마라 / 막간 (2) /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 / 스쳐 지나가는 것 / 종장 / 역자 후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시체와 잠들지 마라"이다. 미쓰다는 오랜만에 참석한 중학교 동창회에서 K를 만난다. 근황을 주고받던 중 K로부터 기묘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K의 어머니는 요양병동에 입원해 있는데 여든 전후로 보이는 노인이 어머니와 같은 병실을 쓰게 된다. 문제는 그 노인이 K에게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당초에는 몰랐으나 시간이 흐르자, 시간의 순서를 완전히 무시한 옛날의 체험을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그 밖에도 기묘한 상황에 대해 간호사에 물어보지만 얼버무릴 뿐이고 어느 날 노인은 홀연히 사라진다.

묘한 기시감이 느껴지면서 짧게 끝나서 아쉬웠던 이야기다. 작가의 실제 경험담처럼 가볍게 시작하지만 작품 하나하나마다 디테일이 살아있어 나무를 보다가 문뜩 숲을 보고 놀라는 느낌이다. 이번에도 역시 책 곳곳에서 뿜어내는 안개 자욱한 미스터리함은 살아 있었다. 다만 막 고조될 때 막을 내려서 그 점이 너무 아쉽다. 단편의 단점이랄까.... 그래도 역시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못 읽어 본 미쓰다 책들이 남아있기에 그의 신작을 기다리며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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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4 - 한국 속의 일본, 일본 속의 한국 공존을 위한 네 번째 이야기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4
강상규.이경수.동아시아 사랑방 포럼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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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두 분이 공동으로 이끄는 '동아시아 사랑방 포럼' 이 집필한 것으로 몇 년 전에 1권을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학계 종사자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일본을 경험하고 연구한 분들의 이야기라, 1권을 읽으면서도 시리즈로 나오겠다 싶었는데 어느덧 4권이라니.. 2, 3권도 찾아읽어봐야겠다. ㅎㅎ

이번 4권에서는 1. 일본의 정치경제와 역사를 주시하는 작은 시선들 2. 미(美)와 미(味)에 대한 남다른 감각 3. 내 마음속의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4. 외면해도 지워지지 않는 흔적, 한반도 속의 일본 5. 세세한 규칙과 예절에 담긴 공동체 의식 6. 한국어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른 일본어 7. 한국 속의 일본, 일본 속의 한국, 그 강을 넘어 8. 또 다른 화해를 위해 펼쳐 보는 일본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다.

일본 인물들 중에서는 일본의 다양한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마루야마 마사오'를 비롯해 '야나기하라 기치베'란 인물이 기억에 남는데, '야니기하라 기치베'는 일제강점기에 건너와 차별을 겪은 조선인들에게 크리스천 인류애 사명으로 조선 최초의 여류 화가 나혜석과 최초의 여자 피아니스트 이애내를 지원했다고도 한다. 시대상을 고려하면 위험하고 눈밖에 나는 일이었을텐데 그만큼 종교가 가진 힘이 크다고도 느껴졌다.

이와 더불어 친절하고 배려심 있는 일본인을 보면 한편으론 전쟁을 일으킨 나라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한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가기도 했다.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일본인이라 현재도 많은 인구가 독서를 할 것 같았는데 일본 직장인들의 45%가 전혀 책을 안 읽는다고 한다. 다소 충격적인.... 그리고 한국에서도 인기 많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현지에서도 2019년도 한 신문사의 독서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고 하는데 역시는 역시구나 싶었다.

일본어 원전과 번역본 비교의 묘미를 보여주는 글도 흥미로웠다. 평소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해서 일본 소설을 많이 읽게 되는데 일본어를 잘해서 좀 더 원전에 가깝게 읽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일본의 역사를 비롯해 일본어의 특징, 다양한 일본 문화를 통해 예전에는 잘 몰랐던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 한국과 비슷해 보이지만 알면 알수록 문화적 차이가 큰 일본 문화임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일본여행을 하더라도 예전보다는 깊이감이 다른 시선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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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마리의 자장가 14마리 그림책 시리즈
이와무라 카즈오 지음, 박지석 옮김 / 진선아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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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그림책 작가인 이와무라 카즈오의 생쥐 가족 14마리가 등장하는 그림책입니다.

전 세계 15개국 이상에서 출간된 <14마리> 시리즈로서 이 책이 완간이랍니다.

섬세하면서도 앙증맞은 그림체가 완전 제 스타일이라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던 책이에요.

해 질 녘부터 잠이 들 때까지의 일상을 담고 있는데 저녁의 어스름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생쥐 가족 구성은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엄마, 10마리 형제들입니다.

생쥐 형제들 이름은 따로 없고 첫찌, 두찌, 세찌..순이랍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생김새로는 구별 불가 ㅋㅋ)

대가족이니만큼 어린 형제들도 일손을 돕습니다.


형제들과 함께 목욕도 하고 할아버지도 옷을 벗겨주시며 육아에 동참하시는 모습을 보니 어린시절 할머니, 할아버지의 따뜻한 손길이 생각도 나고 그립습니다. 우리 아이도 언젠가 어른이 되면 저와 비슷한 감정을 갖게 되겠죠..

개운하게 목욕을 하고 즐거운 저녁식사를 마친 후 촛불을 조명 삼아 옹기종기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생쥐 가족들을 보니 온기가 느껴집니다. TV와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우리도 이와 비슷했을 거예요.

엄마 생쥐가 자기 전에 책을 읽어줍니다. 요즘 피곤하다는 이유로 책을 잘 안 읽어주는데 이걸 보니 아이에게 미안해집니다. ㅠ

그리고 자세히 보면 암컷 생쥐와 수컷 생쥐들 잠자리가 다른데요. 암컷은 이불이 핑크색이고 수컷은 하늘색입니다. 성별에 따라 잠자리도 나뉘고 이불 문양도 다르네요. 디테일함을 하나씩 찾는 재미가 이 책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할머니가 불러주시는 자장가를 끝으로 잠이 드는 생쥐 형제들... 아빠도 어릴 적 들었던 자장가라는 말에 코끝이 찡했습니다. 생쥐 형제들도 언젠가 아빠, 엄마가 되고 아빠, 엄마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내리사랑을 하며 비슷한 삶을 살아가겠죠..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처럼요.

따뜻한 가족애가 느껴지는 그림책이었어요. 내용도 좋고 글밥이 적어서 영유아에게 읽어주기 좋은 것 같아요. 시리즈인지라 나머지 책들도 따로 구입해서 소장하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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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 오늘을 만끽하는 이야기 (양장본) 오늘을 산다 2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새의노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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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마스다 미리 글은 담백하지만 가볍지 않다.

누군가는 이 정도는 나도 쓸 수 있겠다. 할 정도로 단순하고 심심하게 느껴지는 글이지만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그 찰나의 감정을 잘 찾아내어 독자로부터 많은 공감을 사기 때문에 세월이 흘러도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이 책은 마스다 미리의 인생론과 행복론이 담긴 2권의 책 중 하나로 40대 미혼녀 히토미가 주인공이다.

(살펴보니 히토미는 <주간문춘>에 연재중인 <사와무라 씨 댁 시리즈>의 최신작에 등장하는 딸내미다.)

히토미 역시 오랜 직장 생활로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하루를 보내지만, 무려 14살 연하와 비밀 사내연애도 하고 대학 시절 좋아했던 지금은 돌싱인 친구로부터 데이트 신청도 받는다. 그리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며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지낸다.


물론 그녀도 이런저런 고민을 한다. 함께 사는 부모님의 나이가 실감도 되고 어느새 가족의 외식을 담당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조금 외롭다고 느낄 때도 있다. 연하와의 연애도 마냥 핑크빛 인건 아니다.

그러나 그런 거에 일희일비하고 좌절하는 히토미가 아니다. 그녀가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를 보면 괜히 40대가 아님을 느끼는데 이제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노래 <걱정 말아요 그대>에 나오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가삿말을 좋아한다.

어릴 때는 나름의 사건 사고가 이불킥, 후회의 나날들이었다면 지금은 그럴 수도 있지. 그게 뭐 어때서?! 이런 자세로 바뀌었다. 지금은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의 매 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결혼을 안한 히토미의 삶은 나와는 다른 삶으로 자고 싶을 때까지 잘 수 있는 그녀의 여유가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바꾸라면 바꿀 것인가의 질문에 나는 No라는 대답을 해본다. 내가 선택한 삶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그녀처럼 하루하루를 온전히 느끼며 편하게 지내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행복은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가질 수 있음을.. 40대, 50대가 돼도.. 히토미 부모님의 나이인 70대가 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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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운명의 바퀴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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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쇼맨 시리즈는 코지 미스터리에 해당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블랙쇼맨은 전문 형사나 탐정이 아닌 일반인이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법한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한다. 말 그대로 가볍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옴니버스식 단편집이다.

현재 bar를 운영하고 있는 다케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마술사 출신답게 놀라운 손재주와 뛰어난 추리력과 관찰력을 지닌 인물이다. 보통 조카인 마요 주변의 일들을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다소(?) 속물근성이 있긴 하지만 나에게도 이런 삼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란 생각을 하게 된다.

<천사의 선물> 리모델링 계약건이 위태로워진 마요는 다케시에게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다케시는 문제 해결에 나선다. 내가 생각했던대로가 아닌 게 반전이었을까... 아..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가시지 않았던 이야기이다.

<피지 않는 나팔꽃> 고령에 접어든 여성 스에나가는 실버타운에서 지내고 있다. 남편도 여의고 하나 있는 딸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딸이 살아있다고 믿는 그녀에게 어느 날 지인이 그녀의 딸을 봤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관리인을 통해 딸이 맞는지 알아봐달라고 부탁하는데... 전편에 등장했던 인물과 관련된 이야기로 <천사의 선물>과 마찬가지로 법률적인 문제가 걸려있다.

<마지막 행운> 부자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게 목표인 '미나'는 만나는 남자가 생기면 다케시의 bar 트립핸드에 데려가 그에게 감정을 받는다. 실패를 거듭하던 와중에 마요의 고객인 구리쓰카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드디어 원하는 상대와 결혼에 성공하게 될 것인가...?!

세편 다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싶으면 어김없이 빗나갔다. ㅋ 뻔하지 않아서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데 현재 나를 만든 건 그간의 시행착오의 결과물일 것이다.

연륜이 쌓이면서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고 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란 사실을 깨닫는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우리 삶에서 일어날법한 사사로운 문제들에 봉착한다. 여기에 블랙쇼맨은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역할을 한다. 인물들을 좋은 방향으로 안내하는 그의 역할을 보며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블랙쇼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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