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잔 ㅣ 진구 시리즈 5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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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평] ‘모래바람‘ 이후 무려 3년 만에 진구 시리즈의 신작이 나왔네요. ‘모래바람‘은 진구의 프리퀄과 거기서 파생된 10년 후의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 재미와 긴장과 안타까움이 뒤섞여 있었는데, ‘세 개의 잔‘이 그 연장선상의 이야기일지 전혀 새로운 이야기일지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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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 라이크 어스
크리스티나 앨저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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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10년 만에 고향 롱아일랜드 서퍽 카운티에 온 FBI 요원 넬 플린은

본의 아니게 현지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사건에 비공식 자문역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하지만 조사를 할수록 경찰이었던 아버지의 그림자가 사건에 어른거리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빈부의 격차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롱아일랜드의 현실,

정재계 고위직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엄청난 파티와 거기에 동원되는 매춘부들,

그리고 강압적이고 부적절한 수사를 관행처럼 여기는 서퍽 카운티의 경찰들까지

넬 플린은 다신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고향에서 충격적인 사실들과 연이어 마주하게 됩니다.

 

● ● ●

 

이 작품 속 주요 캐릭터들은 다분히 의도적인 제목에서 예감할 수 있듯 주로 여성들입니다.

다부지고 올곧은 FBI 행동분석요원 넬 플린,

경찰의 부당한 일처리에 반발하는 초짜 검시관 제이미,

넬을 돕는 FBI 인신매매팀장 세라, 그리고 진실을 밝히려는 기자 앤 마리까지...

또한 부당한 공권력과 가부장적인 권력층의 희생양 역시 대부분 여성들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페미니즘 계열이거나 남성혐오 소설이란 얘긴 아닙니다.

작위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남녀 캐릭터를 이분법적으로 배치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작품 전반에서 느껴지는 인상은 ‘여성범죄를 다루는 여성수사관’인 건 사실입니다.

 

얼굴 정면에서 총을 맞은 뒤 사지가 잘린 채 발견된 희생자들은 모두 매춘부들입니다.

넬은 어릴 적 친구인 신참 경찰 리의 부탁으로 비공식 자문에 나서지만

몸과 마음 모두 단단하고 정직하게 단련된 그녀는

서퍽 카운티 경찰들보다 더 진지하고 성실하게 수사에 임합니다.

문제는 그 덕분에 아버지와 서퍽 카운티 경찰들을 완전히 다른 시각에 바라보게 됐고,

어린 시절 참혹한 범죄에 희생된 어머니의 죽음까지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는 점입니다.

 

넬의 수사는 독자로 하여금 조마조마한 마음을 갖게 만드는데,

서퍽 카운티 안팎의 그 누구도 확실히 넬의 아군이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FBI 본부는 그녀의 휴직과 복직을 놓고 압박을 가하는 중이고,

아버지의 친구들이자 어릴 적부터 친근하게 따랐던 서퍽 카운티의 경찰들은 어딘가 수상쩍고,

무엇보다 가까운 곳에서 넬을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은 범인의 불온한 기운은

넬은 물론 독자들마저 쉽게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실상은 꽤나 복잡한 사건과 인물들을 설정했음에도

작가는 무척 잘 짜인 설계도 위에서 큰 그림은 물론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주인공 넬 플린은 슈퍼우먼이나 극강의 히로인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런 인간적인 캐릭터 때문에 감정이입도 쉽고 응원하고픈 마음도 절로 들게 만듭니다.

아군이든 적군이든 조연들의 존재감도 생생하고 소소한 반전들도 재미있게 읽힙니다.

 

하지만 이런 매력적인 설정을 4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분량에 담으려다 보니

간혹 스킵하듯, 또는 요점 정리하듯 지나가는 대목들이 종종 보인 점은 무척 아쉬웠습니다.

과도한 분량 때문에 작품의 미덕이 휘발된 경우는 적잖이 봤어도

이렇듯 ‘한 100페이지만 더 썼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이 드는 경우는 드문 편인데,

독자에 따라 저와 생각이 완전히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 분량의 아쉬움이 별 0.5개를 뺀 이유가 되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론 ‘넬 플린 시리즈’가 이어졌으면 좋았겠다, 라는 생각인데,

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보면 딱히 그런 설명은 없어서 다시금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족 같지만 사소한 지적 하나만 부연하자면,

도무지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 또 뭘 표현하려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지 디자인의 문제입니다.

안 그래도 낯선 작가라 고를까 말까 망설인 게 사실인데,

그보다 더 망설이게 만든 건 꽤나 ‘저렴하고 경박해 보이는’ 표지 디자인이었습니다.

무척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어쩌면 표지 때문에 외면한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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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
마스다 타다노리 지음, 김은모 옮김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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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네 편의 단편이 실린 작품집입니다.

제목만 보곤 세 개의 연작과 그것을 하나로 꿰는 마무리 작품으로 구성된 줄 알았는데,

모두 연관성 없이 각자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들입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네 편의 단편을 읽는 동안 비슷한 종류의 서늘함을 느끼게 됩니다.

 

“스스로 뿌린 비극의 씨앗이 거대한 악몽으로 돌아와 그들을 집어삼킨다.”는 홍보글처럼

네 편의 주인공 모두 크든 작든 자신이 저지른 실수나 잘못으로 인해 악몽에 빠지고 맙니다.

또 그 악몽들이 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허구가 아니라 피부에 와닿는 공포로 느껴지는 이유는

애초 악몽의 씨앗이 된 실수와 잘못이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현실적인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주저하는 자를 향해 술에 취한 채 “뛰어내려봐!”라고 소리 지른 남자,

친구들의 왕따 행위에 별 생각 없이 가담했던 25년 전의 중학생,

평소 미워하던 자가 계단에 쓰러진 걸 보곤 외면하려 했던 여자 등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타인을 향해 실수와 잘못을 저지른 그들은

자신들을 향해 흉기처럼 폭주하는 악몽의 원천인 자신들의 행위를 뒤늦게 한탄합니다.

물론 이야기는 한탄을 넘어 때론 끔찍한 비극으로 귀결되기도 합니다.

 

누구나 살다 보면 그릇된 일이라는 자각도 못하는 사이에,

또는 ‘이 정돈 괜찮겠지?’라는 방심과 오만으로 인해

크고 작은 실수와 잘못들을 저지르기 마련입니다.

만일 그것이 누군가에 의해, 또는 마치 하늘의 뜻인 듯 잘 벼려진 칼날이 되어 돌아온다면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아이러니나 해프닝이라 할 수는 없겠죠.

바로 이런 오싹함이 이 작품집의 가장 큰 매력이란 생각입니다.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비슷한 인상을 받은 소설이나 드라마가 생각났는데,

대표적인 작품이 기노시타 한타의 ‘악몽의 엘리베이터’입니다.

꽤 오래 전에 읽어서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소소한 일상에서 싹을 틔운 악몽이 감당 못할 정도로 부풀어 오르는 이야기였는데,

(이 작품과 같은 맥의 서사인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어지간한 공포물보다 더 오싹하고 서늘했던 기억은 확실히 남아있습니다.

색다른 공포의 맛을 원하는 독자에게 ‘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은

확실히 신나는(?) 책읽기를 선사할 것이 분명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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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키스 ㅣ 링컨 라임 시리즈 12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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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 패널 뚜껑이 갑자기 열리고 추락한 승객은 피투성이가 되어 죽는다.

이유도 모른 채 잔혹하게 숨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경찰은 헛다리만 짚는데...

사물인터넷 냉장고, 자동차, 오븐 등의 온갖 스마트 제품이 어느 날 살인 무기로 돌변한다면?

스마트 네트워크 시대에 한 번쯤 떠올려 보는 아찔한 상상이 소설에서 대담하게 펼쳐진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고백하자면,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는 문명이 여러 가지로 못마땅한 1인입니다.

문명이 결코 인간의 편에만 서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하지만 꽤나 불길한 예감 때문입니다.

나의 생활, 나의 공간, 나의 물건들이 타인에 의해 조작된 끝에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건

이제 더 이상 영화나 SF소설 속에서만 접할 수 있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프리 디버는 ‘스틸 키스’를 통해 이미 현실이 된 끔찍한 악몽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초반부터 정체가 공개된 범인 버넌 그리피스는 태블릿으로 스마트 컨트롤러를 조작하여

뉴욕 곳곳에서 끔찍한 살인극을 벌입니다.

전혀 연관 없어 보이던 살인극들이 동일범의 소행임을 짐작한 아멜리아 색스는

파트너이자 연인인 링컨 라임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더 이상 뉴욕 경찰을 위해 일하지 않기로 결심한 라임은 색스의 부탁을 거절합니다.

하지만 각각 다루고 있던 사건이 같은 뿌리에서 파생된 것임을 알게 된 뒤

라임과 색스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량증거물에 몰두하며 조사를 진행합니다.

 

버넌 그리피스의 범행과 그를 추적하는 라임과 색스의 이야기가 메인 스토리지만,

‘스틸 키스’에는 그 외에도 다채로운 이야기가 동시에 전개되고 있습니다.

색스의 전 연인이자 죄를 짓고 교도소에 다녀온 전직 경찰 닉 카렐리의 무죄 주장,

라임과 색스의 팀원이면서 수사 대신 딴짓에만 전념하는 뉴욕경찰 론 풀라스키의 행보 등

메인 스토리 못잖은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동시상영’ 되는데,

이 이야기들은 각각 색스와 라임에게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단순한 곁가지로만 여겨지지 않는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라임의 오랜 파트너인 론 셀리토와 충직한 조수 톰 레스턴, 최고의 법과학 분석관 멜 쿠퍼 등

‘링컨 라임 시리즈’를 읽어오는 동안 친숙해진 조연들의 활약도 여전했지만

‘스틸 키스’ 최고의 조연은 라임의 제자이자 인턴이 된 ‘뉴 페이스’ 줄리엣 아처입니다.

경찰 일을 그만두고 강단에 선 라임은 수십 명의 제작 가운데

줄리엣 아처가 그 누구보다 뛰어난 촉을 지닌 것을 눈치 채고 인턴직을 허락했는데,

중요한 건 그녀 역시 라임처럼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하는 장애인이란 점입니다.

라임은 아직 자신만큼 휠체어 생활에 익숙해지지 않은 아처를 연민어린 시선으로 보지만

아처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인턴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여 라임과 색스의 수사를 돕습니다.

특히 라임조차 놓친 미세한 단서를 파악하고 뛰어난 추리를 발휘하는데

그녀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무척 흥미진진하고 짜릿한 일이었습니다.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중반 정도까지의 다소 느리고 동어반복적인 전개였는데,

알맹이만 660여 페이지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서론이 무척 길었다는 생각입니다.

(별 0.5개가 빠진 결정적 이유입니다.)

물론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닉 카렐리와 론 풀라스키의 이야기가 등장한 것 같은데,

그렇다 해도 라임과 색스의 팬이라면 조금은 더 빠른 호흡을 기대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200페이지에서 최고의 긴장감과 함께 폭주하듯 이야기가 전개됐고,

또 크고 작은 반전들이 폭죽처럼 연이어 터지면서 독자의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들었는데,

덕분에 앞부분의 느슨함을 까맣게 잊고도 남을 정도였습니다.

 

신혼여행 이야기까지 거론된 라임과 색스의 가까운 미래도 궁금해지고,

인턴을 넘어 파트너로서도 손색없는 줄리엣 아처가 계속 한 팀으로 활약할지도 궁금합니다.

아직 출간되지 않은 ‘The Burial Hour’(2017), ‘The Cutting Edge’(2018)가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지, 언제쯤 국내에 소개될지 사뭇 기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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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0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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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홀레 시리즈의 열 번째 작품입니다.

두 번째 작품인 ‘바퀴벌레’만 빼고 모두 읽었으니 나름 해리 홀레의 광팬인 셈인데,

역설적이긴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매번 마지막 장을 덮을 때마다 뭔가 개운하지 않은 심정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사건 못잖은 분량을 차지하는 디테일해도 너무 디테일한 심리묘사들,

두어 번은 되읽어야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거나

심지어 몇 번을 되읽어도 도저히 모르겠어서 그냥 넘어간 적이 허다했던 난해한 문장들,

그리고 사건이 해결됐음에도 깔끔하게 그 과정을 정리할 수 없게 만드는 복잡다단한 구성 등

영미권은 물론 북유럽권 장르물 중에서도 유독 난이도가 높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점이 매번 시리즈 신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신비로운 느낌? 도전정신을 일깨우는 난해함?

또, 엄청난 분량에 담긴 방대한 서사, 참혹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건들,

몸과 마음 모두 만신창이지만 천재적인 감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해리 홀레와

그를 둘러싼 매력적인 조연들의 캐릭터 덕분에 분명 고난의 책읽기(?)가 될 걸 알면서도

신간 소식이 들리면 귀를 쫑긋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직전 작품인 ‘팬텀’이 시리즈 가운데 그나마 쉽고 선명했던 작품이라

‘폴리스’도 그 정도 서사라면 두통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고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딱 중반부 정도까지였습니다.

제목대로 ‘폴리스’는 오슬로 경찰들이 주연과 조연과 단역까지 모두 도맡은 작품입니다.

미제사건 현장에서 과거 그 사건에 관여했던 경찰들이 참혹하게 살해당하고,

미미한 단서들을 쫓던 해리와 경찰들은 어쩌면 범인이 경찰일지도 모른다고 추정합니다.

하지만 요 네스뵈는 사방팔방에 용의자들을 뿌려놓고 단서들을 흩어놓습니다.

게다가 경찰 내부에서 벌어지는 암투, 갈등, 불륜, 동성애, 음모까지 중요하게 묘사되면서

과연 ‘폴리스’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어마어마한 서사가 전개됩니다.

 

그 어느 작품에서보다 행복과 불운의 경계선에서 위태위태한 행보를 보이는 해리는

정식 경찰이 아니라 군나르 하겐이 이끄는 ‘보일러실 팀’의 자문 역으로 수사에 참여하는데,

몇 차례의 죽음의 고비를 넘기도 하고, 오랜 동료를 잃는 깊은 슬픔에 잠기기도 하고,

끊었던 술의 유혹에 넘어갈 뻔 하기도 하고, 겨우 손에 넣은 행복을 놓칠 뻔 하기도 합니다.

결국 거의 원맨쇼에 가까운 그의 비범한 능력 덕분에 사건은 해결되고,

어느 전작에서도 볼 수 없었던 그의 행복한 엔딩이 그려지기도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든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저기 깔아놓은 복선과 단서와 힌트들을 내가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나?

왜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대목에서 ‘아!’ 대신 ‘어?’ 소리가 나온 거지?

작가가 여기저기 흩뿌려놓은 나머지 용의자들은 왜 등장했고, 어디로 간 거지?

범인의 동기는 공감할 만 했나? 그의 잔혹한 범행수법은 동기와 잘 어울리는가?

 

해리 홀레를 이해하고, 그가 마주한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실, 깔끔한 맨 정신으로 책을 읽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해리처럼 살짝 맛이 간 상태, 그러니까 그에게 충분히 이입한 상태에서 읽어야

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게 지금까지 시리즈를 읽은 저의 나름의 방법론인데,

그와는 무관하게 ‘사건과 팩트’마저 이렇듯 애매할 때는 참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방대한 분량을 다시 읽으면서 체크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시리즈 11번째 작품인 ‘The Thirst’가 출간되면 또다시 궁금증이 일 게 분명하고,

이 어렵고 머리 아픈 책읽기에 덤벼드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것 역시 분명합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시리즈 첫 편부터 하나하나 메모해가면서 되읽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엄청 부담스러운 계획이긴 하지만, 그래도 해리 홀레와 그가 마주한 사건들의 실체를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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