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
마스다 타다노리 지음, 김은모 옮김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모두 네 편의 단편이 실린 작품집입니다.
제목만 보곤 세 개의 연작과 그것을 하나로 꿰는 마무리 작품으로 구성된 줄 알았는데,
모두 연관성 없이 각자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들입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네 편의 단편을 읽는 동안 비슷한 종류의 서늘함을 느끼게 됩니다.
“스스로 뿌린 비극의 씨앗이 거대한 악몽으로 돌아와 그들을 집어삼킨다.”는 홍보글처럼
네 편의 주인공 모두 크든 작든 자신이 저지른 실수나 잘못으로 인해 악몽에 빠지고 맙니다.
또 그 악몽들이 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허구가 아니라 피부에 와닿는 공포로 느껴지는 이유는
애초 악몽의 씨앗이 된 실수와 잘못이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현실적인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주저하는 자를 향해 술에 취한 채 “뛰어내려봐!”라고 소리 지른 남자,
친구들의 왕따 행위에 별 생각 없이 가담했던 25년 전의 중학생,
평소 미워하던 자가 계단에 쓰러진 걸 보곤 외면하려 했던 여자 등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타인을 향해 실수와 잘못을 저지른 그들은
자신들을 향해 흉기처럼 폭주하는 악몽의 원천인 자신들의 행위를 뒤늦게 한탄합니다.
물론 이야기는 한탄을 넘어 때론 끔찍한 비극으로 귀결되기도 합니다.
누구나 살다 보면 그릇된 일이라는 자각도 못하는 사이에,
또는 ‘이 정돈 괜찮겠지?’라는 방심과 오만으로 인해
크고 작은 실수와 잘못들을 저지르기 마련입니다.
만일 그것이 누군가에 의해, 또는 마치 하늘의 뜻인 듯 잘 벼려진 칼날이 되어 돌아온다면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아이러니나 해프닝이라 할 수는 없겠죠.
바로 이런 오싹함이 이 작품집의 가장 큰 매력이란 생각입니다.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비슷한 인상을 받은 소설이나 드라마가 생각났는데,
대표적인 작품이 기노시타 한타의 ‘악몽의 엘리베이터’입니다.
꽤 오래 전에 읽어서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소소한 일상에서 싹을 틔운 악몽이 감당 못할 정도로 부풀어 오르는 이야기였는데,
(이 작품과 같은 맥의 서사인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어지간한 공포물보다 더 오싹하고 서늘했던 기억은 확실히 남아있습니다.
색다른 공포의 맛을 원하는 독자에게 ‘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은
확실히 신나는(?) 책읽기를 선사할 것이 분명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