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것에 대한 분노
베키 매스터먼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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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손에서 결혼 후 조용히 살아가던 전직 FBI 특수요원 브리짓 퀸.

어느 날, 자신이 훈련시켰던 후배 특수 요원을 마지막 희생자로 삼고 잠적해버린

66번 고속도로 살인마가 잡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나 FBI의 로라 콜먼은 용의자의 자백이 거짓인 것 같다며 브리짓 퀸에게 도움을 청한다.

과거와 더 이상 얽히기 싫어 콜먼의 부탁에 주저하는 브리짓 퀸.

하지만 자신을 노리던 성 범죄자를 우발적으로 죽인 브리짓 퀸은

뒤늦게 찾은 행복이 위태로워지기 시작하는 것을 직감한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그동안 다양한 장르물의 개성 강한 주인공들을 만나봤지만

은퇴한 59세의 전직 여성 FBI요원이란 설정은 꽤나 특별하게 여겨졌습니다.

브리짓 퀸은 성범죄에 관한 한 전설이라 불릴 정도로 유능한 요원이었지만,

은퇴 뒤에 만나 결혼한 남편에겐 저작권 관련 업무를 했다며 자신의 과거를 감춥니다.

유능한 FBI요원일반인으로서의 평범한 삶사이의 괴리감이 컸던 탓이었고,

이미 한 남자로부터 ‘FBI에서의 과거때문에 큰 상처를 입은 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행운처럼 찾아온 사랑하는 남자와 두 마리 퍼그와의 안온한 일상에 완벽하게 침잠한 채,

더는 어두운 세계와 엮이기를 거부하며 평범한 삶을 소망하던 브리짓이었지만,

FBI 시절 미제 사건으로 결론 났던 ‘66번 고속도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체포되자

그녀가 애써 눌러왔던 특수요원으로서의 DNA가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특히 때마침 명백한 살해의도를 가진 성범죄자의 습격까지 받게 되자

브리짓은 두 사건이 어떤 식으로든 연결돼있다고 결론짓곤 남편 몰래 수사에 가담합니다.

 

작가는 꽤 많은 이야기를 500페이지 가까운 분량 안에 풀어놓습니다.

매년 여름마다 히치하이킹을 하는 젊은 여성을 참혹하게 살해한 연쇄살인범,

그 연쇄살인범의 마지막 희생자이자 자신이 아끼던 신참 FBI요원에 대한 브리짓의 자책감,

피해자 가족들이 겪는 끔찍한 고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그 신참 FBI요원의 아버지,

그리고 평범한 삶에 대한 소박한 소망과 타고난 FBI요원으로서의 본능이 충돌하는 이야기 등

아주 버라이어티한 코드들이 알맞은 양념들과 함께 잘 버무려진 작품입니다.

 

다만, 다루는 사건에 비해 긴박감이나 속도감은 좀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초반만 해도 테스 게리첸의 의사 시리즈가 떠오를 만큼 꽤 거칠고 빠른 서사가 이어졌는데,

정작 메인 스토리가 시작되면서부터는 좀 느슨해진다고 할까요?

이미 브리짓이 은퇴한 처지라 공식 수사에 개입할 수도 없거니와

연쇄살인범의 만행은 7년 전에 종지부를 찍은 상태라

브리짓의 수사는 대체로 탐문과 단서 추적 위주의 정적인 전개가 불가피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브리짓에게 주어진 미션이 단순한 범인 찾기이상으로 다채롭게 설정된 덕분에

5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임에도 마지막까지 단숨에 달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쫓는 자이면서 동시에 쫓기는 자이기도 한 브리지의 처지는

읽는 내내 긴장감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부여해주는 매력적인 설정이었습니다.

 

다 읽은 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과연 브리짓이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였는데,

그녀가 평범한 삶으로 돌아간다면 더는 그녀의 활약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아쉬울 것 같고,

반대로 작가가 브리짓 시리즈를 집필한다면 그녀가 그토록 소망했던 평범한 삶이

더는 유지되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습관처럼 띠지, 뒷면, 날개 부분을 건너뛰고 본문부터 바로 읽는 편이라

혹시나 하고 뒤늦게 작가 이력이 소개된 부분을 보니 이미 두 편의 시리즈가 출간됐더군요.

그럼 브리짓은 평범한 삶요원으로서의 본능을 모두 손에 넣었다는 뜻일까요?

벌써부터 그녀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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