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탐정 버티고 시리즈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윤철희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LA 협곡에 위치한 엘비스 콜의 집에서 그의 연인 루시 셰니에의 아들 벤이 납치당한다.

베트남전에서의 작전 수행 중 저지른 잘못에 대한 복수라는 범인의 전화를 받은 엘비스는

자신 때문에 벤이 유괴되었다는 생각에 심한 자책감을 느낀다.

LA 경찰 청소년과에서 본격적인 수사가 개시되고,

벤의 친부인 리처드와 그가 데리고 온 전직 형사들이 수사의 통제권을 거머쥐려 하면서

엘비스는 점점 공식 수사에 참여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조 파이크와 함께 별도로 수사에 나선 엘비스는 집요한 추적 끝에 범인의 윤곽을 밝히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의 실체에 충격을 받는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편집, 인용했습니다.)

 

● ● ●

 

‘L.A 레퀴엠’(20175월 출간)에 이은 엘비스 콜 시리즈의 아홉 번째 작품입니다.

전작인 ‘L.A 레퀴엠이 엘비스의 파트너인 조 파이크의 고통스런 성장기를 상세히 그렸다면,

마지막 탐정은 엘비스의 불우한 유년기와 베트남전에서 얻은 심신의 깊은 상처,

그리고 모두의 놀림감이었던 엘비스라는 이름을 얻게 된 비극적인 가족사를 그리고 있습니다.

 

연인인 루시의 아들 벤은 엘비스가 친아들 이상의 애정을 쏟는 10살 소년입니다.

벤의 납치가 과거 자신의 베트남 참전 당시의 참화와 관련 있다는 걸 알게 된 엘비스는

자책감은 물론 연인 루시의 냉랭한 시선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모든 정황을 조사해 봐도 베트남전 당시 참화의 당사자들은 모두 죽은 게 확실했고

당연히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벤을 납치했다는 범인의 협박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였습니다.

언제나 불친절한 LAPD는 물론 실종자수사대까지 엘비스의 개인적인 수사를 방해하는데

이에 더해 루시의 전 남편이자 벤의 친부인 리처드까지 수하들을 데리고 나타나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모든 책임이 엘비스에게 있다고 우겨대는 탓에

엘비스는 이래저래 사면초가에 처한 채 조 파이크와 함께 외로운 싸움을 끌어갑니다.

 

번역하신 윤철희 님은 ‘L.A 레퀴엠이 정적인 서사였다면

마지막 탐정은 무척 역동적이라고 설명하셨는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반대의 느낌입니다.

벤이 납치된 현장에서 미량의 증거를 찾기 위해 분투하는 엘비스의 모습이라든가

과거 베트남전에 대한 회상, 자신에게 엘비스라는 이름을 지어주곤 사라진 어머니 등

대체로 감성적인 서사가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액션스릴러로서의 미덕이 부족한 건 아닙니다.

엘비스와 조 파이크는 수시로 독자의 아드레날린을 폭발적으로 분비하게 만들곤 하는데,

그런 장면이 기대만큼 자주 등장하진 않더라도

일단 나왔다 하면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후련함을 안겨주기 때문입니다.

뭐랄까, 압도적인 쾌감? 짜릿한 전율?

범인들과 대치하는 마지막 시퀀스는 그런 쾌감과 전율의 정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예비 유부남(?)인 엘비스에게 대시하는 매력적인 여형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전작 ‘L.A 레퀴엠의 경우 TV수사물 주인공의 모델이기도 했던 사만다 돌런이 있었다면

이번엔 폭발물 전문가이자 청소년과 형사인 캐럴 스타키가 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스타키는 로버트 크레이스의 또다른 작품인 데몰리션 엔젤의 여주인공이기도 했다는데,

개인적으로는 이후 시리즈에서도 계속 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 만점의 여형사였습니다.

, ‘L.A 레퀴엠에 이어 이번에도 카메오로 등장한 마이클 코넬리의 히어로 해리 보슈는

짧지만 강렬한 이미지로 그의 팬들에게 가슴 설레는 경험을 선물해줬습니다.

 

아무래도 메인 스토리가 엘비스 콜의 자책감, 자괴감, 상심 등을 다루고 있어서

대체로 가라앉은 분위기가 지배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엘비스의 매력과 재능은 유감없이 발휘됐고,

조 파이크의 넘사벽에 가까운 철벽 캐릭터 역시 그의 선글래스 만큼 강렬해서

잘 만들어진 할리우드 액션스릴러 영화를 직접 본 듯한 유쾌한 책읽기가 됐습니다.

못 읽은 시리즈 전작들도 궁금해지고, 이후에 출간될 후속작도 기대가 되고,

특히 엘비스의 조력자였던 캐럴 스타키가 주인공인 데몰리션 엔젤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사이다 같은 시원함과 짜릿함을 맛보려는 독자에겐 더없이 좋은 추천작이란 생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