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색기계 - 신이 검을 하사한 자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금색기계는 환상의 존재와 인간이 공존하는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범상치 않은 운명을 가진 사람들의 신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손을 가진 소녀와 타인의 살의를 볼 수 있는 소년,

충격적인 비밀을 안고 있는 유능한 도신(에도시대의 경찰),

그리고 신으로 칭송받는 불가사의한 존재 금색님’.

문명이 꽃피는 평화로운 시대이면서 한편으론 신과 요괴들이 살아 있을 것만 같은 에도시대.

소설은 수많은 작가들을 매혹시킨 이러한 시대의 매력을 잘 담아낸 소설임과 동시에,

개성적인 등장인물과 흥미로운 사건들로 촘촘하게 짜인 훌륭한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개인적으로 소설이나 영화 등 모든 장르를 막론하고 역사극과 시대극을 좋아하다 보니

쓰네카와 고타로의 금색기계출간소식에 귀가 기울여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미야베 월드 시리즈나 미야기 아야코의 화소도중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스토리는 언제나 흠뻑 빠져들 만큼 매력적이었고

마치 옛날이야기에 판타지가 가미된 듯한 서사는 그야말로 별미 중의 별미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금색기계는 오랜만에 만난 에도시대 배경의 맛깔난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크게 세 인물의 관점에서 전개됩니다.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손을 가진 소녀 하루카,

타인의 살의와 거짓말을 꿰뚫어볼 수 있는 소년 구마고로,

그리고 온몸이 금색으로 뒤덮인 신비한 존재 금색님이 그들입니다.

 

1747년을 현재 시점으로 하고 있으며 1547년부터 무려 200년의 시간을 다루고 있는데,

이 긴 시간을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은 금색님입니다.

그리고 1747년 현재 성인이 된 하루카와 구마고로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면서

그들이 소년, 소녀시절부터 겪어온 파란만장한 사연들이 교차되며 전개됩니다.

그 사연들 곳곳에 금색님이 연루되곤 하는데,

분명 만화적 상상력이 연상될 정도로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정교한 설계 덕분에 조금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감정적으로 몇 번이나 격해지곤 했습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부 신의 조화야.”라는 극중 인물의 인상적인 대사대로

하루카와 구마고로와 금색님이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에 걸쳐 겪은 일들은

너무나도 기구하고 운명적이라서 정말 신의 조화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익숙한 옛날이야기 서사에 만화 같은 판타지가 뒤섞인 독특한 작품이라

읽은 독자 사이에도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고, 읽기 전부터 편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미야베 월드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그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미스터리를 기대한 독자라면

조금은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는 작품인 것도 사실입니다.

분명 미스터리 서사가 깔려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미스터리와는 거리가 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도시대, 판타지, 파란만장한 운명 등의 코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저의 호평이 과장된 것이 아님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쓰네카와 고타로의 작품 중 야시는 제 책장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지 꽤 오래 됐습니다.

새삼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조만간 먼지구덩이에서 구해줘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야시외에도 검색해보니 (대부분 품절 또는 절판 상태지만) 모두 5권이 출간됐더군요.

환상적인 세계를 아름답게 그려내는 작가.”라는 평을 듣는 걸 보면

다른 작품들도 비슷한 풍의 서사를 다루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갖게 됩니다.

중고서점을 통해서라도 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