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터 미드나잇 스릴러
로저먼드 럽튼 지음, 윤태이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출산을 불과 3주 남겨둔 동생 테스가 갑자기 실종되자

뉴욕에 살던 언니 비어트리스는 급히 런던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테스는 곧 더러운 공원 화장실에서 사체로 발견됩니다.

경찰은 여러 정황을 들며 자살로 결론짓지만

비어트리스는 경찰, 검시관, 정신과 의사 등의 소견에 반박하며

스스로 테스의 죽음의 진실을 찾기로 결김하곤,

뉴욕의 안정된 직장마저 포기한 채 런던에서의 지난한 싸움을 시작합니다.

 

● ● ●

 

형식과 내용 모두 무척 특이한 작품입니다.

적잖은 분량이지만 본문 전체가 테스에게 보내는 비어트리스의 장문의 편지로 이뤄져있습니다.

그 안에는 테스의 죽음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비어트리스가 겪었던 분투의 기록과 함께

그녀들이 얼마나 특별한 자매였는지, 상실의 아픔이 얼마나 깊고 절절한지,

,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된 과거가 얼마나 그립고 애틋한지 세세히 쓰여 있습니다.

 

극과 극의 성격에, 그만큼 멀리 떨어져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아왔지만,

자매는 똑같은 상처를 가슴 깊이 묻어둔 한 가족이었고,

어쩌면 달라서 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쌍둥이 같은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어머니까지 테스의 자살을 받아들이려고 하지만,

비어트리스만은 절대 그럴 수 없었던 건 이렇듯 테스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의 언니일 뿐,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던 비어트리스는

테스의 죽음이 임신과 관련 있다는 지점에서 출발하여 차근차근 진실 찾기를 시작합니다.

담당 경찰은 무기력하거나 비협조적이고, 테스가 다녔던 병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어트리스는 무모한 여정을 포기하지 않았고,

끝내 테스의 죽음이 자살은 물론 우발적인 범행 때문도 아닌,

지극히 계획적이고 사악한 의도를 지닌 자의 끔찍한 범행임을 알아냅니다.

 

사실, 편지 형식의 장편을 읽는 것은 드문 경험이기도 하거니와,

좀처럼 문장들이 눈에 익숙해지지 않는 불편함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범죄스릴러라는 장르에서는 더더욱 불편할 거란 우려와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 작품을 읽는 동안 그런 우려와 편견은 초반부 잠깐을 제외하곤 거의 느낄 수 없었습니다.

 

작가의 필력이 워낙 뛰어난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편지 형식에 잘 어울리는 문학적 주제가 작품 전반에 구석구석 진하게 깔려있는데다

이질적인 것이 분명한 스릴러 서사와도 억지스럽지 않게 잘 섞인 덕분에,

진실 찾기챕터와 특별한 자매 이야기챕터가 번갈아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거부감이나 이질감 없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두 개의 서사가 모든 스릴러 독자에게 쉽게 먹히진 않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특별한 자매 이야기부분에서는 독자에 따라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고,

심하게는 스릴러 본연의 맛을 희석시킨다고 여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평범한 20대 후반의 여성이 살인사건의 진실을 찾는 여정은

여러 가지 장벽들 때문에 진도는 느리고 성과는 미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속도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독자에겐 좀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패리시 부인’, ‘굿 미 배드 미’, ‘너를 놓아줄게’, ‘나는 너를 본다

나무의 철학의 미드나잇 스릴러 시리즈는 작품 간 내용도 다르고 질적인 편차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비슷한 뉘앙스(사건만큼 비중 있게 다뤄진 개인의 심리)를 풍기곤 했는데,

시스터역시 그와 같은 궤를 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만큼 깊고 진한 서사를 다룬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었다고 하니,

이후 출간된 작품들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로저먼드 럽튼의 후속작을 한 편 정도는 꼭 다시 만나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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