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시가 아키라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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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안에 두고 내린 스마트폰이 모든 비극의 출발점이었다.

그것을 주운 남자는 스마트폰을 돌려주었지만, 폰 주인의 여자 친구를 마음에 품게 된다.

그녀의 신상정보를 모두 털어 그녀를 함정에 빠뜨리는 남자!

이제 스마트폰은 흉기나 다름없이 변해 간다.

한편 인근 야산에서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의 변사체가 잇따라 발견되는데...

(출판사의 소개글을 인용했습니다.)

 

● ● ●

 

고백하자면, 제목 때문에 읽을 생각조차 안 하고 패스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제 취향과는 거리가 좀 먼 코믹하고 가벼운 미스터리라고 여겼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몇몇 분의 서평 초반부를 보면서

제 선입견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란 걸 알게 되곤 호기심에 찾아 읽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평범한 소재에서 출발했지만 개성 만점의 미스터리를 선보인 작품이었습니다.

 

세 명의 화자가 번갈아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택시에서 스마트폰을 주운 악의로 가득 찬 남자’,

남자의 표적이 된 긴 흑발의 미인 이나바 아사미,

그리고 적잖은 여성들이 매장된 채 발견된 사건을 수사하는 관할서 형사들이 그들입니다.

형사들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답답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포식자인 남자와 무력한 먹잇감 아사미의 챕터가 번갈아 등장할 때면

남자에 대한 분노와 아사미에 대한 안타까움이 저절로 들 정도로 작품에 빠져들게 됩니다.

 

택시에 두고 내린 스마트폰이 그야말로 인생을 괴멸시킬 정도의 재앙을 초래합니다.

물론 이 작품 속 남자처럼 폰을 주운 사람이 전부 악마적 인물은 아니겠지만,

거의 모든 개인정보가 저장된 스마트폰이 얼마든지 자신을 향한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걸

작가는 실제 벌어졌던 사건의 기록물처럼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 폰을 주운 남자의 악마적 행태만 그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폰 때문에 인생이 파멸위기에 처한 여주인공의 개인적인 비밀과 반전을 그림으로써

작가는 막판 클라이맥스에 새로운 재미를 얹어놓습니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그와 무관하게 재미있게 읽히는 것만은 분명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한 소통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터라

서평을 올리는 블로그와 트위터 외에는 어떤 종류의 SNS도 하지 않는 1인이지만,

주위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과 지인들의 모든 것을 세상에 내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솔직히, 노출증 환자(?) 또는 스스로 먹잇감을 자처하는 바보처럼 느껴질 때가 있기도 합니다.

그런 와중에 이 작품을 읽고 보니 새삼 인터넷과 모바일과 SNS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얼마나 위험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새삼 소름이 돋기도 했습니다.

 

15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수상작이라는 타이틀답게

이야기는 참신하고 재미있는데다 속도감까지 갖추고 있어서

한 번 잡으면 바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달리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재미와 오락성을 겸비한 미스터리를 찾는 독자에게 딱 맞는 작품일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반전을 위한 여주인공만의 스토리가 좀 뜬금없었던 점입니다.

작가로서는 남자의 악의적 범죄 외에 이야기 폭을 넓히고 싶었겠지만,

왠지 억지스러운 사족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 사족이 없었어도 충분히 메인 서사만의 힘으로 엔딩을 그릴 수 있었을 텐데

아무리 봐도 작가의 과욕으로밖에 안 보였습니다.

더불어,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도 어딘가 가벼워 보인다는 인상인 남았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영미권 장르물과 대비되는 일본 미스터리의 특징이기도 한데,

아사미가 겪게 되는 사건의 잔혹성이나 사이코패스인 남자의 악의에 비해

서사의 무게감이 이야기 속에 제대로 실리지 못한 점은 무척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0.5개가 사라진 건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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